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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1 Thu

믿고 듣는 고막남친 폴킴

잔잔한 물이 깊은 법이다. 폴킴은 치열한 음원 차트 속 승자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을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뿐이다. 폴킴의 깊은 봄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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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2월 11일) 생일이었죠. 

생일날은 너무 행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보내요.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모를까, 태어난 게 뭐 대수라고 특별한 걸 하겠어요.


스스로 ‘노래하는 폴킴’이라고 소개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저에게 너무 과하지도 않고, 제약적이지도 않은 수식어인 것 같아요. 저는 제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수식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흔히 폴킴에 대해 음악도 분위기도 모두 담백하다고 말해요.

겸손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저는 제 주제 파악을 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분수에 맞는 걸 하려 노력하고, 그 범주를 벗어나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으려 해요. 제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순전히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자만한다면, 그 상황에 도취돼 음악을 오래 못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겸손하지도 않죠. 그만큼 자존감이 낮지 않거든요.


선배 이소라의 신곡이 나온 시기와 싱글 앨범 <초록빛>의 발매 시점이 비슷했어요.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선배와 나란히 음원 순위에 있어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소라 선배님 7집 앨범에 써 있는 “나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이라는 글귀를 보고 가수를 꿈꿨는데, 그때 기억이 떠올랐어요. 저처럼 꿈을 좇던 친구들과 보낸 시간도 생각났고요. 마냥 기쁜 걸 넘어서 감격스러웠어요.


이소라 씨와 사적으로 만난 적은 없어요?

제게 그분은 롤모델을 넘어 위인 같은 존재예요. 그런 분을 직접 만나면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아요. 그래서 직접 만나고 싶진 않아요. 가끔 이소라 선배님을 실제로 보면 어떨까 상상하는데,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듀엣이오? 꿈은 크게 꾸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저는 꿈도 못 꿨어요. 저는 그분의 노래를 들으며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거지, 그분과 함께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니까요.


폴킴의 음악에 가사를 빼놓을 수 없죠.

원래 가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이소라 선배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단어로 노래를 불러도 되는구나’, ‘이렇게 가사를 쓸 수 있구나’라며 충격과 자극을 받았죠. 그때부터 제 느낌을 노래에 담고, 제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음악 작업할 때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어요?

저 스스로를 작곡가 혹은 싱어송라이터라 소개하지 않는 이유가 직업이 작곡가인 분들처럼 작업을 못 하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은 습관처럼 작업을 하시니까요. 대신 저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아요. 그때가 절대 자주 오지 않거든요. 다른 분들의 작업 스타일을 우연히 알게 되면 거기에서 배우기도 하죠. 또 한번에 곡이 몰아서 써지는 순간도 있어요. 그냥 그때를 잘 기다리면서 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죠. 저는 딱 제가 부를 목적으로 노래를 만들어 부담이 덜한 편이에요. 그냥 이렇게만 꾸준히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하하.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뭐예요?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노래하는 게 좋아 가수가 된 셈이죠. 그때 저는 제게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지함에서 나오는 도전 정신이었던 것 같아요. 이쪽 상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거죠.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어요.

군 제대하고 24~25살 때쯤 가수가 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애초에 부모님의 허락을 바라고 말한 게 아니었어요. 그저 저의 인생 계획을 알려드린다는 목적이었죠. 반대하실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그동안 믿고 지지해주셨으니까 그때도 당연히 그렇게 해주실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라 당황스러웠죠. 원래 되게 열려 있고, 자유로운 분들인데 유독 제가 음악하는 것에 대해 냉정하셨어요. 그래서 제 안에 작은 분노가 있었죠. ‘두고 봐, 내가 꼭 음악으로 성공하는 걸 보여주겠어!’ 이런 생각도 하고,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망 같은 것도 있었고요. 그렇게까지 부모님이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했던 건 처음이었어요. 지금은 무척 좋아하시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음악을 하게 됐을 때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지 않았나요?

그때 공부한 것 모두 도움이 돼요. 유학 생활하면서 배운 외국어나 문화는 노래 부를 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경영학을 공부해 그런지 그냥 누군가 만들어주는 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됐거든요. 그리고 나름 현실적인 면을 빨리 깨닫고 거기에 맞게 계획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폴킴 국적’이 떠요.

폴킴은 중학교 때부터 뉴질랜드에서 유학 생활하며 썼던 영어 이름이에요. 노래하면서 제 이야기를 계속할 건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폴킴일 때의 얘기라 활동할 때도 그 이름을 그대로 썼죠. 한국 이름인 김태형이었을 때의 이야기는 너무 어려서 기억이 나질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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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하는 아이돌에 비하면 데뷔가 늦었어요. 그래서 더 조바심 나지 않았어요?

