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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Thu

섹스 신을 대신 연기해드립니다

액션 신 촬영장에는 스턴트맨이 있고, 동물 촬영을 할 땐 조련사가 옆에 있다. 그런데 왜 섹스 신 촬영 현장에는 배우들을 보호하는 사람이 없을까? 그래서 등장한 신종 직업,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에 대해 알아봤다.



연기하라고 했지, 진짜 하라고는 안 했잖아요?

지난해 영화 촬영 도중 감독과 상대 연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어느 배우의 고백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2001년, 영화 <나쁜 남자> 촬영 당시 김기덕과 조재현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배우 서원의 폭로였다. 이를 시작으로 이들에게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배우들의 추가 증언이 이어졌다. 

연기를 빙자해 강간에 가까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례도 있다. 배우 반민정은 2015년 4월에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상대 배우였던 조덕제가 자신을 강제 추행했다고 고발했다. 그가 그녀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주요 신체 부위를 희롱했다는 것이다. 당시 두 배우는 남편이 부인을 강간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하지만 신체 접촉에 관한 서로의 동의나 합의는 없었다. 강간 연기가 실제 강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은 분명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개인의 인권을 침해받은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느끼면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여전히 실질적인 제도나 장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하다. 하지만 적어도 촬영 현장에서 사전 동의 없이, 혹은 하나 마나 한 애매한 합의 후에 발생하는 성희롱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 배우들에겐 어느 정도 이상의 노출과 신체 접촉은 거부한다고 정확히 ‘선’을 그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왜 필요해?

1970년대 미국 포르노 산업의 뒷면을 그린 드라마 <더 듀스>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섹스 신이 등장한다. 특히 시즌 1에서는 매우 노골적이었다. 매기 질렌할이 연기한 캐릭터 ‘캔디’와 그의 애인이 섹스하는 장면은 자주 회자된다. 관계하는 중 남자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반면 만족하지 못한 여자는 등을 돌려 몰래 자위를 시작하고 남자는 등 너머로 그 모습을 쳐다보는 광경이 펼쳐진다. 두 배우는 스튜디오 안의 수많은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강도 높은 정사 연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할리우드에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섹스 신 촬영 시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한 신종 직업,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

그렇다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란 무엇일까? 아직은 생소한 이 직업은 지난 2015년에 알리시아 로디스와 토니야 시나, 시오반 리처드슨이 손잡고 국제 인티머시 디렉터 협회(Intimacy Directors International, 이하 ‘IDI’)를 설립하며 생겼다. IDI는 섹스 신을 촬영할 때 배우의 요구 사항을 제작진에게 전달해 이상적인 촬영 환경을 조성하는 비영리 단체다. 갑작스럽게 수위 높은 노출과 ‘빡 센’ 섹스 신을 요청받아도 거부하지 못하는 많은 배우에게 이와 같은 대변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촬영장에서 행여라도 까탈스러운 배우로 낙인찍혀 욕을 먹거나 더 나아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 두려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무수한 스태프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더군다나 촬영장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일부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수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눙치며 배우에게 연기를 지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이들 사이의 중재자가 필요한 것이다.


 “선 넘으시면 안 됩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배우들이 직접 말하기 불편한 요구 사항을 촬영 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배우에게 섹스 신을 찍을 때 어떤 체위와 자세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어느 수준의 신체 접촉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촬영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선’을 넘지 않게 요청하는 것이다. 배우들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가리개와 받침대 같은 소품을 준비하는 일 역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임무다. 배우들의 몸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땀이 나거나 발기가 되는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촬영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상대 배우가 신체적 감각을 느끼지 않도록 ‘공사’를 하는데, 배우의 주요 부위를 가리기 위해 마치 특수 분장을 하듯 네오프렌과 실리콘 등 다양한 소재의 소품을 활용한다. IDI는 기존 촬영 시스템에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감독이 배우가 ‘진짜 느끼는’ 장면을 카메라에 포착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얻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1세대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알리시아 로디스는 ‘일단 해봐’라는 방식이 성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촬영장에서 ‘인티머시’는 단지 섹스 연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신체와 정서가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환경,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은밀한 순간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단어다. 섹스 신뿐만 아니라 출산하는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을 안고 있는 아버지 등을 연기하는 촬영 현장에도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하는 이유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권장하는 시대

짧은 역사에도 로디스를 비롯한 1세대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들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다. <더 듀스> 제작진은 방송사 HBO를 설득해 그들이 제작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하도록 권장했다. 작은 변화는 나비효과처럼 업계 전체에 퍼져나갔다. 넷플릭스, 아마존, 쇼타임, 훌루 등 굵직한 제작사가 모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기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영을 앞둔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도 이런 움직임에 참여했다. 키트 해링턴과 에밀리아 클라크의 엄청난 섹스 신이 예고되면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두 배우가 서로를 쓰다듬고 깨물고 키스하는 연기 또한 100% 상호 이해와 동의하에 이뤄졌다. 물론 이때도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함께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 열악한 촬영 현장 등도 개선되지 않는 와중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기용하길 바라는 건 사치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들과의 협업을 권장하는 헐리우드의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어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의식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CREDIT
    글 마리엘 와킴(Marielle Wakim)
    에디터 하예진
    디자인 조예슬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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