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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Wed

[SKY캐슬] 히로인 오나라

무수한 명장면, 명대사를 남기고 은 끝이 났다. 고맙게도 드라마는 오나라라는 배우도 남겼다. 과거의 그 어느 순간보다 정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는 연애하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고 했다. 캐슬의 문을 열고 나올 준비를 하는 오나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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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중에도 [SKY 캐슬]의 결말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어요. 주변에서 많이 물어 곤란한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혜나’를 누가 죽였느냐고 하도 많이 물어봐 나중엔 그냥 제가 죽였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어이없어하더라고요. 하하.


워낙 드라마가 잘돼 그 여운이 꽤 오래 남을 것 같죠?

전작인 [나의 아저씨]가 끝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힘들었어요. ‘정희’라는 캐릭터가 워낙 사연이 많았고, 그 탓에 눈물도 많이 흘렸으니까요. 그 작품과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진진희’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억지로 급히 빠져나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두려고 해요.


‘진진희’란 캐릭터는 오나라 씨, 작가, PD가 함께 대화하면서 탄생한 인물이라고 들었어요.

처음에 ‘진희’는 의미 없이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비아냥거리고 줏대 없어 보이는 비호감 캐릭터였어요. 그런 모습을 연기할 때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했죠. 그렇게 해서 ‘진진희’의 캐릭터가 순수해서 잘 모르는 게 많고,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얘기하는 인물로 재탄생된 거죠. 그 덕분에 시청자들의 공감도 얻으면서 인간적인 캐릭터로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주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극 중에서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로 ‘진진희’를 꼽더라고요.

친구들을 봐도 아이를 키우는 집은 항상 고성이 난무해요. 매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고 타이르진 못하거든요. 특히 아들을 키우다 보면 엄마가 괴물이 돼요.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다 보니 주변에서 “내 모습 같다”란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남들 하는 대로 하기에는 찝찝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갈등하는 모습도 공감이 갔어요.

대다수의 사람이 리더가 되지 않잖아요.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군중심리도 작용할 거고, 무엇이 답인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부분은 저 역시 마음이 많이 갔어요.


실제 성격은 어때요?

제 촉을 믿고 따라가는 스타일이에요. 작품을 고를 때든, 누구를 만나든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편인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아요. 또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결과가 안 좋아도 ‘또 좋은 게 있겠지?’라며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죠.


[SKY 캐슬]의 흥행은 촉이 왔어요?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요.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얻어 꿈만 같아요.


드라마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극을 이끄는 주축이 모두 여성 캐릭터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모든 배우가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어요. 저는 시놉시스에 ‘극 중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역할’이라고 나오는데, 그 미션을 잘 클리어한 것 같아요. 또 출연 배우들이 모두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다 보니 각자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어요. 염정아 선배님은 저의 롤모델이었으니 두말할 나위 없고, 이태란 씨도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를 했고, 윤세아 씨도 방송을 보면서 ‘저 친구랑 있으면 행복하겠다’란 생각을 했었죠. 함께 연기하니까 시너지가 정말 좋았어요. 선의의 경쟁을 잘 펼친 것 같아요. 늘 넷이 함께 모여 촬영하는 날을 기대했어요. 각자 신을 찍다가도 단체 카톡방에 “보고 싶어”라는 말을 늘 했을 만큼요. 넷이 뭉치면 안정감이 들었어요.


[SKY 캐슬]의 최대 수혜자로 오나라 씨를 꼽더라고요. 동의하나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다른 배우들은 이미 잘 알려진 스타였지만 저는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아니었어요. 이 작품으로 제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됐으니 수혜자는 맞는 것 같아요.


원피스 가격미정 앤디앤뎁. 귀고리 5만9천원 빈티지헐리우드.


많은 분이 오나라 씨가 나왔던 이전 작품을 보며 “이 사람이 그 ‘찐찐이’야?”라면서 놀라요.