왜 안 그랬겠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 데뷔했어도 조바심이 났을 거예요. 미래가 보장된 직종이 아니니까요. 가수라고 노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생활하느냐가 중요해요. 음악을 시작했을 때가 2011년이었는데 벌써 8년이 흘렀어요. 저는 오랫동안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께서 “너는 정말 빨리 성공한 거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제 성공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빨랐던 것 같아요.


힘들 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했어요?

술? 하하. 아르바이트할 때 주변에 있는 저와 같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저만 힘든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있는 그대로 나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죠.


스스로 생각할 때 폴킴의 매력은 뭐예요?

아까 말했듯이 분수를 아는 것? 하하. 제 인생 모토가 중도예요. 사람은 항상 업 앤 다운이 있잖아요. 그 중간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제 매력인 것 같아요.


신곡이 나오면 음원 차트 순위 많이 신경 쓰죠?

하루에 천 번씩은 보는 것 같아요. 너무 신경이 쓰여 앱을 지웠다가 한 시간 만에 다시 깔고, 이걸 계속 반복해요. 하하. 


이렇게까지 인기 있을 줄 몰랐던 곡 있어요?

이번에 나온 ‘초록빛’이오. 망할 줄 알았거든요. 하하. 저를 예전부터 좋아해주셨던 분들의 취향에 국한된 곡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들어주실 줄 몰랐어요. 굉장히 폴킴스러운 곡이에요.


폴킴다운 음악은 뭔가요?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거나 어떤 감정을 가지고 쓴 곡이 아닌 제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단어로 쏟아낸 곡들이라 굉장히 개인적이에요.


인기를 급류라고 표현하며, 거기에 휩쓸리지 않게 중심을 잡겠다고 말한 적이 있죠.

대단한 급류가 있을 것 같았는데, 별로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하. 늘 1위를 하고,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을 느끼면 그것만 좇게 될 것 같아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나온 곡이 ‘초록빛’이었죠. 주변에서 잘될 거라고 했는데 제 생각은 달랐어요. 잘 안 되더라도 ‘나는 괜찮다, 실망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초록빛’이란 곡은 너무 대중적이지도, 너무 매니악하지도 않은, 애매한 노래인데 그걸 많은 분이 들어주셔서, ‘내가 하고 싶었던 걸 좀 더 해도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또 예전에는 인기에 도취될 것 같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는 그렇지 않겠구나’라는 믿음도 생겼죠. 완벽하지는 못해도 나름 잘 처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이에요?

늘 최선을 다해요. 그렇다고 저 자신을 버려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지는 않아요. 저도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존중받고 싶으니까요.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서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매력을 느껴요. 동시에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어 연애할 때 적절히 조절하는 것 같아요. 일단 즐겁고 행복하고 재미있는 게 좋아요. 제가 늘 꿈꾸는 그림이 있는데, 공익 캠페인이나 홈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화목한 가정이오. 보기만 해도 “하하”, “호호” 소리가 나올 것 같은 가족!


평상시 비속어를 쓰거나 욕도 해요?

저 그렇게 바르지 않아요. 당연히 욕하고, 비속어도 쓰죠. 공인이니까 조심하는 것뿐이에요. 우연히 저를 카페나 술집에서 보게 되는 분들은 깜짝 놀라실 거예요. 친구들이랑 술자리에 있으면 거의 봉인 해제되거든요.


폴킴의 음악을 듣고 위안받는다는 사람이 많아요. 반대로 폴킴 씨는 어떤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아요?

이소라 선배님의 음악이죠.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목적으로 그런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신 건 아닐 테지만 저는 위안을 얻었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엔 제 노래 듣는 걸 좋아해요. 제가 듣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거라 그런지 들으면서 해소되는 게 있어요. 누군가 제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는다면 그분들도 제가 음악을 만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람은 결국 다 똑같으니깐요.


카페나 길거리에서 본인 음악이 나오면 어때요?

좋아서 따라 부르죠.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더 신나서 크게 따라 불러요. 


라디오 DJ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계획 같은 것도 있어요?

당분간은 본업에 충실하고 싶어요. 이렇게 노래를 자주 부를 수 있게 된 지 얼마 안 돼 음악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가끔 예능에 불러주시면 나갈 순 있지만 그 결과는 책임 못 져요. 하지만 저는 늘 최선을 다합니다! 하하.



CREDIT
    Feature Editor Jeon So Young
    Photographer Kim Hyuk
    Stylist 이한욱
    Hair & Makeup 김환
    Assistant 김지현
    web Design 조예슬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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