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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8 Fri

밀레니얼 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영국의 소셜 스타 포피 제이미. 밀레니얼 세대의 전형으로 꼽히는 그녀는 26세에 모든 것을 다 가졌다. 잘나가는 패션 사업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냅챗 쇼, 그리고 두 대륙에 걸쳐 이어지는 유명인들로 가득 찬 화려한 소셜 라이프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그녀에겐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밀레니얼 세대에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디지털과 모바일을 통해 모든 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삶을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극심한 스트레스는 ‘밀레니얼 번아웃’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했다.


어느 날 나에게 벌어진 일
작년 2월 초였다. 뒤에서는 포토그래퍼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내 이마에 고운 파우더를 털고 있었다. 그날, 다른 어떤 날보다도 나는 신이 나 있어야 했다. 누가 볼을 꼬집어줬으면 할 정도로 기쁘고 에너지가 넘쳤어야 했다. 하지만 내 배는 마크라메 매듭 뭉치처럼 꼬여 들어가고 있었다. 당시 나는 절친인 배우이자 모델 수키 워터하우스와 함께 LA의 한 세트장에서 우리 둘의 액세서리 브랜드인 ‘팝&수키’의 홍보용 비디오를 촬영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만든 가방이 조명을 받아 캔디 컬러로 반짝이는 그때, 웬일인지 나는 여느 때보다 더 우울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으로 나를 판단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었다. 레이디 가가와 제시카 알바에게 ‘좋아요’를 받는 삶, 사랑받는 나만의 패션 브랜드, <필로 토크 위드 포피(Pillow Talk with Poppy)>란 타이틀의 유명 스냅챗 쇼, 런던과 LA를 오가며 여러 레드 카펫 행사에 참석하는 화려한 일상, 그리고 19살 때부터 내 피, 땀, 영혼, 눈물을 쏟아가며 일궈낸 진행자로서의 성공적인 커리어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날 오후, 내 기분이 특히나 좋았어야 했을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육체적, 감정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모든 것이 공허하기만 했다. 갑자기 눈물이 후드득 쏟아졌다. 다행히 수키와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남은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불도 겨우 들춰낼 수 있을 정도로. 지난 몇 달간 계속됐던 복부의 더부룩함은 심해지다 못해 마치 만삭인 것처럼 보였다. 오한이 내 몸을 휩쓸었고, 편도선이 부풀어오른 것 같았다. 미처 깨닫지도 못한 사이 내 몸이 한계점에 도달하고 만 것이다. 마침내 내 몸은 내 또래가 선호하는 혹독한 식단, 즉 스트레스, 커피 그리고 아드레날린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나는 아파트 바닥에 누워 움직일 수 없었다. 가족들은 백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데다, 너무 힘이 빠져 전화조차 할 수 없었다. 혼자라는 생각에 눈물을 터뜨리는 동안에도 내 근육들은 꿈틀거리며 아파왔다. 피곤함과 슬픈 감정이 한데 모여 세포 하나하나에 서서히 스며드는 와중에도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건 아주 무섭고 끔찍한 경험이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응급실로 향했다. 의사는 이런저런 검사를 진행하며 내 생활 방식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그 즉시 예상치도 못한 진단을 내렸다. 나는 ‘부신 피로’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LA의 응급실에서 마주한 ‘우리’의 피로감
이때 나는 거의 8년 만에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를 멈췄다. 국가를 넘나들며 수년간 열심히 살아왔다는 말은 다시 말해 내가 한 번도, 절대 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트렌드를 놓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메일 수신함, 인스타그램, 혹은 사교 모임 등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유럽과 미국, 두 대륙에 맞춰 내 시간을 나눠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런던에서 보내오는 비즈니스 관련 메시지가 밤이 돼 멈추면, 그와 동시에 LA의 아침 해가 뜨면서 더 많은 메시지 폭격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나는 자주 내 무릎 위에 컴퓨터를 올려두거나 손에 휴대폰을 든 채 침대에서 기절하곤 했다. 10대 시절의 나는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 다짐하곤 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런 생각이 거의 중독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지만, 대신 쓰디쓴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며 한시도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고 수많은 메일을 흡입하는 데 푹 빠져 있었던 거다.
이 모든 진단이 의사 선생님의 살균된 진료실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의사는 말했다.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고. 현재 불안감, 스트레스 그리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의 비율은 역대 최고를 찍고 있으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런 고통을 겪을 위험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이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신체와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지만, 우리의 문화는 이러한 증상을 그저 참아내기만 한다. 오히려 이런 상태를 찬양하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친구가 자신이 얼마나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지 푸념을 늘어놓으면, 당신도 더 바쁜 일들을 늘어놓으며 맞받아친 적이 있지 않나? 