정말 이상해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제가 연기한 인물을 오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좋게 말하면 변신을 잘한다는 건데, 배우로선 굉장히 좋은 거죠. 물론 서운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다른가?’란 생각도 들고요. 심지어 <나의 아저씨>의 ‘정희’하고 ‘진희’가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어떨 땐 쾌감도 느껴요. 


최근에는 10년 전 [TV유치원 파니파니]를 진행했던 시절의 사진이 이슈가 되기도 했죠?

제가 제 무덤을 팠죠. 그때 ‘샤랑’ 언니로 활약했던 사진을 SNS에 올렸거든요. 그 덕인지 제가 나이 있는 분들보다 10~20대분들에게 굉장히 인지도가 높아요. 하하. 그 프로를 보며 자란 분들이 저를 많이 응원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제 흑역사이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왜냐하면 그때 마녀는 물론이고 쓰레기통, 바퀴벌레, 책상, 컵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거든요. 제가 나름 잘 소화해 그때 작가님이 신나게 극본을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연기 스승 같은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후회는커녕 자랑스러워요.


화제가 됐던 많은 장면이 애드리브였다고 들었어요. 순발력이 좋은가요?

감독님이 제가 널뛸 수 있게 판을 많이 깔아주셨죠. 시간이 갈수록 애드리브를 많이 요구하셔서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집에서 주어진 대사 외에도 ‘진진희’라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연구를 많이 했죠. 다행히 준비한 애드리브 장면을 방송으로 다 써주셨어요.


스스로 생각해도 기발했던 애드리브가 있다면요?

‘한서진’ 앞에서 한 “순간 쫄았네. 쪼는 거 습관됐어!”랑 ‘한서진’에게 시럽 세례를 받고 “어우, 눈깔을 못 뜨겠어”라고 했던 장면 등 무수히 많아요. 그중에서도 욕 장면은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써주신 욕은 “수박 씨 발라~”까지였고 그 뒤는 삐 처리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완성된 문장을 만들었죠. 하하. “눈깔을 확 뒤집어가지고 흰자에다 아갈머리라고 써버릴까 보다”라고요.


전작인 [나의 아저씨]와는 완전 다른 캐릭터로 변신했어요. 실제 성격은 두 인물 중 어디에 더 가까워요?

‘정희’요. 제가 늘 발랄하진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죠. 썰렁한 거, 어색한 걸 못 견디는 스타일이라 그래요. 그런데 집에서는 굉장히 차분한 편이에요. 항상 연구하고 계획하는 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정희’를 연기하는 게 편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정점을 찍고, 드라마와 영화를 시작했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오나라라는 배우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릴 때 제가 존경한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모든 것은 10년부터다.” 저는 그 10년의 법칙을 믿어요. 뮤지컬을 할 때도 묵묵하게 했더니 10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덕에 뮤지컬계에 한 획을 긋는 배우가 됐죠. 또 제가 드라마와 영화를 시작하고 10년 만에 [SKY 캐슬]의 ‘진희’를 만났죠. 10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버티고 열심히 한 우물만 팠을 때 비로소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오나라 씨가 20년 동안 한 사람과 연애를 했다는 게 한동안 화제였어요. 결혼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그 비결은 뭔가요?

저는 절대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언젠간 결혼을 할 거예요. 20년 연애를 하고 지금 우리 둘은 베스트 프렌드예요. 부모님보다도 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자,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죠. 사랑도 종류가 많잖아요. 뜨거운 사랑은 3년까지고, 그다음부터는 의리인 것 같아요. 의리도 사랑의 한 종류니깐요. 나의 모든 걸 다 알아주고, 품어주고 싫은 소리도 해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됐다는 게 너무 좋아요.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천생연분인가 싶어요. 하하. 요즘 제가 바빠서 자주 못 보지만, 자기 일처럼 좋아해요. 그런 사람 처음 봤어요. 자기가 잘되는 것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잘되는 게 더 기쁠 수가 있을까요? 그게 진짜 궁금해 정말로 좋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아요. 너무 좋다고요. 제겐 정말 선물 같은 사람이에요.


