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POLITAN

  • 로그인
  • 회원가입
  • 정기구독
  • facebook
  • twitter
  • blog

    INSTAGRAM
    COSMOPOLITAN KOREA

    SUBSCRIBE TO COSMO

  • kakaostory

    KAKAOSTORY
    COSMOPOLITAN KOREA

  • youtube

    YOUTUBE
    COSMOPOLITAN KOREA

    Follow Youtube

포인트를 모으시면 선물을 드려요
2018.09.20 Thu

연애보다 자매애!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의 삶을 지탱한 건 팔 할이 여자들이었다.



"여자들은 함께 싸운다. 역사적으로도 여성은 지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에서 다른 여성을 밀어주고 끌어주었다. 여성 활동가·학자·과학자·예술가들은 서로를 찾아냈고, 서로의 연구를 비교하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업했다. 여성의 우정, 나아가 연대와 협력에는 사회를 전복시키는 힘이 있었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늦은 밤 어두운 골목을 걸어갈 때면 먼저 전화를 걸어주고, 불합리한 힘에 같이 맞서며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모두 여자 친구다."


 함께 링에 오른 자매들 

나는 스스로가 의리 있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자들 간에 우정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가끔은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바라는 맥락 없는 응원과 희생이 미련하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남자와의 로맨틱한 밤보다 나에게 상처 입힌 인간들을 안주 삼아 씹어대던 여자들과의 술자리를 방패 삼아 지탱됐다. 얼마 전 중학교 때부터 연을 쌓아온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했다. 축사 글을 쓰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봤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는데, 그 이유는 친구가 결혼해서가 아니었다. 함께 매점에서 떡볶이 사 먹는 것에 만족하던 우리는 어른이 돼 사회에 나와 구르고 다치는 동안 서로의 다친 다리에 약도 발라주고 가끔은 쓴소리로 소금도 쳐가며 여전히 함께였다. 그사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던 남자들은 사라졌지만 나는 죽지 않았고 내 옆에는 친구가 있었다. 그 오랜 시간을 함께 버텨온 우리가 대단하고 장해서 눈물이 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글로우: 레슬링 여인천하>는 어디에서도 중심이 되지 못한 12명의 여자가 함께 여성 레슬링 TV쇼 <글로우>에 참가해 쇼를 성공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재능에 비해 저평가받아 상심이 크거나, 아이를 낳아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했거나,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여자들. 그중 주인공 ‘루스’는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고 싶지만 그녀에게 오는 역할이라곤 주인공의 여자 친구, 비서, 엄마, 정부뿐이다. 모두 저마다의 꿈과 환상을 좇았지만 초라해졌고, 그럼에도 링에 올라 성장하는 그녀들을 보며 나는 나와 나의 여자 친구들을 떠올렸다. 밀려나고, 찢기고 다쳐도 링에 머물기를 선택한 여자들. 우리도 그랬다. 

여자들은 함께 싸운다. 역사적으로도 여성은 지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에서 다른 여성을 밀어주고 끌어주었다. 여성 활동가·학자·과학자·예술가들은 서로를 찾아냈고, 서로의 연구를 비교하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업했다. 여성의 우정, 나아가 연대와 협력에는 사회를 전복시키는 힘이 있었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멀리서 찾지 않고 주위를 둘러봐도 알 수 있다. 늦은 밤 어두운 골목을 걸어갈 때면 먼저 전화를 걸어주고, 불합리한 힘에 같이 맞서며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모두 여자 친구다. 또 우리는 함께하는 방법을 안다.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뭘 해야 가장 즐거운지를 아는 사람들. 이 모든 시간은 우정보다 더 진한 자매애로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여자들과 함께하는 법 

친구 A는 내가 여자의 우정에 대한 이야길 하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는 여자들 간의 우정이라든지 끈끈한 관계가 좀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남자들의 우정과는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여자들의 우정은 스킨십이 없다는 것만 제하면 연애와 가까운 것 같기도 해.” 또 다른 친구 B도 말했다. “우정은 돌려 말하면 연애일 수도 있어. 여자들은 어렸을 때 한 번씩 우정 반지 같은 거 하잖아. 그게 약혼·결혼 반지랑 다를 게 뭐가 있겠어.” 그들의 주장은 이랬다. 여자의 우정에는 서로를 향한 소유욕이 존재한다는 것. 그 때문에 밀당처럼 힘을 더 쏟는 한쪽이 자연스레 서운함이 생기기도 한다. “솔직히 가끔은 절친이 연애한다는 소식이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잖아?” 모두가 그렇진 않을지라도 일정 부분 맞는 말 같았다. 하긴 나도 우정은 지속적인 시간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간을 들이고, 얼굴을 보고, 유대를 나눠야 지속되는 관계. 이건 연애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 A가 말을 이었다. “그래, 여자들의 우정엔 일종의 ‘관리’가 필요해. 더 이상 서로에게 노력하지 않을 때 그 연애가 끝나는 것처럼 우리 우정도 그럴 수 있거든.”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생각일까?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에서는 주인공 ‘레누’와 ‘릴라’를 통해 여자들의 우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둘은 영혼의 단짝이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장점을 배우려 노력하고, 상대방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성장한다. 상대가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간절히 원하다가도 때로는 상처를 주는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우정의 형태를 유지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연민 같은 감정이 뒤섞인다.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에서도 여자들의 우정은 비슷하게 묘사된다. 여자들의 우정은 “우린 친구니까!”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복잡 미묘한 관계다. 쉬이 유지하기 어렵고 그래서 늘 애를 쓰게 되는. 


 그래도 결국 자매애 

앞서 말한 것처럼 물 흐르듯 두면 우정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관계에 힘을 쏟고 싶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솔직히 가끔은 친구보다 일이 혹은 남자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일에 치여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를 몇 번이나 무시하거나 남자친구가 보고 싶어 친구와의 약속을 깨버리는 등의 행동을 했을 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놓지 않고 보니 느끼는 건 결국 그 관계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이었다. 

서운함을 털어놓는 법, 한 발 양보하는 방법, 좋고 기쁜 이야기를 나누는 법. 그 모든 것을 알려준 건 똑같은 옷을 입고 한 교실에서 공부하던 꼬꼬마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자들의 우정을 스스로 폄하해왔거나 누군가에 의해 저평가돼왔다. 남자들의 관계는 의리나 우정이라 부르면서 여자들의 우정은 함께 ‘하하호호’ 떠들다가도 금세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차 눈을 흘기는 관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끈끈한 유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어떤 원동력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동시에 우리는 몸도 마음도 자라며 이 우정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남자 친구를 만난다고 호로록 뛰어나가버려도 이별했다는 전화에 한달음에 달려와주는 친구를 보며 다음번에 내가 똑같이 친구에게 달려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종교처럼 강렬하지 않아도, 굳이 그 관계 앞에 ‘의리’라는 말을 내세우지 않아도 여자들의 우정은 분명히 존재한다.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그래서 더욱 성장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끼리라도 우리의 우정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우리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자매애를 말이다. 

CREDIT
    에디터 김소희
    사진 Netflix
    참고 도서 <싱글 레이디스>(레베카 트레이스터)
    디자인 이효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09월호

기사입니다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

SUBSCRIBE/DIGITAL MAGAZINE

  • 2016년 9월호 커버

    정기구독 COSMOPOLITAN 트렌드한 여성을 위한 매거진!

    신청하기
  • 2016년 9월호 커버

    정기구독 COSMOPOLITAN 트렌드한 여성을 위한 매거진!

    신청하기

COSMO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