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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Wed

뉴스 읽어주는 여자, CBS 김현정

10분만 자리를 비워도 새로운 기사가 쏟아지는 요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는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뉴스 진행자의 멘트 하나가 여론을 이끌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깊이 있게 뉴스를 다루는 여성 진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특별한 사명감을 들어봤다.



프레임 밖에 무엇이 있을지 의심하세요 

-CBS PD 김현정


누구보다 뉴스를 가까이해야 하는 자신의 삶을 두고 그녀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7시 30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 진행자 겸 PD인 김현정은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이크 하나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이 특별한 경험을 한 그녀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했다. 


PD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들으며 밤새 업데이트된 기사가 없는지 체크해요. 그러곤 출근해 오프닝 멘트를 써요. 전날 원고를 준비하지만, 밤새 새로운 기사가 나오면 질문지나 원고를 수정해야 하거든요. 생방송을 마치면, 포털 사이트에 송고할 기사에 들어갈 제목도 정해요. 그날 방송도 팟캐스트 플랫폼에 업로드하고요. 이후엔 다음 날 방송 아이템 회의를 하고, 점심 식사 후 다음 날 방송을 위해 섭외를 하죠. 보통 하루에 4~5시간 정도 자요. 


퇴근 후에도 일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자다가 두세 번은 잠에서 깨요. 세월호 사건 때도 자고 있는데 남편이 유병언 시체가 발견됐다며 깨우더라고요. 부랴부랴 팀원들을 소집해 사건 관련자 섭외에 들어갔던 적이 있어요. 그나마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는 마음이 편하죠. 


평범한 회사원처럼 살고 싶을 때는 없나요?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겠다는 욕심은 포기했어요. 이제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요. 하하. 교과서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좋은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멋모르고 방송할 때보다 어깨가 많이 무거워요.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커졌고요. 방송에 나온 패널이 한 말이 사실과 다르면 유관 기관에서 바로 보도 자료를 낼 정도죠. 방송하면서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줄 위에서 조금만 삐끗하면 떨어질 수 있잖아요. 가정과 일 모두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생각하니 훨씬 홀가분해졌어요. 


개인적인 생활과 시간을 포기할 만큼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마이크가 쉽게 닿지 않는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예전에 군에서 의료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설득해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방송 당시 저는 물론 모든 스태프가 울 만큼 가슴 아픈 일이었죠. 방송 이후, 군 의료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개편됐어요. 이후에 아버님이 저희에게 연락해 자신을 출연하도록 설득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그럼에도 잠시 시사 프로그램을 떠난 적이 있었죠?

2015년에 10개월 동안 음악 프로그램을 했어요. 밤새 음악을 듣고 선곡하는데,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월급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죠. 그러다 청취자들의 성원과 또 회사 방침이 바뀌면서 다시 시사 프로그램에 돌아왔어요. 음악 프로그램이 행복이었다면 시사 프로그램은  보람이자 기쁨이에요.


다시 음악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영영 못 돌아갈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는데, 지금은 여유를 찾았어요. 장거리 마라톤을 달리듯 길 옆에 난 풀도 보고, 나무도 보며 느리게 가더라도 꾸준히 가자고 마음먹었거든요. 시사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하면서 깨달은 거예요. 


논쟁적인 이슈를 다루기도 하고, 사건 당사자와 직접 인터뷰도 하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무척 클 것 같아요.

좀처럼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 정치인을 대할 땐 굉장히 직설적으로 질문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방송 중에 상대가 화를 내며 전화를 끊을 때도 있고, 방송 후에 거칠게 항의할 때도 있어요. 일반인들은 보통 사건 사고의 당사자로 상처가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묻고 이야기를 듣죠. 특히 인터뷰이가 유가족일 경우엔 눈물이 많이 나요. 제가 울면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방송 중엔 팔뚝을 꼬집어가며 참아요. 


방송에서 PD님의 코멘트가 논란이 된 적이 없어요. 때로는 진행자의 분명한 색깔이 팬덤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저는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닌 언론인이에요. 굳이 팬덤이 필요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아요. 그저 청취자들이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를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죠. 


<뉴스쇼>는 섭외력으로도 유명하죠. 

저희 팀은 흥신소를 차려도 될 만큼 섭외를 잘해요. 일반인을 섭외할 때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듯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요.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관건이죠. 인터뷰를 잘 안 하는 유명인의 경우엔 3개월, 6개월씩 매달려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모든 매체에서 김영란 대법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죠. 저희 PD가 3개월 동안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드렸어요.  마침내 저희와 첫 인터뷰를 했죠. 


핵심적인 내용을 직설적으로 묻지만, 결코 무례하지 않아요.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제는 제 캐릭터를 잘 알아서 그런지, 몇몇 정치인들은 섭외 과정에서 아예 출연 거절을 하거나 출연 이후엔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들에게 아픈 질문을 해야 할 때는 웃으면서 물어요. 너스레도 떨고요. 인터뷰할 때는 편하게 말했다가 방송이 끝난 후 아프다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저희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인 정두언 전 의원은 다른 방송도 많이 하는데, <뉴스쇼>에서만큼은 유독 찻집에서 사담 나누는 것처럼 다 말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학교 다닐 때 제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친구들이 상담할 거리가 있으면 저에게 털어놓곤 했어요.


그날 방송 아이템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하나요?

회의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해요. 누구 하나라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크로스 체크를 하며 조심하죠. 방송에서는 무거운 사건부터 소소한 정보, 유쾌한 미담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해요. 아침에 <뉴스쇼>를 들으면 청취자들이 그날의 핫 이슈를 빼놓지 않고 알 수 있게끔 배치해요. 순전히 제가 관심 있어 다루는 건 음악과 시예요.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시인이 자주 출연하는 편이에요. 


언제부터 시사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라디오 PD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음악을 좋아했고, 뉴스는 가끔 보는 정도였죠. 대학교 방송국에 들어가  사회 약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세상과 사회에 눈을 떴어요. 


직업병도 있어요?

늘 의심하고,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해요. 한번은 시어머니와 통화하는데, 옆에서 듣던 남편이 통화를 인터뷰처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했더라고요. 하하.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한 기사를 접하며,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성이 많이 없다는 게 무척 아쉬웠어요. 

사회를 보는 남녀의 시각이 확연히 다르지는 않지만, 여성 문제에 한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육아 문제, 워킹맘의 고단함 등을 위로하는 데는 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시사 프로그램 전반에 여성 진행자가 많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저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해요. 워낙 일이 힘들기도 하고, 여자 앵커를 ‘뉴스의 꽃’으로만 여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 일을 10년 넘게 하는 이유는 제가 여성 시사 방송인으로 첫걸음을 뗀다는 생각도 있어요. 이 길을 가다 보면 결혼, 출산, 육아는 물론 사회의 장벽, 편견과 싸우게 되거든요. 대성공을 하지는 않더라도  끈질기게 갈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또 제가 시사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여성 후배들이 결혼한 후에도  편하게 사회생활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꿔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어떤 뉴스든 기자의 눈, 진행자의 눈이라는 프레임이 있어요. 기사는 한번 걸러서 세상에 나오기 때문이죠. 그러니  프레임 밖에 무엇이 있을지 늘 의심하며 봤으면 좋겠어요.  믿을 만한 언론인을 정해놓고 뉴스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되도록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게 사안을 보는 습관을 길러보시길 바라요.

CREDIT
    에디터 전소영
    사진 박종민
    스타일리스트 (김현정)노해나
    어시스턴트 백가현
    의상 협찬 재킷 콜라보토리, 니트 톱 코스, 팬츠 랑방 컬렉션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8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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