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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9 Fri

절친보다 가까운 '워크 와이프'?

기어오르는 후배가 얄미워 죽겠다. 일을 뭉텅이로 던져주고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팥쥐 상사 때문에 혈압이 치솟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되뇐다. 나에게도 물심양면 힘이 되는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피스에도 ‘워맨스’는 필요하다

상황 하나. 전날 새벽까지 야근한 당신은 아침 회의에 지각했다. 상사는 모두가 다 보는 앞에서 당신을 나무란다. 민망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주변을 흘깃 둘러보지만 도움은커녕 모두의 얼굴은 차갑기만 하다. 당신은 털썩 주저앉아 사무치는 외로움과 당신의 커리어를 부정당한 것 같은 허망함에 휩싸인다. 이때 만약 누군가가 지난밤을 하얗게 불태운 당신의 노고를 확인해줬다면? 적어도 안타까움과 동정이 어린 미소라도 건네줬다면? 

상황 둘. 당신에게 벅찬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혼자서 감당하자니 막막하기만 한데, 막상 상사도 바빠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보고하며 협조를 구하기가 힘들다. 만약 이때 당신의 부담감을 털어놓고 편하게 조언을 구할 사람이 있다면? 앞선 두 상황에서 당신에게 ‘아내’처럼 물심양면 힘이 되는 존재가 있었다면? 

그렇다. 오피스에도 ‘워맨스’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몹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오피스 스파우즈’ 간의 유대감에 대해 연구하는 크레이튼 대학교의 언론정보학과 교수 채드 맥브라이드 박사는 “직장 내에서 당신을 진심으로 지지해주는 여성 동료의 존재는 당신의 직장 생활을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동료의 도움을 통해 업무 또한 멋지게 해낼 수 있고요. 이러한 관계에 힘입어 직장생활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되기도 하죠”라는 말로 우리의 이런 니즈가 타당한 동시에 매우 합리적인 발상임을 확인시킨다. 코스모는 이런 바람직한 업무적 유대 관계를 ‘워크 와이프’라고 명명하고자 한다(그간 한국 사회에서 ‘오피스 와이프’라는 단어가 기능했던 부정적인 어감과 차별하고자, 그러기로 했다). 

회사에선 일만 잘하면 되는 거고 친구는 따로 보면 되는 건데 굳이 왜 ‘워크 와이프’가 필요하냐고 반문한다면, 회사에서 당신이 겪는 고충과 사내 인간관계의 역학을 친구나 연인에게 시시콜콜 털어놓았을 때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일단 너무 구차해서 다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며, 설명한다 해도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반, 그저 털어놔서 후련하다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반이다. 직장 동료만큼 서로의 업무적인 희로애락을 찰떡같이 이해하는 사람은 없단 얘기다. 다시 말해 ‘워크 와이프’가 있다면, 우리는 회사에 가는 것이 싫고 또 싫은 일이 되진 않는다. 회사에 가는 것을 무려 즐길 수도 있게 된다. 뜻을 함께할 ‘지지자’가 있으니까. 미국의 여성 직업 개발 사이트 ‘커리어 콘테사(Career Contessa)’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렌 맥굿윈은 “게다가 당신이 회사에 가는 걸 즐기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면, 결국 업무도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죠”라고도 말한다. “이로 인해 당신의 업무적 열정과 성과가 더 돋보이게 되니, 더 많은 기회도 주어질 수 있게 되고요.” 굳이 박사님과 대표님의 좋은 말씀까지 구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누군가의 이해를 얻는다는 것’은 망망대해에 뛰어들 때 아가미를 얻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호주의 심리학자 라나 홀도 말한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 직장에서 당신과 성격적으로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멋진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해받는’ 기분도 느끼게 해줄 거예요.” 

하지만 ‘워크 와이프’를 만드는 일에는 신중함도 요구된다. 서로의 입장이 비슷해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유대감은 확실하되 조직 내에서 ‘패거리’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 개인적인 친밀감도 중요하지만 그게 너무 사적인 관계로 치우치면 ‘워크’ 와이프의 본질에서 벗어나기가 쉬우니 경계해야 한다. 이런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노력’이 따른다. 만약 운이 좋게도 당신에게 이미 친한 누군가든 새로이 친해지고 싶은 누군가든, 서로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의 팁을 참고해 직장 생활을 더욱 즐겁고 풍요롭게 다져보자. ‘워크 와이프’와 함께! 


