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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Mon

무취미자를 위한 변명 혹은 응원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사람, 그럴듯한 취미 하나 만들려 애쓰는 사람, 이 모두에게 묻고 싶다. 취미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하면 좋고, 즐거운 것.



내 취미는 맥주 마시기다. 살랑살랑 바람 부는 계절 바깥에 앉아 마시는 맥주도 좋아하고, 회사 일로 하루 종일 시달리고 돌아온 날 냉장고에서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도 좋아한다. 맥주가 어깨를  툭 치며 건네는 듯한 낙관이 좋다. ‘그런 것도 취미가 되나?’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마 좀 더 취미다운 취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일지 모른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의 ‘취미란’ 앞에서 막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칸을 공란으로 비워두고 있는, 언젠가 생길 진짜 취미를 기다리는 사람. 나 역시 취미 앞에선 늘 작아지곤 했다.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취미란에는 독서, 영화 감상 등 모범 답안처럼 통용되는 것을 대충 적어 넣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선 당황하고, 머릿속을 헤집어 대답할 말을 찾다가 결국 “저는 마땅한 취미가 없어요…” 우물거리고선 자책하는 일의 반복. 어렵지도 않은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나는 취향 없는 사람,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보일 거 같아 괜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취미를 고민하는 게 취미라고 해야 할 판이었다. 말 그대로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채워 넣으면 되는 취미란 앞에서 왜 자꾸 ‘맞는 답’이 있는 것처럼 고민하게 되는 걸까? 남의 답을 기웃대며 남과 비슷한 것, 남들 눈에 있어 보이는 것을 찾으려 하는 건 또 왜일까? 


그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어느 날 술자리에서 “나는 진짜 취미가 없어”, “아니, 내가 더 없는데?”, “아니, 아니 내가 더!” 너도나도 앞다퉈 고백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 땐 모두 취미가 있는 친구들이었다. M은 틈만 나면 코인 노래방에서 최신 곡을 부르고, H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자신만의 먹스타그램 피드를 완성하고 있었으며, L은 웃긴 짤을 수집하고, 대화의 적재적소에 투척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게 취미가 아니냐 물으니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그건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지.” “그게 취미 아닌가?” “아니지, 취미란 건….”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다 말문이 막히자 취한 우리는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봤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명시한 취미는 다음과 같았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초등영어 개념 사전>에서 정의한 취미는 이랬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여태 우리는 취미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서 즐겨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취미인데도 말이다. 


“취미가 뭐예요?” 하는 질문은 곧 “무엇을 할 때 즐겁나요?”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맥주를 마시고, 자주 골목길을 산책하고, 근사한 구름과 노을을 보면 꼬박꼬박 사진을 찍어두는 나는 알고 보니 취미 부자였다. 누구에게나 즐거운 순간은 있으니까 우리에겐 취미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알아보지 못한 것뿐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즐거워지는 순간을 아는 것. 정답은 없다. 내가 즐겁다고 느끼면 그뿐, 잘할 필요도 없다. 잘하는 건 특기지, 취미가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즐거워지는 순간을 알고 또 반복하는 것은 행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행복을 만드는 일이다. 이건 취미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거의 전부이기도 하다. 자, 그럼 취미란 앞에서 망설이길 그만두고 나만의 즐거움에 대해 답해보시라. 당신의 취미는?



About 김신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여긴 지금 새벽이야>의 저자. 매거진 <페이퍼> <어라운드> 등에 글을 연재했다. 너무 사소해 지나치기 쉬운 것을 좋아하는 게 취미며,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ㅎ’이라 부른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brunch.co.kr/magazine/joachi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CREDIT
    글 김신지
    에디터 전소영
    일러스트레이터 최호형
    디자인 조예슬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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