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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 Thu

리얼 클럽 관계자를 만나봤더니

빵빵 터지는 앰프와 현란한 조명을 사랑하는 클러버들에게 밤 문화의 쟁점은 ‘부비부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추문의 온상이 된 강남 클럽의 실상을 알기 위해 코스모는 클럽 전·현직 관계자들을 만났다. 음악과 조명을 걷어내고 맨 정신으로 들여다본 클럽의 이면은 참혹했다. 제대로 놀려면, 먼저 정색하고 우리의 유희 문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려진 스테이지 너머에는

“클럽에 가길 좋아한다”라는 말에는 왠지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정답이 있다면 “진짜 춤만 추러 가요” 정도? 단순히 ‘헤픈 여자’로 보일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니다. 클럽에 갈 땐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이를테면 자정까지 여성 무료 입장, MD나 테이블 손님 게스트 입장 등의 혜택(?)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건가? 여성은 입장 비용도 아끼고 테이블에서 비싼 술을 얻어 먹는데, 줄 서서 돈 내고 입장하는 남성들에게는 ‘역차별’인 걸까? 클럽에 갈 때 나는 늘 먼지 쌓인 컬러 팔레트를 꺼내 아이섀도라도 찍어 바르고, SPA 브랜드에서 한 번 입고 버릴 것 같은 화려한 원피스도 사곤 했다. 분명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입어보겠어’라는 생각이었는데, 아무런 소득(?) 없이 집에 오는 날에는 왠지 허무했다. 팔리지 않고 종일 디스플레이됐다가 불 꺼진 진열장에 남은 상품 같은 기분이랄까. 그런데 최근 ‘버닝썬 게이트’를 계기로 강남 클럽의 실상을 접하고 나니 내가 느낀 그 찜찜함이 그냥 기분 탓은 아니었다. ‘탈코르셋’을 이야기하는 어느 여성 유튜버는 “클럽이 여성들의 꾸밈 노동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라고 말한다. 예쁘게 치장한 여성들을 클럽 안에 끌어들이고, 그것을 빌미로 남성들이 클럽에서 테이블을 잡고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는 거다. “좋은 술이 테이블에 올라오면 그 주위로 여자들이 몰리기도 해요. 남자들은 돈을 펑펑 쓰면서 자아도취하고, 여자들은 비싼 술을 마시면서 대접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강남에서 5년째 클럽 MD로 일하는 김우현(가명) 씨의 말이다. 테이블 매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그에게는 하루에도 3천만~4천만원을 쓰는 ‘고액 손님’들이 가장 중요하다. 인센티브 비율이 많게는 30%까지 올라가니, 한 달 수입이 1천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이면이 있다. 바로 2차 성매매다. “새벽 3시가 기점이라고 봐요. 일반 손님들은 클럽에서 만난 파트너와 짝을 지어 근처 숙박업소로 향하지만, 고액 손님들은 ‘점찍어둔’ 여성을 데리고 갈 차량을 대기시키죠.” 2016년 3월부터 6개월간의 강남 클럽 잠입 취재기를 바탕으로 최근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낸 작가 주원규에 따르면, 고액 손님들에게 클럽은 성매매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다. 주로 ‘포주 MD’를 통해 유흥업소 여성을 소개받지만, 때로 업소 외 여성과의 관계를 원하는 손님이 있다. 물론 이 경우 합의하에 성매매가 성립할 리 없다. MD를 따라 강남의 대형 클럽 스테이지 속, 숨겨진 룸으로 들어간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GHB(일명 물뽕)를 이용한 성범죄가 자주 있느냐는 질문에 김우현 씨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말미에 “하루에도 수천만원, 심지어 억대 단위로 매출을 내는 고객이 요구하는 일은 해줄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주원규 작가에 따르면 고액 술값에는 ‘2차 세팅비’가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 클럽 관계자들은 이걸 두고 ‘리얼 파티 타임’, ‘스페셜 이벤트’ 등과 같은 은어를 쓴다.


강남 클럽은 왜?

근래 강남 클럽의 풍경은 ‘나이트’와 ‘성매매 업소’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 듯하다. 대체 강남 클럽에서는 언제부터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클럽 MD라는 직업이 대두된 게 최근 4~5년 새예요. 특히 강남권에서 MD 역할이 두드러지는 건, 치솟는 월세 때문에 높아지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려 클럽 오너들이 경쟁적으로 테이블 판매고를 올리려 하기 때문이에요. MD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여성을 소개해준다’는 ‘옵션’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생겼죠.” 김우현 씨가 말하는 ‘픽업 MD’는 함께 술 마실 여성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성매매 혹은 성범죄가 횡행하게 된 것은 강남 클럽을 운영하는 자본의 출처와 관련이 더 크다고 주원규 작가는 말한다. “강남에서 큰 자본을 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법 유흥업소나 도박장 등과 연결돼 있어요. 해외에서 ‘검은돈’을 다루는 투자자들도 얽혀 있고요. 강남의 유명 클럽이 주로 고급 호텔 안에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죠.” 한편 현직 MD 김우현 씨의 설명은 이렇다. “라운지 걸이 등장하는 강남 클럽의 경우 접객원을 두는 ‘1종 유흥업소’로 등록해야 맞는데, 1종 업소 허가받기가 쉽지 않아요. 호텔이 예외인 건, 해외에서 온 고객들이 큰 돈을 쓰고 가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요.”

