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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Wed

같이 '포호' 추실래요?

몸치라고, 격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그저 옆 사람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이렇게 말하면 된다. “같이 ‘포호 추실래요?”



3년 만에 돌아온 서울은 퍽 삭막했다. 지하철에서는 “천생연분을 놓칠 수 있으니 주위를 둘러보라”라는 광고가 무색하게 모두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친 누군가에게 습관처럼 미소를 건네니 돌아오는 건 싸늘한 무표정이다. 나는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포호’ 음악을 플레이한다. 살포시 날 안는 댄스 파트너의 따뜻한 체온을 상상하며 속으로 스텝을 밟으니, 어느새 마음에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열에 아홉은 “포요? 베트남 쌀국수?”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내 취미는 ‘포호(Forro ′)’라는 브라질의 소셜 댄스다. 주로 브라질의 타악기 자붐바와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추는데, 브라질 북부에서는 삼바만큼 흔한 춤이다. 유럽에서는 포호가 한창 인기여서 소도시 어딜 가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일 년 내내 포호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나는 일 년 전쯤 지금 살고 있는 프라하에서 포호를 처음 접했다.


우연히 처음 보게 된 포호 댄서들은 좀 달랐다. 과장된 웨이브나 현란한 골반 돌리기도 없이, 그저 해맑게 스텝을 ‘깡총’대던 이들. 포호는 탱고에 비해 경쾌하고, 살사에 비해 수수하며, 바차타에 비해 담백한, 생명력 넘치고 탱글탱글한 춤이다. 브라질 음악에 신나게 몸을 흔들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재미도 있지만, 포호의 가장 큰 매력은 따스하고 인간적인 춤이라는 데 있다. 포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넥션’이다. 파트너의 몸짓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하나가 되려는 노력, 춤을 추는 동안에는 세상에 음악과 ‘너와 나’밖에 없다고 믿으며 춤에 몰입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포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동작이 바로 ‘샤메고(Chamego)’다. 춤이 시작될 때 서로를 팔로 감싸 안는 ‘샤메고’는 단순한 포옹이 아니라 친밀함과 다정함,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을 담아 안는 행위를 일컫는다. 포호는 이처럼 교감으로 시작해 교감으로 끝나는 춤이다. 샤메고를 나누며 추는 포호는 그 자체로 내게 다독임이자 위로였다. 포호를 추며 몸을 마주하는 것은 서로를 ‘춤추는 몸’ 그 자체로 귀하게 여기겠다는 원초적이고도 인류애적인 결속이다. 그 상태로 몸의 움직임과 아름다운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내 안이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포호를 ‘두 사람을 위한 명상’이라 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라틴 댄스 대부분이 서민의 춤에서 시작해 어느덧 격식을 갖춰야 하는 춤이 된 것과는 달리, 포호는 여전히 소박함과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별히 정해진 복장도 없다. 트레이닝복이나 반바지, 운동화에 ‘쪼리’, 심지어 맨발로 플로어를 가르는 장면도 흔하다. 또 포호 파티에서는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가 함께 춤추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맨 처음 여자가 내게 춤을 청했을 때는 조금 당황했지만 지금은 여자와 출 때 느껴지는 ‘자매애’를 무엇보다 사랑한다. 포호는 내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 욕망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충족하는 법을 알려줬다. 내가 누구든, 무엇을 입고 있든, 춤 실력이 어떻든 포호를 즐기려는 마음 하나면 된다는 것. 타인과 소통하려는 의지, 춤출 용기만 있으면 이미 충분히 훌륭한 포호제이라(Forro ′zeira: ‘포호 추는 사람’이라는 뜻의 여성형 명사)라는 것을. 한국에 포호 커뮤니티가 없어 속상해하는 내게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가서 시작해!” 그래, 못 할 게 뭔가?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지! 우리 같이 ‘포호’ 춰볼래요?


 About 윤다혜 

네이버 여행플러스에 체코 이야기를 연재하다 책 를 썼다. 노는 것만큼 일을, 여행만큼 일상을, 자유만큼 정착을, 동행만큼 고독을, 주류만큼 비주류를 좋아하는 대책 없는 경계인. 하루하루 꾀 내지 않고 살면서 앞으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 돼 있을지 모른다는 설렘을 즐기는 중이다.

CREDIT
    글 윤다혜
    에디터 성영주
    일러스트레이터 최호형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0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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