실제로는 당신이 더 바쁘다는 사실에  마음 깊은 곳에서 쾌감을 느낀 적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안감을 느낄 경우, 당신의 부신은 신체의 ‘투쟁-도주 상태(스트레스에 맞서거나 도망칠 수 있는 몸 상태)’에 필요한 추가적인 코르티솔을 계속해서 생산해내지 못한다. 바로 이때 ‘번아웃’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나는 내 친구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인을 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묘하지만, 우리 사이의 공통된 피로감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부터 커리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마침내 그 꿈을 이뤘을 때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그 모든 놀라운 일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우리는 멋진 파티를 주최하거나 그런 파티에 참석해 인맥을 넓히며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사실상 즐기기보단 스스로를 혹사하는 것에 가까웠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로 쓰러지곤 했다. 종종 패닉에 빠진 친구들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 얻은 성과를 스스로 축하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서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닐까 두렵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사실 그때 그들이 느꼈던 건 번아웃, 즉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던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나’를 대하기 시작하다
쓰러진 후 나는 몇 달 동안 친구들과 거리를 두며 지냈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20대에 넘쳐나야 맞다고 말하는 ‘활기’라는 것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침대에 누워 내가 오래전에 했던 인터뷰 비디오를 보며 내 ‘반짝반짝함’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슬퍼하곤 했다. 회복 과정은 더뎠지만, 텅 빈 스케줄은 점차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호흡 클래스를 추천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우리 몸은 깊숙한 호흡을 멈추는데, 복식호흡은 우리가 안정된 상태임을 신체에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클래스는 나에게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강사는 우리에게 야생동물처럼 포효하라고 했다. 배에서 올라온 소리가 폐를 불타오르게 하면서 입 밖으로 터져 나오면 내 속에서부터 해방감도 올라왔다. 보통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상황 속에서 통제감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래서일까. 고작 몇 시간 사회적 기준을 무시하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첫 수업을 마친 후 몇 시간이나 울었다. 그건 분명 이전 몇 달 동안 울었던 것과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너무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호흡 강사로서 훈련을 받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전반적인 회복은 몇 번의 깊은 호흡을 취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심지어 쓰러진 후 몇 달간은 커피숍에 들어갈 때마다 벌벌 떨기까지 했다. 카페인의 향만으로도 내 안의 패닉 알람이 울렸기 때문이다. 내 몸은 여전히 자극제에 반항하고 있었던 거다.
번아웃을 겪기 전 나는 ‘자기 관리’라는 표현이 한편으론  ‘자기만’ 끔찍하게 아낀다는 부정적인 단어로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고방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머릿속 믿음을 바꿔야 우리의 행동도 변화할 수 있으니까. 결정적으로는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한 나를 만족시킬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예전에는 눈뜨자마자 소셜 미디어를 확인하고, 계주 같은 회의 약속을 잡고, 내 일과 우정에 대해 걱정하며 의무적으로 모든 사교 행사에도 참석했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당시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내가 완전하게 지쳐야만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일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한계점까지 몰고가지는 않는다. 다시 나쁜 습관으로 슬금슬금 돌아가는 것 같을 땐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줄 알게 된 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어릴 때 우리는 외모를 가꾸는 법은 배웠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뇌를 돌보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을 위한 긍정적인 일상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는 나조차도 2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게 바로 내가 ‘해피 낫 퍼펙트(Happy Not Perfect)’라는 앱을 개발한 이유다. 내가 겪은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과 일상 속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과거의 나는 내가 감정적·육체적으로 탈진한 상태임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를 그저 무시로 일관했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 스트레스에 압도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 빈도와 강도가 훨씬 줄었다. 자기 관리는 이기적인 게 아니다. 누구든 빈 잔에서 물을 따라낼 수는 없는 법이니까.



CREDIT
    인터뷰 정리 제니퍼 새빈(Jennifer Savin)
    에디터 박지현
    포토 Ruth Rose
    디자인 조예슬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9년 0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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