그런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은 어떻게 길러지는 걸까요?

어떻게 한 번에 알아보겠어요. 초능력자도 아니고. 하하. 자그마치 20년이에요.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없었겠어요. 서로 안 맞아 싸우고, 힘들어하면서 이런저런 걸 다 겪다 보니 맞춰지는 거죠. 사실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인정하고 맞춰지는 것 같아요.


재킷 가격미정 유돈초이. 셔츠 43만9천원 빈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기도 하죠.

사실 교수라는 직함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요. 제가 누구를 가르치겠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오리엔테이션 때 얘기해요. “나는 너희의 선생이 아니다. 나는 현역 배우고, 너희가 졸업해 현장에 오면 선후배 사이가 될 거다. 그래서 나는 권위로 너희를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같이 연구해보자. 너희가 불편한 게 있거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 얘기해라”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제자를 만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요.

선후배가 아니라 그냥 사제지간이 더 편한 관계 같아요. 학교 졸업하고 안 만나면 그만이잖아요. 현장에서 만나면 더 긴장하게 돼요. 선생님이 현장에서 못하면 제자들이 실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긴장하며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점점 좋은 선배가 되는 게 무척 어렵다는 걸 느끼죠.

존경받기보다는 대화가 잘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염정아 선배님과 연기하다 보면 저를 막 이끌어주세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잠재된 것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죠. 염정아 선배님이 제게 에너지를 주셔서 저도 모르게 따라가다 보면 정말 완벽한 신이 나오더라고요.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제작 발표회 때부터 염정아 씨를 롤모델이라고 말했어요.

20대 때부터 배우로서 염정아 선배님을 좋아했어요. 코믹, 스릴러, 멜로 등 모든 장르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배우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선배님처럼 연기하고 싶다고 꿈꿨죠. 몇 년 전 <간첩>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뵌 적이 있는데, 함께 연기하는 신이 없어 스쳐 지나갔다가 이번 작품으로 선배님을 따라다니는 역할을 맡게 된 거죠. 정말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함께 연기하면서 환상이 깨지진 않았어요?

오히려 반대예요. 지금은 저의 레전드가 됐어요. [SKY 캐슬]의 반 이상을 책임지신 분이에요. 모든 출연진이 책임을 다하긴 했지만 염정아 선배님이 힘 있게 잘 끌고 가셨어요. 너무나 멋진 배우예요.


나이에 대한 압박, 시간에 대한 조급함은 없어요?

한 번도 제 입으로 “난 나이를 먹어서”, “내 나이가 몇인데”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늙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말을 듣고, 젊은 친구들과 대화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이에 맞게 늙어가는 건 필요해요. 나이가 40살인데 20대 역할을 욕심 내면 안 되겠죠. 나이에 맞게 무르익고 싶어요.


“매 작품이 인생작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오나라 씨에게 인생작의 기준은 뭔가요?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역할을 맡은 작품이죠. 그 배우의 매력이 잘 보일 때 인생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배우에게는 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어떤 모습이든 매력이 잘 묻어 나왔을 때가 인생작이 되는 거죠. 다음 작품에서도 또 다른 저의 매력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배우와 호흡을 맞출지 저 역시 궁금해요. 그 사람과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지 기대되고요.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가 저에게 올지 연애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다시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늘 그리워요. 제 뿌리는 무대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저를 필요로 하는 곳, 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작품이 있으면 할 거예요. 예전만큼 최고의 기량이 아니라도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언제든 제가 필요하면 달려갈 거예요.



CREDIT
    Feature Editor Jeon So Young
    Photographer Choi Yong Bin
    Stylist 안정희
    Hair 채수훈
    Makeup 안희정/고원
    Set Stylist 유혜원
    Assistant 김서영, 김지현
    web Design 조예슬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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