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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Fri

남자들은 정말 그래?

세상 단순한 게 남자라고 하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우리는 남자를 쉽게 오해하고, 또 쉽게 이해한다. 그중에서도 여자들이 남자에 대해 갖는 오해 3가지를 꼽아 그 진실을 들여다봤다. 우리는 계속 오해하게 될까, 이젠 이해하게 될까?


 Question 1  업소 다니는 남자가 그렇게 많다던데?

북창동에 순두부만 먹으러 가는 사람도 있다니깐? 

“이번 주말에 시간 돼?” 고환 친구 중 한 명이 청첩장을 나눠주겠다며 단체 카톡방을 찾았다. 대충 고깃집에 가면 될 걸 이럴 때 한몫 크게 당기려는 놈들이 있다. “BCD 한번 쏴야지.” 여기서 말하는 BCD는 북창동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북창동 뒷골목의 역사가 40년 정도 되려나. 아마 우리 삼촌 세대부터 각각의 방식으로 불렀겠지. 어쨌든 30대 남자들 사이에서는 BCD로 통한다. 유흥업소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도 지역명을 달고 전국구로 통하는 유흥은 ‘북창동’이 유일하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1시간 40분 동안 옆에 앉은 이성과 알몸으로 놀다가 마지막 20분은 노래방 반주를 틀어두고 간접 성행위를 하는 코스. 이게 바로 ‘북창동 스타일’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과 유사하다. 사실 그것보다 훨씬 지저분하다. 지저분하게 논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냥 보기에 위생 상태가 더럽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을지도 모를 싸구려 맥주, 파리가 수십 번 앉았다 간 과일 안주에 방 안은 담배 냄새로 퀴퀴하다. 그렇게 2시간을 보내는 비용이 17만원 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17만원이면 티셔츠가 몇 벌인데. 1등급 한우를 양껏 먹고 후식으로 신라호텔에서 망고 빙수까지 먹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2018년 최저 시급의 20배에 달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 돈으론 아깝고, 기회가 생기면 이때다 싶어 쏘라고 성화를 부린다. 사실 BCD는 유흥업소 중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오피스텔이나 안마 시술소는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양주가 나오는 룸 형태의 술집은 한 사람당 50만~100만원, 혹은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이러니 어지간한 월급쟁이 봉급으로는 자주 갈 수도 없다. 물론 한두 번은 신기하고 재미있을 순 있다. 월세 내고 적금 내고 카드값까지 나가면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는데, 뭐 대단한 경험이라고 등골 휘어가며 그 짓을 하겠는가. 게다가 업소에 다녀온 다음 날만큼 공허할 때도 없다. 스트레스에 탈모까지 생겨가며 번 돈인데 단 몇 시간 만에 훅 사라진 걸 보며 느끼는 자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자들은 유흥업소를 자주 다니지 않느냐고? 글쎄, 이건 정말 ‘케바케’라 쉽게 ‘아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변기에서 똥 싸는 방법도 제각각인데 하물며 성욕을 푸는 것도 각자의 방식이 있다. 술만 먹었다 하면 강아지 오줌 지리듯 사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꼬숙이(고추의 숙주)가 있는 반면, 업소는 지저분하고 병에 걸릴 것 같다며 손사래를 치는 친구도 있다. 친구 중에 별명이 ‘삼구 형님’이라는 놈이 있다. ‘립 카페’로 불리는 유흥업소를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마니아다. 이 친구가 커피의 진한 향을 즐겨서?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립 카페는 말 그대로 ‘입으로 해주는 곳’이다. ‘립 살롱’도 아니고 ‘립 다방’도 아닌 ‘립 카페’라니. 가격은 3만9천원. 립 카페를 하도 드나들어 ‘삼구 형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삼구 형님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립 카페를 방문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여자랑 레스토랑을 가서 근사하게 식사라도 하랬더니 “길 가는 사람 100명을 붙잡고 물어봐라. 3만9천원 줄 테니까 입으로 해달라고 하면 누가 해줄 거 같아?”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한테 3만9천원도 못 쓰냐며 목에 핏대까지 세웠다. 삼구 형님의 막무가내식 열변에 묘하게 설득당했고, 친구들은 그의 취미 생활(?)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언제 갔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에디터가 박봉인 게 불행 중 다행인 걸까? 예나 지금이나 업소는 자주 못 간다. 돈이 없어서. 많이 벌면 좀 자주 가려나. 젠장, 뭐 이런 한심한 고민이 다 있지? -전지적월급쟁이시점(33세, 에디터)


 Question 2  섹스 마다하는 남자는 없다던데?

상상은 자주, 하는 건 여건 가능할 때! 