지난 3월 <그것이 알고싶다>는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사실 강남 클럽과 정치권 유착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죠. 클럽 운영주는 불법 유흥업소를 함께 운영하고, 그 업소의 주 고객층은 정치계 고위 인사들이니까요.” 김우현 씨의 말이다. 그가 일하는 강남 클럽에서는 종종 재벌가의 미성년 고객을 입장시킨다. 자본을 쥔 남성들이 2층 스테이지에서 몸을 숨긴 채 ‘예쁜’ 여성을 물색하고, 술에 유해 약물을 타 성범죄를 저지르고, 신고를 해도 경찰은 출동하는 일이 없다. 가해자들은 성범죄 장면을 불법 촬영해 유희로 소비하고 피해자를 협박한다. 이 정도면 가히 무법 지대라 할 만하다. 주원규 작가는 강남 클럽을 두고 ‘천민자본주의와 여성 상품화의 응축체’라고 표현한다. 더 심각한 건 강남 자본이 홍대 클럽까지 뻗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클럽 가드 스타일을 보면 유추가 가능해요. 원래 홍대 가드들은 사복 차림으로 클럽 내에 섞이며 크고 작은 분쟁을 조절하는 편이었는데, 슈트 차림의 ‘강남형 가드’가 등장하고 있거든요. 이들은 고액 테이블 손님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즉 그들이 일으킨 문제를 ‘내부적으로 처리’해 경찰이 클럽에 진입할 일이 없도록 하는 겁니다.” 인디 밴드와 아마추어리즘이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던 홍대 상권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공동화 현상을 겪고, 그 자리를 강남 자본이 프랜차이즈의 형태로 채우고 있다는 거다.


두려움 없이 즐거울 권리

최근 상황을 보다 못한 일부 여성들은 클럽 불매 운동을 주창하기도 한다. 물론 여성들의 단체 불매가 클럽 매출에 타격을 입힐 수는 있을 테다. 그러나 클럽 불매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여성들이 클럽에 가지 않아야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일방적 원인이 아닌 곳에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강남의 클럽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어떤 형태로든 검은 자본은 다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주원규 작가는 제도적으로 공정 수사와 처벌이 필요한 한편, 일상과 미디어에서 젠더 인식을 바꾸는 길고 지난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답답하게 들릴지 몰라도 왜곡된 성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를 단번에 뿌리 뽑을 수는 없다.

한편으로  음악과 파티 문화에 젖줄을 대고 있는 클럽 문화의 본질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MD가 클럽에서 떠오르기 이전에는 ‘파티팀’이라는 개념이 더 주목을 받았죠. 의상이나 음악을 콘셉트로 파티를 기획하고, 그 파티가 흥하면 다른 클럽에서 해당 파티팀을 초청해 좀 더 발전된 형식으로 다시 하고요. 그건 건전한 문화였다고 생각해요.” MD로 일하기 전부터 클럽을 자주 드나들었던 김우현 씨 역시 문화적 토양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태원의 경우도 소규모 클럽은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편이고, 클러버들은 ‘물 좋은 곳’을 찾기보다 라이브 공연과 DJ 라인업을 살핀다. 이런 클럽에서는 MD의 역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 술을 주문해 마시고 일행과 가무를 즐긴다. 주원규 작가는 그나마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 클럽 문화가 성숙한 편이라고 본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클럽 문화가 형성되면서 유흥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거든요. 다만 강남의 경우 단기간에 자본주의의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은 데다 폐쇄적 성 문화와 남성 중심주의가 결합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죠.”

우리에게는 화려한 이브닝 파티가 필요하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이벤트 말이다. 그러나 유희와 배설은 다르다. 우리가 놀 때조차 우리를 옭아매는 젠더 고정관념과 뒤틀린 성 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끔찍한 일이 아닌가? 파티는 전복의 경험을 선사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여성들에게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반짝이는 조명과 심장을 울리는 음악 아래 물아일체의 ‘땐스’ 타임을 즐길 권리가 있다. 다만 지금 클럽의 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래서 클럽에서 논다는 일이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직시할 의무는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클럽 문화가 그 클럽을 채우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말이다.



CREDIT
    editor 김예린
    photo by Stocksy
    web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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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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