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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3 Wed

영 & 프로세펴널! 문승지, 디에디트가 말하는 성공법칙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 ‘영 프로페셔널’ 5팀을 만났다. 이것은 성공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실패할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왜 꿈을 꿔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면 되는데”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1991년생. 제주도의 탁 트인 바다가 오히려 자신을 가두는 것 같았다는 소년. 복싱 선수를 꿈꾸다 포기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 청년. 대학생 때 작업한 의자 ‘4 brothers’라는 작품이 거짓말처럼 세계적 의류 브랜드인 코스 매장에 전시되며 전 세계에 디자이너 문승지라는 이름을 알렸다. 현재 서울과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개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문’과 아티스트 레이블 ‘팀 바이럴스’ 소속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 개인전 <문승지.zip: 쓰고 쓰고 쓰고 쓰자>

“디자이너가 결국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과연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답은 하나였다. 나는 앞으로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 텐데, 그렇다면 내가 만든 게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자. 그래서 기획한 게 <문승지.zip: 쓰고 쓰고 쓰고 쓰자> 전시였다. 내가 여태껏 해왔던 작업이 스토리텔링에서 출발해 환경과 동물 문제 등을 토대로 하는 디자인이더라. 이걸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하다 ‘아나바다’가 운명처럼 떠올랐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에서 이번 전시 제목인 ‘쓰고 쓰고 쓰고 쓰자’를 뽑아왔다. 2018년은 휴대폰으로 재난 경보를 가장 많이 받고 플라스틱 대란 등이 일어난 해로, 아나바다 정신을 환경에 접목시킬 절호의 타이밍이다 싶었다. 


순수성 vs 상업성

“디자이너는 상업적이지 말아야 해”라는 게 난 우습다. 예술대학에서 제자들에게 “틀을 깨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정답을 가르치려 드는 모순도 이해가 안 된다. 왜 예술이 순수와 비순수를 가르는 것인지, 순수한 예술가라면 왜 가난을 합리화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직 젊다고 느끼는 건 난 여전히 이런 세상에 속된 말로 “Fuck you!”를 날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선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또래 친구들은 좋아하는데 어르신이나 기득권을 가진 분들은 “건방지다”라고 말한다. 난 그냥 이런 엇갈리는 반응이 다 재미있다. 


문승지의 대표작

‘이코노미컬 체어’다. 이 의자는 누가 1천 개를 사고 싶다고 하면 당장 내일 발주를 넣을 수 있다. 대량 공급이 가능한 거다. 심지어 저렴한 가격에! 난 디자이너가 그런 것까지도 고민해야 된다고 본다. 공연장에 가면 수천, 수만 명이 앉는 의자, 편의점 앞에도 놓여 있고, 등산하다가도 보이는, 일명 코카콜라 의자. 그 디자인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의자의 틀이 나옴으로써 해변에서 의자 깔고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됐고, 어딜 가나 편하게 겹쳤다 펼쳐서 둘러앉게 됐다. 이토록 다양한 개개인의 추억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겠나? 난 이 의자를 처음 보고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세상에 이런 걸 남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문승지의 수식어, ‘무모함’

내가 후배나 친구들에게 잘하는 말이 있다. 주로 취했을 때다. 하하. 이른바 ‘뗏목설’인데, 어떤 사람이 두 명의 아이에게 배를 만들어 떠나라는 미션을 줬다. 나라면 주변에 있는 것을 주워다가 일단 줄로 여민 다음 무작정 바다로 나갈 것 같다. 근데 대다수의 사람은 배를 만들기 위해 설계부터 하고, ‘혹시 상어를 만나면 어떡하지?’ 걱정돼 작살 설치에 철갑까지 두르고, 혹시 해적을 만날까 봐 총도 갖춘다. 그러다 돈이 부족해져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렇게 준비만 하다 결국 바다로 나가보지도 못한다.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조건을 자꾸 채우려다 이도 저도 안 되는 거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일단 뗏목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보면 바람과 파도를 타고 순항하는 방법을 터득할 거고, 배고프니까 물고기 잡아 먹는 법을 알게 될 거다. 해적을 만날 수도 있지만 운 좋게 크루즈를 만나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 위험이 도사리는 만큼 기회도 있다는 거다. 나도 창업하고 처음엔 실패하며 상처도 많이 받고, 배신도 당했다. 근데 서른 넘어 이걸 시작한다면? 끔찍하다. 앞으로 좀 더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인 게 난 너무 좋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팀 바이럴스’

