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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7 Thu

SNS에서 산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2

풍요의 시대다. 새로운 화장품이 넘쳐나고, 구입할 수 있는 루트도 다양해졌다. 선택권이 늘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대가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선택의 실패 비용은 고스란히 나의 몫. 실패가 두려운가? 수많은 유혹과 제품의 홍수 속에서 알짜만을 골라내는 안목과 취향이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인기 인플루언서라는 권력 뒤에 숨겨진 무거운 책임감

인플루언서들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는 사실 이슈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정보를 보다 빠르고 직접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한다는 점 역시 장점에 가깝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어디에나 단점은 존재한다. 먼저, 브랜드 차원에서 살펴보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은 물론 이점이 훨씬 더 많지만 동시에 자신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무시무시한 파괴력도 지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SNS에 글 한 번 잘못 올렸다가 하루아침에 망한 연예인들이 그 증거다. 이미 스타급으로 성장한 인플루언서라면 그 역시 다를 바 없다. 만약 브랜드 창립자, 즉 인플루언서 개인과 그들의 제품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SNS에 실수라도 저지르게 된다면, 곧바로 브랜드 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데시엠의 예시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창립자가 브랜드의 굴이 되는 요즘의 현실과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현재 진행형인 ‘임블리’와 ‘치유의 옷장’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치유(본명 손루미)는 이른바 ‘청담 언니’로 불리며 명품 하울 등으로 엄청난 구독자 수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 인기에 힘입어 ‘치유의 옷장’, ‘소누아’ 등 패션 쇼핑몰을 운영해왔다. 소셜 마케팅 시장에서는 보통 5만 명 정도의 팔로어를 보유하면 ‘인플루언서’로 보는데, 치유가 한창 잘나갈 때의 구독자 수가 30만 명에 육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초초초초초!’ 슈퍼 인플루언서인 셈. 그런 그녀가 급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건 황하나(그녀 역시 2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슈퍼 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공구 마켓을 열었다) 사건이 발단이다. 평소 SNS를 통해 황하나와의 친분을 알려온 치유가 과연 ‘버닝썬 사태’나 ‘황하나 마약 투약’ 사태와 무관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것이 불씨가 돼 인성, 출신, 브랜드 카피 의혹, 협찬 표기 논란, 동물 학대 등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추측들이 마구 터져 나왔다.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헤어지면 남보다 더하다더니, 팬심 가득했던 충성 고객들은 그녀에 대한 신뢰가 깨지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죽자 살자 달려들어 그녀를 비방하고 나섰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치유가 보인 태도와 언행이 고객들을 더욱 화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와 댓글들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에서 인플루언서 혼자 브랜드를 책임지고 이끌게 되면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바로 ‘임블리’ 사태다. 슈퍼 인플루언서 임블리(본명 임지현)가 이끄는 동명의 패션 브랜드 ‘임블리’와 뷰티 브랜드 ‘블리블리’는 ‘곰팡이 호박즙’ 사건을 시작으로 과대 광고, 가격 거품, 명품 카피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도 불씨를 지핀 건 브랜드의 얼굴이자 인플루언서인 ‘임지현’ 본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평소 팔로어들의 소소한 질문에도 하나하나 직접 댓글을 달며 소통했던 그녀는, 사태 직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 순간의 위기 모면에 급급한 서투른 대처를 보였고 이는 더 많은 분노를 유발했다. 충성을 약속했던 팬들이 차례로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 브랜드는 그야말로 날개를 잃은 것처럼 추락하고 있다. 면세점과 올리브영에서 블리블리의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가 하면, 그녀가 운영해온 또다른 쇼핑몰 ‘탐나나’는 며칠 전 폐업을 선언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임지현은 팔로어 수가 80만 명에 달했던 개인 인스타그램 활동을 중단했다. ‘소통의 여왕’이 스스로 왕좌의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소통’이 최대 강점이었던 인플루언서가 더 이상 소통이 불가능해지자 그 매력이 완전히 소멸됐다. 그들을 옹호하는 입장부터 안티 집단의 주장, 그리고 논란의 주인공인 인플루언서들이 내놓은 해명까지 그 무엇 하나 확인되지 않은 진실들이 서로 뒤엉켜 의혹과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러는 사이 상황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검색어 1위, 올리브영 판매 1위는 식은 죽 먹기, 한때 ‘아모레퍼시픽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라는 전망이 나왔을 만큼 잘나가던 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존폐의 갈림길에 놓인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장본인이 인플루언서 본인이라는 사실. “대중들은 SNS를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관찰합니다. 때문에 창립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영국 뷰티협회의 회장인 밀리 켄달은 이러한 브랜드들이 유지되고 살아남으려면 인플루언서 스스로가 깨끗한 사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겸손한 생각과 언행은 말할 것도 없고, 권력과 힘 뒤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르게 마련. 때로는 혼자서 견디기 힘들 만큼 큰 압박감이 들기도 한다.

