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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Tue

에디터의 러닝 크루 '인싸'되기

날마다 혼자 운동하는 것도, 꽉 막힌 실내에서 러닝 머신 위를 달리는 것도 지겨워질 때쯤 달리기 클럽에 갔다. 나 빼고 다 친해 보이는 그들 사이에 내가 낄 수 있을까? 연차가 쌓일수록 사회성은 차감되는 에디터의 러닝 클럽 적응기. 정회원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사회생활을 거듭할수록 익숙한 사람만 만나게 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건 내겐 일의 연장이다. 매달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게 직업인 데다 태생적으로 나는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다. 밥 벌어먹고 살고자 노력한 끝에 ‘그나마’ 사회화가 된 게 지금의 나다. 작년 여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부담스럽게 영업하지 않는 헬스장을 찾고, 나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 PT 트레이너를 찾는 건 큰일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을 무렵, 내 삶이 어쩐지 단조롭게 느껴졌다. 각종 술자리와 클럽을 다니며 활발한 ‘소셜 라이프’를 즐기는 절친을 보니 조바심이 났다. 목적 분명한 소개팅을 해도 그놈이 그놈인 것 같고, 틴더를 하면 할수록 자괴감만 커져갔다. 혹시나 지적인 남자를 만날까 싶어 독서 모임계 ‘듀오’로 통하는 곳에도 얼씬거려봤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고립된 것 같았다. 꼭 연애를 해야겠다는 부담 없이 회사가 아닌 곳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적어도 한때는 어디를 가든 ‘인싸’ 근처에 있던 나를 찾고 싶었다.


같이 뛰어볼까?

그러다 SNS에서 서울 한복판을 달리는 러닝 크루 사진 한 장을 봤다. ‘그래, 이거야!’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가장 단출한 차림(이라고 쓰지만 알고 보면 디테일에 엄청 신경 쓴 옷차림)을 한 채 땀 흘리며 뛰는 모습, 그 무리 속에 내가 있다면 어떨까?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달리기를 하는 선배 K에게 그녀가 속한 러닝 클럽에 내가 낄 틈이 있는지 물었다. K는 난처한 얼굴로 그 클럽에는 이미 준프로가 많아 나 같은 초짜가 가봤자 상처만 남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물었다. “네 목적이 뭔데?” 불금에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오는, 심신이 건강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운동까지 할 수 있는 것. 내가 러닝 클럽에 가입하고 싶은 목적이었다(게다가 별도의 기구나 돈이 들지 않는 간단한 운동 아닌가!). K는 나 같은 ‘러닝 애송이’에게 우호적이어서 적응이 쉬울 거라며 한 러닝 클럽을 추천했다. 규모와 무관하게 서울에 있는 러닝 클럽은 수십 개가 된다. 대부분 달리는 지역에 따라 나뉘는데, 내가 간 클럽은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잠실 주변을 뛰었다. 그들은 나와 같은 뜨내기손님(이 될 수 있는), 즉 비회원을 위한 ‘게스트 러닝’을 연다. 금요일, 저녁 8시, 올림픽공원. 막상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소소한 것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옷은 어디에서 갈아입지?’. ‘짐은 어디에 보관하고?’, ‘물도 챙겨 가야 할까?’…. 그런데 막상 당일 그 시간이 되니, 나처럼 뻘쭘해하며 집합 장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꽤 많았다. 검정 레깅스에 러닝화.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옷차림을 한 덕에 단번에 그들이 달리러 나온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곳엔 트렁크까지 열린 차 한 대가 있었다. 클럽 스태프의 차로, 회원들의 짐 보관소 역할을 한다. “차 있으면 사람들이 되게 좋아해”라고 말했던 K의 말이 떠올랐다. 40~50명 정도 되는 사람이 한데 모여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3km·5km·7km 코스로 나눠 달린다. 당연히 처음 뛰는 사람은 3km가 가장 무난하다. 그에 맞게 뛰는 속도를 맞춰주기도 한다.


내 속에 ‘활어’ 있다!

“처음 오셨어요?”, “뛰는 거 재미있어요?” 신입 회원이 클럽에 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처음부터 달리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5분만 뛰어도 심장이 활어처럼 팔딱거리고, 입에서 단내가 폴폴 풍기는데…. 무수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반환점이 보인다. 코스는 시내와 공원을 오간다. 사람들은 이 검은 옷차림을 한 무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사실 사람들을 의식할 새도 없이 달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소속감이다. 무리와 조금 뒤떨어진다 싶으면 양떼 몰이를 하듯 스태프들은 독려한다. “달려야 덜 힘들어요! 헛, 둘! 헛, 둘!” 달려야 덜 힘들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멈추지 않고 뛰다 보면 뛸 만하지만, 뛰다 걸으면 세상 편한 것도 사실이니까. 어쨌든 구령에 맞춰 뛰다 보니 어느새 완주.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스태프들은 달리는 틈틈이 DSLR 카메라로 회원들을 찍는데,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려준다. 그 사진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환하게 웃으며 여유롭게 뛰는 사람은 정회원,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은 비회원이라는 것을.


목표는 정회원

혼자 러닝 클럽에 가서 뻘쭘한 순간은 처음 스트레칭을 할 때, 중간 지점에서 쉴 때다. 예의상 스태프가 말은 걸어주지만 그 대화는 그리 길지 않다. 이미 돈독한 친분이 있는 기존 회원들끼리 인사하고, 수다 떠느라 정신없으니 말이다. 마무리는 처음에 모였던 공원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스트레칭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 흔한 뒤풀이는 없다. 이대로 집에 가기엔 어쩐지 서운하다. 정규 런에 5회 이상 참석한 사람만이 정회원이 되는데, 그들에게는 단체 카톡방 입장과 각종 러닝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진짜 러닝을 하고 싶어 오는 사람을 배려하려는 목적이에요. 괜히 다른 목적으로 헛물만 켜고, 다른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운동은 안 하고 향수 냄새만 풀풀 풍기는 사람들을 한 번 필터링하겠다는 의도가 있죠.” 3년 동안 러닝 클럽에서 달리기를 했다는 한 회원의 말이다. 오랜만에 도전 의식과 목표 의식, 오기가 꿈틀댄다. 그동안 날마다 출근하고, 매달 마감하는 것 외에 성실하게 꾸준히 했던 게 있었던가? 어느 집단의 ‘인싸’가 되고 싶은 의지가 생긴 적이 언제였던가? 러닝 클럽에서는 잡기나 꼼수만으로는 ‘인싸’가 될 수 없다. 아니, 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몇 주간 뻘쭘한 시간 10분을 견디며 50분을 달렸다. 그 노력 끝에 정회원이 되기까지 2회 차를 남겨두고 있다. 어설프게 뛰는 신입을 향해 먼저 눈인사를 하고, “달리기 재미있어요?”라고 뻔뻔하게 물을 날이 머지않았다. 때마침 봄은 무르익었고 밤공기는 삽상해졌다. 함께 뛰기 좋은 계절이다.



CREDIT
    에디터 전소영
    사진 Getty Images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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