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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Mon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

발길 닿는 대로 정처없이 걷기, 수평선에 번지는 일몰의 궤적만을 좇으며 하염없이 멍 때리기, 카톡이나 전화의 방해 없이 몇 달간 끝내지 못한 책에 집중하기, 욕조에 몸을 담그고 와인 홀짝이기. 빼곡한 할 일 목록의 압박감을 떨쳐내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휴가’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특권

여행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부지런한 여행자와 게으른 여행자. 여행의 미덕은 ‘경험’이라 여기며 로컬의 문화와 핫 스폿을 샅샅이 훑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런 일행에게 끊임없이 “좀 쉬었다 가자. 그냥 아무 데나 가면 안 돼?”라며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엄밀히 이건 게으름의 문제는 아니다(변명하자는 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명백하게 게으르니까). 여행에도 ‘성향’이라는 게 있으며, 성향이란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다. 소위 ‘뽕 뽑는 여행’을 추구했던 나도 거듭된 여행과 출장 끝에,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한 가지 일만 제대로 하기에도 벅찬 시간’이라는 시차가 생겼다. 어쩌면 나이 탓, 다른 말로 체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에 앞서 일상의 밭은 시간표를 굳이 ‘휴가’에까지 적용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LTE를 넘어 5G로 흘러가는 현대의 시간 개념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갖도록 부추겼다. 빈 시간이 생길라치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날씨라도 봐야 뒤처지지 않는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음 챙김(Mindfulness)’이 작년 한 해를 휩쓴 화두였음에도 우리의 일상은 자아 성찰이나 깊은 사색과는 5G급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혹시 알고 있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행위가 행복도와 창의력을 높이고 의사 결정 능력을 기르며 스트레스를 줄이는가 하면, 무려 우리로 하여금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사실 말이다.

토털 밸런스 코치이자 마음 챙김 명상 강사인 케이트 제임스는 특정한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우리 뇌가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자아 성찰은 우리에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으며, 더 나은 선택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게 만드는 정신 상태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돌보며 주어진 상황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연습하는 것은 건강이든 커리어든 연애에 있어서든 우리에게 더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죠.”

당신이 휴가를 떠나는 목적이 전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끝 하나 까딱 않고 그야말로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목표가 ‘재충전’인 여행이라면 바에 가든, 목욕을 하든, 해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요가를 하든, 당신이 소화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뇌에 약간의 휴식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란 얘기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하는 것’이 ‘그냥 존재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겨요. 하지만 TV를 끄고, 낮잠을 자거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돼요.” 케이트 제임스의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돌체 파르 니엔테(Dolce Far Niente)’, 즉 ‘무위의 즐거움’이라 칭한다. 우리도 그 달콤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 현실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휴가’만큼 이에 최적화된 시공간이 또 있을까? 여행자의 특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이 자유를 만끽할 준비가 된 당신에게 필요한 사소한 기술을 한데 모아봤다.



 물속에 몸을 담가라 

로컬 숍에서 해당 여행지의 향취가 가장 잘 느껴지는 입욕제부터 구입하라. 가장 기분 좋아지거나 편안해지는 향을 고르는 게 좋겠다. 영국 국립 스포츠 및 운동의학 센터에서 2016년 발행한 논문에 따르면, 한 시간 동안 뜨거운 물에서 목욕하는 것이 같은 시간 동안 적정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항염증 작용과 혈당량 조절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으론 숙소를 고를 때 와이파이 속도보다 크고 안락한 욕조부터 체크하도록.



 와인 한잔을 즐겨라 

여행지에 어울리는 술에 정답은 없다. 모범 답안은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 정도? 다만 심신의 회복을 위한 여행이라면 술은 가급적 와인을 고르는 게 좋겠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진은 레드 와인에서 발견되는 혼합물인 레스베라트롤이 노화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장수에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과 더불어 암이나 심장병의 위험을 높이는 손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 이 성분은 적포도와 블루베리 그리고 견과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충분한 빛을 쪼여라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뭔 줄 아나? 비타민 D다. 비타민 D는 반드시 햇빛을 쪼여야 체내에서 생성되는데 바쁜 일상과 환경 공해 등으로 워낙 야외 활동이 부족한 탓이다. 미세먼지주의보 따위와는 거리가 먼 천혜의 자연을 찾아 떠났다면, 비타민 D를 비축이라도 해둘 기세로 태양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려라. 햇빛은 비타민 D의 훌륭한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비만, 심장마비, 뇌졸중, 천식 그리고 각종 경화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심지어 성욕을 증진하고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드는 게 바로 태양의 힘이다.



 TV는 꺼라 

낯선 방의 적막함을 떨치려 TV의 소음에 의지하는 편인가? 이제 여행지에서라면 더더욱 미련 없이 그 소음을 차단하는 게 좋겠다. 2011년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TV에 의존하는 생활 습관이 

흡연과 운동 부족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결과가 드러났다. 해당 연구에서는 하루 평균 6시간 TV를 보는 사람들이 TV를 아예 보지 않는 사람들보다 평균 4.8년을 덜 살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일찍 죽을까 무서워 TV를 끄라는 건 아니다. 이미 우리 일상은 ‘모니터’에 점거당했다. 굳이 휴가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창밖을 보며 멍을 때려라. TV 속에서나 보던 여행지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테니까. 



 펜을 들어라 

시차 때문에, 혹은 미뤄두고 온 업무가 떠올라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면 당장 펜을 들어라. 학술지 <응용 심리학 : 건강과 웰빙>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 전 단 15분이라도 감사한 일을 적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놀라운 숙면 효과를 제공한다. 해당 연구진은 잠들기 전 자신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을 리스트로 적은 실험 참가자들이 더 길고 질 좋은 수면을 취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꼭 잠자기 전일 필요도 없다. 멍 때리다 문득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 냅킨에라도 끄적여볼 것. 숙면은 둘째치고 당신이 얼마나 가진 게 많은 사람인지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현재에 충실하라 

가만히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의 자신에게 집중해보자. 명상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감성지수(EQ)를 높이는 등 수없이 좋은 일이 벌어지게 만든다. 게다가 우울감과 불안감을 줄이고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능력까지 기른다는 사실! 미국의 연구진은 명상을 시작한 지 단 8주 만에 사람들의 뇌에서 집중을 다루고 지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의 두께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명상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만히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에만 오롯이 집중해볼 것. 



 차단하라 

비행기에서 내림과 동시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필요하다면 이메일에서 모두 로그아웃하라. 자랑질은 나중에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다. 2012년 영국 샐퍼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50% 이상이 SNS 활동이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연구 참가자들에 따르면 자신의 상태나 성과를 온라인상 친구들의 것과 비교한 후 자신감과 자존감의 급하락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굳이 누군가의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확인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위해 애쓰는 것도 여행자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여행지까지 가서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굳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 하냐고 묻는다면, 픽사,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차단된 시간’이라는 제도를 도입한 이유와 같다는 대답을 돌려주고 싶다. 여기서의 ‘차단’이란 ‘디스커넥트’, 즉 모바일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뤄지는 모든 온라인 활동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연구 결과가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삶을 영위하고 업무적 성과를 내는 데에 더욱 현명한 방법임을 밝혀냈다. 현대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모바일과 디지털 활동 때문이고 말이다. 이와 관련해 2017년 1월에 프랑스에서는 무려 근로자들에게 ‘차단할 권리’를 허락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50명 이상의 직원을 갖춘 기업들은 업무 시간 이후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응답하라고 강요할 수 없게 하는 법이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CREDIT
    에디터 박지현
    사진 Getty Images
    디자인 이효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0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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