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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Thu

배우 고수가 말하고 싶은 것

그는 낯을 가린다.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답을 할 땐 머뭇거린다. ‘저 사람의 심연으로 들어가보면 뭐가 있을까?’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나 끝내 알려주지 않으려는 남자다. “세 아이의 아빠잖아요”라고 묻자 지금 연기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대며 “박태수는 아직 결혼 안 했는데요?”라고 되묻는 남자. 고수의 본질은 고수 아닌 모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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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드라마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 촬영 중이죠. 2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인데, 어떤 작품이에요?

전개가 빨라요. 집중도도 상당하고요. 작가님과 PD님의 바로 전작이 <피고인>이라는 드라마였거든요. 제가 그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극의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몰입도가 높은 드라마였는데, 이번 작품 역시 비슷한 느낌이에요. 제 역할은 ‘박태수’라는 펠로 의사고요. 교수가 되기 전 단계의 의사를 펠로라고 해요. 


이번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흉부외과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굉장히 어려운 진료 분야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다른 외과와 비교해봐도 가장 어려운 과죠. 말 그대로 사람의 엔진, 심장을 다루는 곳이니까요. 이번 역할을 위해 일단 심장의 구조부터 시작해 체순환, 폐순환 등 피가 어디로 들어갔다 어디로 나오는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공부했어요. 다 심장에서 펌핑해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거거든요.


고수는 한꺼번에 다작하는 법이 없고, 작품과 작품 사이 텀이 길기로도 유명하죠. “캐릭터의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한다”라는 인터뷰를 봤는데, 캐릭터를 연구하는 걸 넘어 그 인물로 녹아들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려고 하죠, 최대한. 주변 상황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놓고요. 근데 아무리 그렇게 해도 완전히 그 사람이 되기는 힘들잖아요. 늘 실제 인물보다 20~30%는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작품마다 온 마음을 쏟다 보면 지칠 때도 있지 않나요?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마음을 쏟고 열심히 하려는 건 제가 생각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지치죠. 한 번에 다작을 하거나 쉼 없이 작품을 한다면 더 그렇고요. 그래서 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면 사람 만나는 게 힘들 정도로 훅 에너지가 떨어지니까요.


재킷 89만9천원, 베스트 56만9천원, 팬츠 19만9천원, 손에 든 타이 15만9천원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셔츠 53만원 메종 마르지엘라. 슈즈 가격미정 토즈.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쉬는 게 제일 좋죠. 산에 가서 많이 걸으며 시간을 보내고요.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재충전이라는 게 좀 되는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현실적으로는 그러기 힘든, 세 아이의 아빠기도 하잖아요.

네? 우리 박태수(드라마 <흉부외과>에서 고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아직 결혼을 안 해서요. 하하.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이야! 작품 속에서 산다는 말이 이거군요. 하하. 우리는 배우를 늘 작품으로만 만나니까 사실 이렇게 인터뷰할 때는 ‘작품 속 캐릭터 말고 진짜 이 사람은 어떨까?’ 궁금해져요.

음… 전 뭐랄까요? “배우 말고 진짜 인간 고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비교해서 말씀드릴 만한 게 별로 없어요. 작품 활동 외의 제 인생은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기대하시는 것과 다르게 별다를 게 하나도 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하하.


사람은 잘 안 변한다고 생각하나요?

음… 전 사람이 변한다기보다는 발전한다고 봐요. 좋은 쪽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하고요. 무엇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앞으로의 성장을 바라고 기대하고, 지금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이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이나 기질, 그런 것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고수는 성장했을까요?

사실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를 가를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정답 없는 일을 하면서 ‘그럼 나는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걸까?’,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걸 보여줘야 하는 걸까?’를 늘 자신에게 묻는 거죠. 요즘 드는 생각은 제가 하는 작업은 ‘팀워크’라는 거예요. 나 혼자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같이 하는 사람들과 그 시간 동안 뭘 만들어낼 것인지, 각자의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점점 그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코트 가격미정 벨루티. 재킷, 셔츠 모두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팬츠 가격미정 허더스테일러. 슈즈 1백82만원 지미추.


어떤 이야기에 끌리나요?

늘 어떤 전문적인 것을 다루는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아요.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흉부외과>는 참 매력 있는 작품이에요. 준비하면서 실제로 수술하는 영상을 많이 봤거든요. 공부를 하고 보면 더 잘 보이더라고요. ‘아, 저 사람이 만지는 저기가 대동맥이고, 저건 심실, 심방, 폐동맥이고….’ 처음에는 보기 징그럽고 불편했는데 지금은 거의 학생의 마음으로 연구하면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고요.


배우 일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애증이에요, 애증. 많은 사람이 그렇겠죠. 연기자 중에 “배우 너~무 좋아. 진~짜 좋아” 이런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게 또 그만두고 싶다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직업도 아니거든요. 내가 지금 연기를 관둔다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연기자 고수가 까맣게 지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한 5년 후에 길 가다 누가 “어, 고수 씨!” 하고 알아보면 난 그만둔 게 아니게 된 거니까. 그래서 배우는 내 삶에 충실하면서 그때그때 배운 것을 작품에서 표현하고, 그렇게 나라는 사람과 계속 같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매력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는 어쨌든 외모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잖아요. ‘고비드’라 불리는 고수는 본인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그런 별명이 있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죠.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것 같고. 하하. 근데 나이가 들수록 크게 개의치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사람은 다 늙는 거고, 최대한 잘 늙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옛날에 한 어르신에게 들은 얘기가 있어요. “젊은 사람은 신이 만들고, 늙은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라고. 그게 제 삶의 모토처럼 됐어요. 결국에는 사람이라는 것.


지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예요?

<흉부외과>! 하하. 정말 아주 중요해요. 지금 제 인생에서 전부고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이걸 어떻게 다 전달할지를 모를 정도로요. 그러니까 드라마 꼭 보세요.


CREDIT
    Freelance Editor JANG JAE YOUNG
    Feature Editor SUNG YOUNG JOO
    Photographer Choi Moon Hyuk
    Celebrity Model 고수
    Stylist 김미현
    Hair 백혜진(아우라)
    Makeup 문혜은 (꼼나나비앙)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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