 

믿는 블리블리에 발등 찍히다?

뷰티 에디터로 일하면서 듣는 가장 곤란한 질문은 “??? 좋아?”다. ???는 주로 브랜드 이름으로 채워지는데, 가끔은 특정 제품명이 대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곤란한 건 마찬가지다. 정말이지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물음도 또 없으니까. 짧은 두 마디에는 엄청난 어폐가 있다. 일단, ‘좋다’는 기준이 모호하다. 누군가는 가성비를 최대 미덕으로 여기는가 하면, 누군가는 사용감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향에 민감한 사람도 있다. 색조 제품의 경우 아무래도 발색에 연연하기 쉬운데, 그렇다면 발색은 완벽하지만 심하게 착색되거나 혹은 자극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을 과연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용물은 흠 잡을 수 없이 완벽하지만 패키지가 너무 구식이라 도저히 부끄러워 밖에서는 쓸 수 없는 쿠션은 과연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제품의 효능까지 따지면 더 애매해진다. 화장품의 효과란 참으로 상대적이어서 사람에 따라 때로는 만병통치의 명약이 될 수도, 때로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사용할 때에도 컨디션이나 계절, 연령 등 무수히 많은 조건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 그러니 냉정하게 말하면 화장품은 ‘추천’이라는 건 말 그대로 제안에 불과하다. 사실에 입각한 ‘소개’와 진실된 ‘후기’ 정도만이 참고가 될 뿐.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믿고 화장품을 구매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 그들은 사건이 터지자 순식간에 본성을 드러냈다. 악플은 죄다 삭제하고 걸핏하면 사법 처리를 운운하는 그녀는 더 이상 내가 알던 러블리한 그 언니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팔로어 숫자가 주는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SNS의 팔로어 숫자가 마치 그들의 전문성이나 영향력을 수치화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천만의 말씀. 간혹 뷰티 에디터인 나보다 더 화장품에 대해 잘 아는 전문성을 지닌 인플루언서들도 물론 있으나, 대부분은 그냥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 혹은 사업가일 뿐이다. 게다가 팔로어 수는 얼마든지 조작도 가능하다.

사사건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반대 입장도 문제는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불량품, 부작용, 잘못된 고객 응대 등의 사례는 과연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것일까? 만약 인진쑥 추출물이 100% 함유됐다고 설명하는 제품을 블리블리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한 것이 지탄받을 일이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글쎄요’다. 결코 ‘잘한 일’이라 할 순 없지만 제품의 가격에는 단순히 원료 가격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에서도 매우 유사한 콘셉트인 발효 녹차 추출물 100%의 에센스 제품을 판매하는데, 이는 블리블리의 인진쑥 에센스보다도 월등히 비싼 17만원(120ml) 선. 미투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미샤의 일명 ‘개똥쑥 에센스’ 또한 4만2천원대(150ml)다. 블리블리 제품들의 품질 논란도 마찬가지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부작용 피해 제보가 유난히 많은 제품은 핑크필링패드, 핑크진정젤, 착한 선스틱 등이다. 사용 후 피부 트러블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런 문제는 어느 브랜드의 어떠한 제품을 사용해도 피부 타입이나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제품의 신선도 문제라면 얘기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도 블리블리의 화장품은 임블리의 패션 제품들과 같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보관·유통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의류와 달리 화장품은 환경, 특히 온도의 변화에 취약하다. 

그래서 (누구도 관심 있게 보지 않았겠지만) 거의 모든 화장품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써 있다. ‘직사광선을 피해서 보관할 것’.