서로의 아이디어를 추켜세워라

대기업에서 디지털 마케터로 일하는 K(34세)는 여자 동료 몇과 협정(?)을 맺었다. 서로 주력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 그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기로 말이다. “저희 팀장님은 ‘일단 까고 본다’는 식이거든요. 사람들이 ‘괜찮은데요?’라고 말하면 그제야 다시 들여다보곤 해요. 이게 반복되니 내 의견은 콧등으로도 안 듣는 건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의욕이 많이 꺾이곤 했죠. 동료들하고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역공’ 같은 거랄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이건 백악관에서도 유효했던 전략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일했던 일부 여성 직원들도 전문용어로 ‘증폭 효과’라 부르는 이 전략을 차용했다니 말이다. 당신의 워크 와이프와 사전에 거래를 하라. 둘 중 한 명이 괜찮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그것을 발표하게 될 경우,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발표 내용을 반복해 말하며 지지해주면 된다.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요? OO 씨가 말한 대로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면 잘 진행될 것 같아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다른 사람을 배제하지 말아라

회사에 ‘내 사람’이 있다고 해서, 둘 혹은 몇 사람이 파벌을 이뤄 다른 모든 사람을 경계한다면? 직장 내 파벌의 결과는 ‘파국’일 뿐이다. 여초 회사에서 일하는 Y(33세)는 자꾸만 편을 가르는 동료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누구나 회사에도 상사에게도 불만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어요. 저는 그렇게 털어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되는 편인데, 동료는 그 불만을 점점 키워나가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급기야는 화를 내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점점 그 동료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불평불만 많은 쎈캐’로 낙인찍혀 주위에서 그 동료와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였죠.” 워크 와이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사실 ‘단둘’이 있을 때가 아니다. 서로의 ‘필드’를 넓혀가도록 도와줄 수 있을 때 워크 와이프의 관계는 이상적이다. 둘만의 리그에 천착하는 대신, 그 에너지가 밖으로도 긍정적으로 뻗쳐 나갈 수 있게 서로를 유도해야 한다. 만약 직장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알고 있거나 서로 다른 팀에 속해 있다면, 두 사람의 인맥이 더욱 자라날 수 있도록 각자의 연줄을 풀어 서로에게 소개해주라고 맥굿윈은 조언한다. 


서로 직장에서 쌓인 감정을 터트리고 들어줘라

상사 때문에 빡쳐서 도무지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는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빽! 소리를 지르게 될 것 같은가? 미국 내 흑인 여성들의 커리어 멘토링을 돕는 ‘블랙 커리어 우먼스 네트워크’의 창립자이자 CEO인 셰리 심즈는 그럴 땐 당장 워크 와이프에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 대화를 하자고 요청하라 말한다. 반대로 그녀가 멘붕이 될 것 같은 상황이어도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최대한 멀리 있는 화장실 혹은 회사 앞 거리로 그녀를 데리고 나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 만약 업무 환경이 너무 오픈돼 있다면 “커피 마시러 갈래?”라고 캐주얼하게 말하면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암호 단어나 문구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도 좋다. 가령 근무 도중 머리가 터지는 이모티콘 3개를 문자로 보내 서로에게 중요한 대화거리(혹은 뒷담화거리)가 있음을 알리는 식이다.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직장에서 마주하는 각종 빡침과 황당함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실제로 혼자 있을 때 그 생각을 곱씹는 게 줄어드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무수히 겪어보지 않았던가?


도와주되 잘못을 은폐하지는 마라

아무리 당신과 워크 와이프가 서로의 편을 든다 할지라도 적정선이라는 게 있다. 그녀가 하루 종일 땡땡이를 칠 때 그녀를 위한 가짜 변명까지 만들어가며 덮어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만약 한 명에게 진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면(예를 들어 충치를 때우러 가야 하거나,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식의) 상대가 돌아올 때까지 상대의 일을 대신해주거나 주변 동태를 살펴주겠다고 제안하는 정도가 좋다. 기획팀에서 일하는 S(31세)는 잠시 병원에 간 사이 친한 선배에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팀 프로젝트 준비로 바쁜 타이밍에 몸살감기가 걸렸어요. 점심시간 말미를 틈타 병원에 다녀온다는 게 대기가 길어져 늦어지게 됐죠. 그때 하필 팀장님이 저한테 맡긴 자료를 급하게 찾으셨나 봐요. 

선배가 제 사정을 설명드리고 제 자료를 찾아서 대신 전달드리겠다고 수습을 해주셨어요. 여러모로 번거로운 일이었을 텐데 그렇게 도와준 선배가 고맙더라고요.” 맥브라이드 박사는 “상대를 위한 눈이 돼 주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주세요. 그 정도만으로도 급한 상황에 큰 힘이 될 테니까요”라고 말한다. 


 Work Wife to Real Friend! 

워크 와이프와 찰떡궁합인가? 매일같이 붙어 있다 보니 절친보다 가까워졌나? 친한 직장 동료가 절친이 되는 관계의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파생한 관계인 만큼 천천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여지가 있거나, 너무 가까워지면 자칫 사소한 감정에 휘말려 ‘워크 와이프’의 본질을 흐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로렌 맥굿윈은 “같이 네일 케어 받으러 갈래요?”라며 퇴근 후에 함께 하는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제안해보길 권한다. 이 작전(?)이 잘 먹혔고 두 사람이 직장과 관련 없는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는 사이가 된다면 주말에 함께 하는 활동을 제안해보도록. 워맨스여 영원하길!


CREDIT
    에디터 박지현
    사진 제공 TV LAND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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