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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Wed

이토록 뜨거운 이준기

이제 막 작품을 끝낸 배우 이준기는 그다음을 말하고 있었다. 소모, 고갈이라는 단어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의 열정은 한여름의 온도와 일치했다.


날카로운 눈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재킷 가격미정 프라다. 셔츠 15만3천원 올세인츠. 


드라마 <무법 변호사>가 종영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어요. 

헛헛하고 공허해요. 요즘은 운동할 때 빼고는 늘 집에 누워 있어요. 다른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잘 안 들더라고요. 작품에 따라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은 다른데, 이번에 연기한 ‘봉상필’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욕심을 많이 가지고 연기했던 터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저희끼리 농담 삼아 시즌 2까지 가면 좋겠다고 할 정도예요. ‘봉상필’이 가진 생명력이 더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의 인생을 좀 더 살아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란 생각도 들고요. 


이번 작품에서 최민수, 이혜영 등 카리스마가 엄청난 분들과 연기했는데 어땠어요?

촬영하기 전에 잠도 못 자고, 꿈을 꿀 정도로 부담감과 두려움이 컸죠. 작품 속에서 최민수·이혜영 선배님과 대결해야 하는 입장인 데다 그분들을 이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분들의 에너지는 엄청나시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선배님들이 감사하게도 제 템포에 맞춰주셨어요. 특히 최민수 선배님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셨죠. 현장에서는 ‘최 감독님’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넓게 보시는 분이세요. ‘봉상필’이라는 인물을 저 혼자서가 아니라 선배님들과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더 애착을 느껴요. 그런 과정이 무척 행복하고 짜릿했죠.


인터뷰할 때마다 대중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했어요. 

작품마다 계속 고민해요. 대중과 소통하려면 작품 선택을 지금과는 다르게 해야 하겠죠? 그동안 저는 마니아적인 작품을 많이 했으니깐요. <무법 변호사>는 오락성이 강해 시청률도 잘 나왔는데, 기사 댓글을 보면 “이준기가 오랜만에 활동하네?”라는 반응이에요. 그걸 보면서 ‘내가 진짜 대중과의 소통이 약하구나’란 생각을 해요. 해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데도 대중은 그 사실을 잘 모르니깐요. 연기적으로 많은 걸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조금 버리고 힘을 뺀 새로운 장르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조금 유쾌하고 편한 연기를 한다면, 대중을 끌어들이기가 아무래도 더 쉬울 테니까요. 


영화에서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맞아요. 영화를 통해 생활 연기나 힘을 뺀 연기를 하고 싶은데 저한테 들어오는 장르가 되게 제한적인 것 같아요. 얘기 들어보면 영화 관계자분들은 ‘이준기가 그런 편한 연기를 할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일 년에 한 작품씩 하는, ‘열일’하는 배우로 꼽히기도 해요.

어떤 분들은 왜 한 작품밖에 안 하냐고 하세요. 일 년에 한 작품을 하지만, 그게 늘 흥행하는 건 아니니깐요. 저는 드라마가 방영되면, 다음 날 시청률과 댓글을 늘 체크해요. 그걸로 제작진과 모니터링하며 상의하고요. ‘우리가 열심히 했으니 무조건 잘될 거야’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나올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주연으로서 책임감이자 의무감이기도 하죠. 


주짓수로 다진 날렵한 몸을 지닌 이준기.  

코트 1천2백10만원, 슈즈 3백15만원 모두 벨루티. 슬리브리스 톱 2만8천원 어텐션로우. 팬츠 87만원 발렌티노.


내년이면 데뷔한 지 15년이 돼요. 이제는 본인의 고집대로 연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제 성격상 그러질 못해요. 주연 배우라고 총대를 메고 사람들을 이끌어 가기보단 불협화음이 생길 때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편이죠. 


평화주의자인가요?

완전요. 주변에서는 답답해해요. 


그래서 비교적 덜 공격적인 운동인 주짓수에 푹 빠진 건가요?

아, 주짓수도 공격은 해요. 물론 격술보다는 상대를 다치게 할 확률이 적고, 위험하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하죠. 격술이 아닌 유술이라서 서로 몸을 맞대면서 힘의 이동을 느끼고, 호흡하며 기술을 공유해요. 주짓수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에요. 심신 수양과 수련이 동시에 되거든요. 주짓수하면서 내가 왜 무술을 좋아하는지, 내가 왜 인내심이 좋은지도 깨닫게 됐어요. 


스스로 인내심이 좋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예요?

일례로 촬영 대기 시간이 10시간이라도 그냥 가만히 기다려요. 약간의 볼멘소리는 하지만,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죠. 화가 나면 차라리 웃고, 장난을 더 쳐요.


촬영장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인 것 같아요.

일이 없으면 무기력해요.현장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저랑 십년지기인 액션 감독님이 이번 작품에서도 함께했는데 “네가 미쳐 있을 때 좋다”라고 하세요. 그때는 정말 하나밖에 안 보이거든요. 누가 뭐라고 하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사랑에 빠질 때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그렇죠. 그런데 저는 사랑보다 일할 때 더 바보가 되는 것 같아요.


차가우면서도 우수에 찬 눈빛을 지닌 그.

셔츠 1백6만원 생로랑 by 무이. 팬츠 73만원 비비안 웨스트우드. 슈즈 가격미정 크리스찬 루부탱. 목걸이 23만8천원 노스웍스 by 에이트디비젼. 벨트,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덤이 굉장한 스타이기도 해요. 여전히 팬 미팅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데, 그때 유독 천진난만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말투도 되게 어려져요. 저를 좋아하는 팬들의 취향이 조금 다양해요. 묵직한 배우의 모습만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고, 아이처럼 밝은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죠. 


드라마를 보며 ‘이준기는 정말 늙지 않는 배우’란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어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주짓수를 함께 배우는 분 중에  당연히 형인 줄 알고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저보다 어린 1985년생이라는 거예요. 제 나이를 듣고 주변 사람들도 너무 놀라서 분위기가 싸해졌어요. 그때 제 나이가 37살인 걸 새삼 깨달았죠. 보통은 나이를 까먹고 사니깐요. 하하하.


배우 이준기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주짓수하면서 땀을 쫙 빼고, 샤워한 후 오늘 배운 기술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맥주 한잔하는 거요.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 영상 보면서…. 아휴! 요새는 그럴 때 정말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워낙 다작하는 배우라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지금 이미 다음 작품이 결정됐을 것 같아요.

제의 들어온 작품 시놉시스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작품 하는 중간에는 절대 못 보거든요. 집중도 안 되고요. 그래서 작품이 끝난 지금 하나씩 보는 중이에요. 팬들이 원하는 게 ‘소처럼 일하라’인데, 그러면 뭐하나요. 결과가 좋아야죠.


그러다 진짜 소 되겠어요.

하하하. 그럴 것 같아요. 아, 그런데 소 말고 여우처럼 영악해져야 하는데…!


CREDIT
    Photographer Choi Moon Hyuk
    Feature Editor Jeon so young
    Stylist 박선용
    Hair 백흥권
    Makeup 신성은
    Assistant 전혜라
    Location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0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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