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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Thu

밀레니얼 아이콘 #진기주 #신지예 #박진아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 단체보다는 개인이, 희생보다는 자기만족이, 필연보다는 우연이, 정답보다는 질문이 중요한 세대. 함께 나아가면서도 각기 특출난 세대. 울타리 안으로 수렴되지 않고 밖으로 마구 발산하는 세대. ‘공통점 없음’이 유일한 공통점이 된 세대. 그래서 불안하고 그렇기에 매력적인 이들. 지금 코스모가 가장 주목하는 오디언스. 이들을 우리는 ‘밀레니얼’이라 일컫는다. 코스모 창간 18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각 분야의 ‘밀레니얼 아이콘’ 18팀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각기 다른 18개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의 색깔은 총천연색이다.



원피스 시스템. 귀고리 주디앤폴. 앵클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그걸로 됐어요.” 

89년생 배우 진기주


진기주는 좀 독특했다. 야망에 가득 찬 뉴스 앵커일 때도(드라마 <미스티>), 서울 여자로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시골에 처박힌 은행원일 때도(영화 <리틀 포레스트>) 진기주는 오롯이 단단해 보였다. 현실이 어떻든 상황에 휩쓸려가기보다는 자기 인생을 탁 쥐고 가는 강단 있는 여자. “대본을 볼 때 전 그런 캐릭터에 정이 가더라고요. 상황이 어떻든 성격이 어떻든, 못된 아이든 한없이 착한 아이든, 뭐든 괜찮은데 한 가지, 자기 중심이 있는 사람인지는 계속 따지게 되는 것 같아요.” 

진기주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삼성SDS 직원, 방송사 기자를 거쳐 배우가 됐다. 꿈을 위해 자신 있게 사표를 던졌을 것 같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부모님의 극렬한 반대까지 무릅쓰고 배우의 길로 뛰어든 건 결국 “그냥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반년을 내리 떨어지기만 했다. 자신감이 바닥을 쳤을 때 한 오디션장에서 감독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잘하는데 왜 그렇게 눈치를 봐? 재능 있어. 널 믿고 해.” 바로 데뷔작이 된 <두번째 스무살> 오디션을 볼 때다.

“저는 배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오디션밖에 없었어요. 기껏 기를 쓰고 오디션 4차까지 붙어놨더니 하루아침에 배우가 바뀌었다거나, 한창 캐릭터 연구하며 준비하고 있는데 ‘그 역할 그냥 없애기로 했다’라는 통보를 듣기도 했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결국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의 편법 때문에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손해 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근데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요. 남들이 나한테 그럴 순 있어도 나는 남들한테 그러지 말아야죠. 좀 늦더라도 본인에게만 떳떳하다면 언젠가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전.”




드레스 자라. 귀고리 리타모니카. 안경 본인 소장품.


“정치가 일상을 바꿔요” 

90년생 정치인 신지예


지난 6·4 지방선거에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1.7%(8만2874표)의 득표율, 4위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신지예. 선출직, 그것도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페미니스트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름도 생소한 원외 정당인 녹색당 후보로 시장직에 도전한 이 낭창한 여자는 스물여덟의 정치인이다. “페미니즘은 너무 명확한 사상이라고 생각해요. 성폭력과 성차별, 가부장제를 없애자는, 비폭력적이고 포용적인 사상이죠. 여성 상위 운동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을 위한 운동. 이런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2016년 총선 당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면서 정치에 입문한 신지예는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신지예에게 정치란 엘리트 리더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것이다. “한국 정치는 몇십 년간 경제성장 제일주의와 개발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경제적 부와 성장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군가를 배제하고 차별, 착취하는 게 당연한 시대를 살았죠.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그게 평등이라고 말하는 거죠.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이나 이주민 등의 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받고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한국 사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봐요. 

젊은 세대가 정치를 한다면 그것에 집중해야 하고, 그게 젊은 정치라고 생각해요.” 신지예는 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세상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나아진다면, 그것은 세상을 전진시키려는 사람들의 힘에 의해서다. 그녀는 지금 밀레니얼 정치의 출발점에 섰다. 누군가가 “시건방지다”라며 훼손한 벽보 속 표정처럼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게.




재킷, 팬츠 모두 YMC. 앵클부츠 자라.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성적인 약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92년생 CEO 박진아


“한국에서 보수색이 짙은 대구 출신이에요. 성차별이 몸에 밴 할머니는 늘 부모님을 오빠 이름을 따 ‘헌이 엄마’, ‘헌이 아빠’라고 불렀어요. 도대체 나의 부모님은 왜 ‘진아 엄마’, ‘진아 아빠’가 될 수 없을까란 시답지 않은 생각을 했었죠.” 어렸을 때는 가볍게 생각했던 것들이 20대가 되니 묵직한 물음표로 다가온 것이 ‘이브콘돔’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박진아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남자 동창 2명과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사회적 기업을 시작했다. “성인이 되면 성생활에 노출되는데 우리가 쓰는 콘돔은 여성의 생식기 안쪽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 성분에 대해 찝찝했죠. 분명 저처럼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 성인용품이라 부르는 콘돔을 좀 더 헬스케어적인 접근으로 재해석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이후 생리컵, 젤, 여성 청결제 등의 상품을 출시했다. 모든 제품에는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고, 동물성 원료가 아닌 유기농 원료로 제작한다. 또한 남자, 여자, 성인, 청소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지향하며 페미니즘, 친환경주의 등 현재 중요한 가치관으로 꼽히는 것을 이들은 진작에 실천하고 있었다. “늘 생각하던 이슈인데, 세상에 이 메시지를 개인이 아닌 사업의 형태로 던지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바라기보다는 늘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의미가 커요.”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브콘돔이 지향하는 방향은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길과 비슷하다.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며,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 “성별이나 성적 지향성, 장애 여부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사랑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저희가 만드는 제품마다 이런 메시지를 담아 성문화가 개선되면 좋겠어요. 또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어요.” 

CREDIT
    에디터 성영주, 전소영, 김소희
    사진 이혜련
    헤어 (진기주)인진옥(스타일 플로어), (신지예)더쎄컨, (박진아)이영재
    메이크업 (진기주)테미(스타일 플로어), (신지예)더쎄컨, (박진아)배혜랑
    스타일리스트 (진기주)마연희, (신지예)전금실, (박진아) 노해나
    어시스턴트 전혜라, 김상은
    디자인 이효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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