난 순수 한국 디자이너인데, 자꾸 내 디자인을 “북유럽스럽다”라고 하니까 대체 북유럽 스타일이 뭔지 알고 싶어 무작정 덴마크로 갔다. 사실 당시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디자이너가 힘이 빠질 때는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못할 때더라. 회사를 혼자서 꾸려가다 보니 기획부터 시작해 작업, 홍보, 마케팅까지 다 해야 했다. 클라이언트와 술도 마셔야 되고, 인간관계도 좋아야 하고. 할 게 너무 많으니 ‘디자인은 대체 언제 해?’라는 의문에 부딪친 거다. 지금 한국의 독립 스튜디오들이 이런 문제로 99% 문을 닫으며, 이를 창의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스스로 규정해버린다. 근데 만약 비즈니스를 대신 맡아주는 매니지먼트가 존재해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그래서 믿고 의지하는 형 2명과 함께 결성한 매니지먼트 팀이자, 아티스트 레이블이 ‘팀 바이럴스’다. 팀으로 작업한 부산에 있는 ‘카페 뉴벨’은 지금 엄청 히트를 치는 중인데, 곧 도산공원에 서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나를 포함한 핵심 멤버 3명 등 총 인원이 11명인 최소한의 규모로, 굉장히 자유로운 팀이다. 우리 꿈은 회사가 커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독립이다. 억지 비전을 만들기보다는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전화 한 통으로 모여서 일을 벌일 수 있는 레이블. 이게 쿨한 거라고 생각한다. 


문승지의 미래

어릴 적 꿈꾸던 디자이너의 꿈은 이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하고, 이걸로 돈도 벌고 있으니까. 근데 공허함이 밀려오더라. 이제는 ‘어떤 디자이너가 돼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목표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중이고, 이를 통해 더 배울 것이고, 또 실패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하는 이야기는 스물일곱 문승지의 이야기니까. 3~4년 전에는 지금과 달랐고, 또 서른 넘어서 하는 얘기도 지금과는 다를 거다. 그러니까 어떤 것도 시대를 관통하는 정답 같은 건 없다. 나는 그렇게 계속 나아갈 것이다.


 Failure tip 

일단 덤벼라. 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는 해봐야 안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만 하다가 언제 할 건가? 막 나가라. 막 나가서 실패해도 그 경험은 온전한 내 것이다. 믿어라, 자신을.

나이에 맞게 살자. 20대의 사업은 원래 분수에 안 맞는 짓이다. 그냥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 저 멀리 있는 걸 잡으려고 하면 힘에 부치고, 힘에 부치면 뇌가 안 돌아간다.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에 맞게 좌충우돌하면서 가보자.


“사는 재미가 없다면 사는 재미라도”

 디에디트 하경화, 이혜민 

1987년생, 1985년생. 각자 IT 전문지와 패션 잡지 기자로 일하다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글을 쓰자’는 마음을 먹고 충동적으로 퇴사했다. 2016년 온라인 기반의 리뷰 미디어 ‘디에디트’를 창업했다. ‘당신의 취향, 여자의 리뷰’로 출발해 ‘사는 재미가 없다면 사는 재미라도’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걸 리뷰한다. 이들의 기사는 웃기고, 탄탄하다.


디에디트의 시작

퇴직금 털어 둘이 밤을 새가며 두 달 꼬박 준비했다. 자본금이랍시고 귀엽게(?) 250만원씩 걷어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이 안 되니까 각자 외고도 쓰고, 방송도 나가며 근근이 남은 퇴직금으로 살았다. 근데 당시에는 일에 몰두해 가난해도 마냥 재미있었다. 사업 말고 소꿉장난 느낌? 사무실도 없이 카페에 앉아 회의하고, 글 쓰고, 서울 거리를 막 쏘다니면서 얘기하고, 새벽에 들어가서 기사 마감하고. 그때를 생각하면 고생보다는 행복한 마음이 먼저 든다. 취해 있었다, 

‘나의 피조물’ 이러면서. 하하.