이성의 끈을 놓는 건 생각보다 쉽다. 낯선 여자들과 어울리며 남자는 너무나 쉽게 섹스를 떠올린다. ‘어떻게 하면 저 여자랑 같이 잘 수 있을까?’ 하면 안 되는 걸 잘 알면서도 쉽게 욕정에 정복당하기도 한다. 나는 친구의 여친 엉덩이를 움켜쥐거나 일로 만난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적도 있다. 한번은 유부녀가 된 전 여자 친구의 한숨 섞인 전화를 받고선 곧장 뛰어나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모두와 섹스를 한 건 아니다. 아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뽀뽀와 키스가 다르듯 저런 과감한 스킨십과 섹스는 다르다. 어느 날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이 떠올라 내렸던 바지를 다시 끌어 올린 적이 있다. 친구의 여친이었던 그녀를 보니 친구 얼굴이 생각났다. 말로만 듣던 전 여자 친구 남편의 실루엣을 떠올린 날도 있었다. 실망하는 여자의 표정을 못 본 척한 채 이렇게 말했다. “이러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 그건 진심이었다.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어떤 여자와 우리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다. 2차는 걸어서 5분 거리인 우리 집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노래 하나를 틀어놓은 뒤 따라놓은 술로 입술만 대충 축이고 키스를 했다. 우리 사이엔 아무 장애가 없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솔로로 지냈고, 난 그녀의 전 남자 친구를 단 한 명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입 냄새가 너무 심했다. 전자 담배를 피운 지 석 달 정도 된 내게 일반 담배를 피우는 그녀의 입에서 전해지는 향과 맛이 너무 역겨웠다. 본드를 입에 짜 넣으면 그런 느낌이 들까(물론 그런 경험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바지 앞섶을 풀던 손을 멈췄다. 사실 남자가 섹스를 떠올리지 않는 시간은 거의 없다. 남자란 동물은 기회만 되면 침대 위에서 격하게 허리를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남자란 동물은 마주 앉은 여자의 옷 속에 감춰진 몸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섹스로 이어질 순 없다.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모두 그렇듯 섹스를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니즈’다. 나만 좋다고 해서 섹스를 맘껏 할 수 있다면 난 아마 이 글을 쓰지도 못 할 거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에 걷고 말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까. 그러나 나를 원하지 않는 상대방이 많은 탓에 오늘 아침에도 난 부질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출근을 한다.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아, 섹스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런데 누구랑?’이라는 생각에 머뭇거린다. 하지만 내 앞에 당장 속궁합을 확인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게다가 술에 거나하게 취해 욕정에 사로잡혀 있다면? 상상을 넘어 실행에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서로의 관계, 주변 상황, 섹스를 마친 후에 일어날 일과 섹스를 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일. 그럼에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지도 남자라고 남자 편 들고 있냐?’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이 떠올린 남자가 그냥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성이란 걸 쉽게 찾을 수 없는 그런 사람, 아니 동물 말이다. 사람이라면 섹스를 마다할 때도 있다. 그래야 한다. 다행히 난 사람이다. 당신도 사람이랑 섹스하는 게 더 좋지 않나? 그래서 내가 침대 위에서 아직 경쟁력이 있나 보다. -조셉 고든 토끼(37세, 콘텐츠 크리에이터) 


 Question 3  남자가 인정하는 페미니즘은 따로 있다던데?

남자 입맛에 맞는 페미니즘은 따로 있지! 

결론부터 말하겠다. 남자들, 특히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남자의 대부분이 인정하는 ‘진정한 페미니즘’은 따로 있다. 일단 “페미 탈출은 지능순”이니, “페미니즘은 망국병”이니 하는 말로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 낮은 남자들은 제외하고, 적어도 페미니즘을 인정한다고 자부하는 남자들조차 그들이 인정하는 페미니즘의 형태는 정해져 있다. 일단 ‘불편한 페미니즘’은 인정하지 않는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자인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군’에 끼는 것을 불쾌해한다. “살인을 저지른 그 인물이 문제이지 남자들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나는 아닌데 왜 그래?”라는 심플한 문장으로 정리가 가능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페미니즘은 ‘내 문제가 아닌 남의 이야기’여야 한다. 또 하나는 이미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거의 남성에 근접했거나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믿는 것이다. 말하자면 참정권도 없고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여성은 이미 지나간 세기의 이야기며, 오늘날 여성들은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현 사회구조 안에서 아직 극복되지 않은 약간의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한 페미니즘을 주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리보다 책임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결국 남성 중심 사회를 괴멸시키고 여성이 젠더 권력을 쟁취할 것을 두려워하거나 이미 그렇게 됐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여성의 우월함을 주장하기 위해 쓰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진정한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면서 동등한 기회를 가지는 걸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예로 드는 게 진정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병역 의무를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정하지만, 그 기울기는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된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꺼낸다. 심지어 페미니즘도 외모를 기준으로 진정성을 판가름한다. 대부분의 과격한 페미니즘적 발언은 ‘과체중, 외모를 서열로 따져 평균 이하’의 여성들만이 하는 것이라고 마음대로 규정해버린다. 결국 남자가 인정하는 진정한 페미니즘이란 ‘외모를 서열로 따졌을 때 상위에 있는 여성이 남성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의무와 책임을 먼저 이야기하며, 여성 우월이 아닌 양성평등을 추구하면서 거친 목소리가 아니라 부드럽고 전통적인 여성상에 부합하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아,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남성 페미니스트라는 자들은 여성에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페미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니 여성들은 속지 말라는 충고를 친절하게 덧붙이기도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성의 페미니즘 실천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쇼미더진정성(40세, PD)


CREDIT
    에디터 전소영
    사진 Getty Images

이 콘텐트는 COSMO MEN
2018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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