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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

서현진 l LIFE BLOGGER
프리랜서 아나운서
자발적 실업자 (최근 회사를 관뒀다! 대책 없음! 어쩔 거냐?) 말 못해 안달 난 직업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듣는 게 더 좋다. 재미 있는 글 읽고 쓰는 것--하지만 짧아야 한다--도 좋다. 스토리가 있는 도시인의 삶, 토박이 로컬들의 동네 이야기, 소소하게 지지고 볶는 연인들의 사랑싸움처럼 특별할 건 없지만 일상이 주는 보석 같은 순간에 대한 글을 쓴다.

2014.07.28 Mon

나마스떼 미스김!



Vol.2

“자,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내쉽니다. 머리 속 상념을 떨쳐내고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습니다. 후우우…”


알록달록 고운 빛깔의 쫄쫄이 요가복을 갖춰 입은 젊은 여성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체로 복식호흡을 뱉어낸다. ‘후우우~’ 가볍게 시작한 복식호흡은 곧 ‘휴우우…’ 한숨으로 바뀐다. 누가 먼저 시작 했는지 모르는 한숨은 내 귀에 꼭 이렇게 들린다. ‘휴, 돈 벌기 더럽게 힘드네…’


여의도 직장가 중심에 자리한 요가원의 점심 수업은 늘 만원이다. 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빠듯한 점심시간. 맛집 찾아 동료들과 점심을, 오전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업무에 필요한 어학을 배우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요가를 배우는 젊은 여성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매일 털어내도 더 거대한 부피로 쌓이는 스트레스 괴물을 다스리기 위해서, 뒤태 미녀의 필수 조건이라는 애플힙을 만들기 위해서 등 각자 다른 이유로 그녀들은 요가원을 찾는다. 


평소 좋아하는 골프를 무리해서 하다 보니 근육에 불균형이 생겨 보조운동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나도 몇 달 전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십 년 가까이 규칙적으로 웨이트를 하고 수영, 런닝, 수상스키 등 늘 과격한 운동만을 즐기던 내가 요가 마니아로 거듭 나기까지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정신 수련을 주로 하는 테라피/하타 요가부터 운동량이 꽤 많은 빈야사/파워 요가까지 다양한 수업을 접하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요가의 매력에 풍덩 빠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잘 안 되는 동작 하나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쏟으며 온 정성을 다해 결국 동작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부상을 입을 정도로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무릎을 펴고, 양쪽 골반을 바로잡고 어깨에 힘을 빼고선 밀려오는 고통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처음엔 단 5초도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롭지만 반복해서 수련을 하다 보면 욕심이 비워지고, 그 순간 불가능할 것 같던 동작이 마법처럼 완성된다. 뭘 하나 좋아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습성이 있는 나는 이번에도 내친김에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고 요가원에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매일 수련을 하다 보니 오며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이 점점 익숙해진다. 오전에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부터 젊은 임산부, 연세 지긋한 동네 터줏대감 어르신들까지 수업 구성이 다채롭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즈음에 맞춰 하는 수업은 대부분이 근처 직장에 다니는 젊은 여성들 차지고, 늦은 밤 마지막 타임은 학생들 혹은 요가에 관심 많은 남성들로 스튜디오가 북적인다. 수업마다 약간씩 분위기도 특색도 다르다. 오전 수업은 동네 사랑방처럼 화기애애한 것이 간혹 유쾌한 농담도 오가며 여유롭다. 마지막 시간 수업은 남성회원들의 영향인지 굉장히 파워풀하고 집중력 있게 한 시간을 꽉 채워 땀을 흘린다.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점심 수업도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점심 먹을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그녀들, 웬만해선 마음 먹기 힘들 텐데 대단한 의지다 싶다. 게 중 몇몇은 요가 강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고무인형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극강의 유연함을 뽐내는 회원도 있다. 점심식사 대신 요가를 해서인지 허리가 한 줌 밖에 안 돼 보이는 모델 몸매의 아가씨도 보인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시간, 각자의 역할이나 업무 스트레스에서 놓여나 자유로워지는 시간, 이 한 시간도 안 되는 작은 사치 덕에 그녀들은 오늘도 반짝반짝 빛난다. 


지극히 주관적인 얘기지만 사실 나는 이 수업이 불편하다. 스튜디오 전체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침묵, 헛기침 한번 하기도 조심스러운 특유의 싸~한 분위기 때문이다. 대부분 혼자인 그녀들,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서먹함 때문인지 철저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바로 옆 사람과 간단한 눈인사 조차도 나누지 않는다. 수련 중 어쩌다 손 끝이라도 닿을라 치면 화들짝 소스라치며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가라앉은 분위기가 어색해 농담이라도 한 마디 하려는 이에게는 무반응, 무표정으로 무대응이다. 보다 못한 선생님은 짝을 지어 물구나무 서기를 시키며 분위기 전환을 노려 보지만 이마저도 실패. 노골적으로 귀찮은 티를 내며 아예 매트를 들고 나가버리는 차도녀도 있다. 수업 막바지가 되면 아직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빛의 속도로 샤워 부스를 맡아 재빨리 샤워하고 드라이기를 선점해야 사무실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 초를 다툴 정도로 바쁜 그녀들에게 주위를 배려할 여유는 없다. 아직 수련 중인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 거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스케줄은 소중하니까!


이런 내게 ‘웬 꼰대 오지라퍼?’ 라고 쏘아붙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혼자 하되 강요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날 선 대거리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고 살면 엄청 삭막하지 않냐고. 바쁜 시간 쪼개서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자 종종걸음 치며 요가 스튜디오를 찾은 이들이 왜 그리 여유가 없냐고. 사실 이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혼자 살고, 굳이 노력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해도 되고, 식당에서는 혼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끼니를 해결하고, 일 관련 소통은 대부분 문자나 이메일에 의존하는 나 역시 점점 타인과의 직접적인 부딪힘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이 어색함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요가에 더 깊이 빠져 들수록, 진정한 수련은 짧은 수업 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계속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마주치는 옆 사람에게 가볍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혼자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서로의 물구나무 서기를 도와주고,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수업을 함께 들은 이름 모를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건네는 사소한 일들이야말로 무엇보다 값진 수련이다. 요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 번 은 들어봤을 법한 흔하디 흔한 인사 ‘나마스떼’의 뜻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심오하다. 

‘내 안의 신이 당신의 신에게 인사합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합니다’ 라는 이보다 더 철학적일 수 없을 이 인사말이 의미 없이 공중에 흩어져 버리지 않게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자. 오늘도 스트레스 투성이인 일상을 씩씩하게 버텨내는 캔디 같은 그녀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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