디에디트의 원칙

일주일에 무조건 5개 기사가 나간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원칙이다. 그게 자부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하다. 사실 우리 둘 다 특출난 사람이 아닌데, 꾸준히 노예처럼 일할 줄은 알았던 거다.


디에디트 콘텐츠의 이미지

쿨했으면 좋겠다. 광고 제안이 들어오면, 유명 브랜드에 광고주가 아무리 좋아도 제품이 우리와 맞지 않다 싶으면 가차 없이 거절한다. 우리 스스로 ‘이거 한번 사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우리 광고 영상은 무조건 광고 표시를 티 나게 하는데, 그걸 보고도 독자들이 ‘디에디트가 소개하니까 사봐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편집숍을 갈 때도 특정 물건을 사려고 가기보다는 그냥 놀러 가듯 구경하다 “어? 이런 물건이 있네?” 하고 사지 않나? 그런 편집숍 같은 공간이었으면 하는 거다. 취향을 엿보고, 다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곳.


디에디트의 전환점

주 5일 마감을 하며 일 년 반 정도 지내다 보니 ‘나한테 더 이상 남은 문장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는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이 다이렉트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타격을 많이 받았다. 밑도 끝도 없는 인신공격, 이를테면 “못생긴 년들”, “우리 집 개랑 닮았다” 같은 건 웃어넘길 수 있는데, “너희 같은 노땅들이 만든 감 떨어지는 콘텐츠를 누가 볼 거 같아?”라는 댓글은 정말 아프더라. 지금 유튜브 세계에서 30대, 특히 30대 여자는 진짜 노땅이거든.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던 불안감을 탁 건드니까 안 되겠더라. ‘우리 콘텐츠가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면 어떡하지?’란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포르투갈로 사무실을 옮겨 한 달을 지냈다. 그때 만든 “출근길이 싫어져서 사무실을 바꿨다”라는 영상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면서 우리 콘텐츠의 방향도 달라졌다.


디에디트 제2막

우리는 계속해서 하나의 제품을 리뷰했는데, 이제는 어떤 어젠다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전에는 물건 사는 재미를 알려줬다면 지금은 어떻게 살면 좋을지, 또래들에게 ‘이렇게 살 수도 있다’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직은 서툴러서 ‘디에디트 라이프’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험해보는 중이다. 여전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디에디트에 투명하게 반영되고, 우리가 2년 전에 좋아했던 것과 지금 좋아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디에디트도 당연히 조금씩 변해가고 있고, 변할 거다. 


디에디트의 딜레마

과거의 디에디트가 우리의 뼈를 갈아 넣어 만들었다면, 지금은 한 발짝 올라가면서 우리 이름 아래 일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외부 필자를 쓰면서 디에디트가 하나의 매체로 브랜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새로운 얼굴을 영입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잊히기는 싫다. 외부 필자 글도 좋지만, 우리 글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꼭 독자들과 연애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감정 소모도 많지만, 이 연애가 어떻게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이 또한 재미있지 않은가?


 Failure tip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받아라! 쓰고 싶은 글을 쓰려고 회사까지 나왔는데, 투자를 받으면 그러지 못할 까 봐 꺼렸다. 그러다 창업한 지 8개월 만에 메디아티에서 투자를 받았고, 일 년 정도 지나니 수익이 잡히더라. 지금은 어느 정도 수익에 대한 기준이 생겼고,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다른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라! 마음 맞는 둘이서 마냥 재미있었지만, 그렇게만은 사업 못 한다. 직원을 뽑고, 외부 필자도 공격적으로 쓰고 있다. 고집을 내려놓고 인력을 활용해야 오래간다.


CREDIT
    에디터 성영주
    사진 이혜련
    헤어&메이크업 (디에디트, 허지혜)오서영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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