매거진에는 속칭 2가지 성격의 기사가 있다. ‘유가 기사’와 ‘무가 기사’다. 한마디로 스폰서(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데, 이에 따라 원고 내용도 달라진다. 후자는 아무래도 기자의 의견이 많이 들어가고 종종 객관적인 비판이 섞인다면, 전자는 당연히 찬양 일색이 될 수밖에 없다. 단어 사용에 있어서도 큰 갭이 있다. 일반적인 기사에서는 ‘노화를 막는다’, ‘주름을 없앤다’, ‘살이 빠진다’와 같은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말을 쓰는 데 제약이 없다. 하지만 유가 기사는 광고의 일종으로 분류돼 표현의 자유가 한없이 줄어든다. 손가락 가는 대로 마음껏 타이핑을 하다가 간간이 유가 기사를 쓰려면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익숙지 않음은 종종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낳기도 해서, 어느 때부터인가는 아예 원고 ‘심의’를 거친 후 기사를 내곤 한다.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은 뷰티 에디터도 사정이 이러한데 전혀 훈련되지 않은 인플루언서들은 오죽하랴. 모르긴 몰라도 계획적으로 과장&허위 설명을 했다기보다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라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물론 무지도 때로는 죄가 된다). 실제로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시된 사례를 보면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고 피부를 정화하는 진정 토너’, ‘홍조가 진정됐어요’, ‘나의 얼굴형을 V로’,  ’피부 세포를 촘촘하고 탄력 있는 피부로 변하게 하는 고밀착 마스크’, ‘미백 앰풀 부분 온라인 1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과대 광고 행정 처분을 받았다. 심지어 과대&허위 광고로 인한 식약처의 징계는 매달 빠짐없이 공시될 만큼 비일비재하다. 물론 흔하다고 해서 잘못이 정당화될 순 없다. 단, 비난의 화살이 ‘임블리’로만 향할 것인가 하면 그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내 피부를 지키는 건 결국 나의 몫!

지난해 말 기준 식약처에 등록된 국내 화장품 제조와 제조판매업체는 무려 1만3천여 개.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뷰티 에디터로 살아온 나조차도 이쯤 되면 분간이 어렵다. 백화점 물건이 최고로 여겨지던 화장품은 로드숍을 거쳐 모바일 속으로 들어왔다. 판매처는 다양해졌고, 브랜드는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스크린 몇 번만 터치하면 곧바로 다음 날 택배 박스를 받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늘어난 시장 규모만큼 구매자들의 안목도 높아졌을까? 전직 뷰티 에디터 출신의 뷰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A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겟잇뷰티> 같은 TV 프로그램과 ‘화해’ 같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의식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나, 상당수는 여전히 확실한 기준 없이 자극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흔들려 제품을 구입한다는 거다. “호박즙이라니요. 식품은 정말 함부로 구입하는 게 아니에요. 최근 인터넷상에서 엄청나게 눈에 띄는 다이어트 보조제도 마찬가지예요. 따져보고 또 따져봐야 합니다.” A는 입소문을 믿기보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의학적인 배경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약처, 소비자원,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논문을 확인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어렵다면 그냥 검색창을 이용하는 것만이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다. 단, 긍정적인 글보다는 부정적인(부작용 등) 글을 찾아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것. 제발(!) 판매자의 말을 모두 사실인 양 신봉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지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다음은 과연 그것이 나한테 현재 필요하고, 내 몸에 맞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제아무리 좋은 식품도 맞지 않는 체질이 있고, 신비의 묘약이라 할지라도 독성이나 부작용은 존재한다. 그 좋다는 비타민 D도 설사와 변비, 메스꺼움, 피로와 같은 고칼슘 혈증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호박, 옥수수수염 같은 천연 식품조차도 과도한 이뇨 작용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도 부족할 게 없어요. 내 몸은 온전히 나의 것이라 다른 누가 대신 판단해줄 수도 없고, 문제가 생긴다고 책임져주는 것도 아닙니다.” 팔로어 수는 인기의 척도일 뿐 그들의 전문성이나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없다.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무조건 믿고 따라 살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바탕으로 소비를 결정해야 한다. 벗어 빨아버리면 그만인 옷이 아닌 만큼 내가 먹는 식품과 내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까칠하고 깐깐하게 골라야 한다! 판매자에게는 책임감이, 소비자에게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때이다.


CREDIT
    freelance editor 김희진
    photo by (이미지)daily mail, facebook, therevelist.com/Doe Deere blog azine archive, twitter@thekatvond forbes.com
    web Design 조예슬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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