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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Tue

명상 같은 소리 하네

요가 룸이 조용해지고, 시타 연주 소리가 커질수록 잡념이 폭발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 요가 수업이 끝날 때쯤 매트 위에서 종용받는 ‘명상’이 버겁게 느껴진 적 있다면 주목! 명상은 ‘좋은 치료’가 분명하지만, 누구나 꼭 명상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달 반 만에 야근에서 해방된 날,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노예같이 일했던 울분을 잊으려고 한바탕 술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휴대폰 화면에 문자메시지 창이 뜨더라고요. ‘김 대리, 벌써 퇴근했어? 나 급한 부탁이 하나 있는데.’ 보자마자 부아가 치밀어 독주를 시키려는데 친구가 제 손을 잡더니 하는 말. ‘술 퍼마시지 말고 잘 때 이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켜봐.’ 아니, 우리가 언제부터 열 뻗치면 맥주 마시는 대신 명상 앱을 켜는 시대가 됐죠?” 

외국계 금융 기업에서 일하는 김희원(가명, 31세) 씨의 ‘명상 친구’처럼, 요즘 명상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분노를 요가와 명상으로 다스리는 장면이 방송된 후, 요가 매트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하는 이들의 모습은 흔한 장면이 됐다. 사실 이전까지 명상은 수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을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 정신 치료가 필요한 사람, 예술가나 연예인 등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명상이 하나의 여가 활동이 된 지금은 애플리케이션 하나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명상의 효용은 무수한 연구 결과가 입증한다. 미국 국립보건원, 하버드대, MIT, 영국 옥스퍼드대, 캐나다 몬트리올대 등 세계적인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명상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우울증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북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임상교수는 “명상을 오래 해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이 더 발달해 집중력이 높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명상을 오래 한 사람들의 도파민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차이를 검사한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응력과 회복력, 통증에 대한 인내력이 더 높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죠”라는 말로 명상의 효과를 설명한다. 

인류가 3천 년 이상 지속해온 명상의 신성함을 의심하는 건 물론 아니지만, 명상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은총을 베푸는 건 아니다. 그저 몇 곡의 잔잔한 음악을 듣고, 깊게 숨을 마시고 뱉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명상가들이 추구하는 경지에 닿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 당신이 한 번이라도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면, “눈을 감고 잡념을 떠나보내라”라는 강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잡념이 폭발하는 경험을 해봤을 터. ‘내가 가스 밸브를 잠그고 왔던가?’, ‘나도 실비 보험을 들어야겠어’, ‘이 발 냄새는 나한테 나는 냄새인가?’, ‘아까 지하철에서 본 그 노란 원피스는 어디 브랜드 제품일까? 이따 검색해봐야지’ 따위의 생각들 말이다. 취업 준비생 박해인(26세) 씨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다.  

“요가가 체형 교정이나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매번 수업 때마다 명상을 하라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우주의 무한함과 인간의 유한함에 대해 생각해야 하나? 어떨 땐 선생님의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려 그 말 뜻을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기도 해요.” 

박종석 전문의는 무작정 명상을 따라 하려고 하거나, 강박관념을 가진다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명상이 뇌에 미치는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숙련된 방법을 통해서가 아닌, 비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흉내를 내는 데 급급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강박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성격이 급하거나 외향적인 경우 명상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명상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면 낮잠이나 숙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 등을 추천합니다. 약간의 단 음식을 먹는 것도 뇌의 휴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입니다.”

그러니까 제3의 눈(명상의 경지,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눈이다!)을 뜨지 않아도, 참팍꽃과 백단향 오일로 만든 나그참파를 태우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내면의 평화를 찾으면 된다는 뜻! 



 명상이 소용없는 사람을 위한 명상법 


1 그냥 달려라 

트레드밀 위에서, 공원에서 그냥 달려라. “유산소운동은 집중력을 높이고 우리 뇌가 스트레스로부터 회복되도록 도와주거든요.” 퍼스널 트레이너 최정운의 조언이다.


2 밥 로스를 찾아라 

1980년대에 EBS에서 방영된 TV 쇼 <그림을 그립시다>를 아는지? 캔버스에 나이프로 쓱쓱 물감을 뭉개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한 뒤 “어때요. 참 쉽죠?”라고 말하는 화가, 밥 로스의 쇼를 보는 것만으로도 잡념은 사라진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3 ‘마인드풀니스’ 기술을 익혀라 

만성피로는 육체가 아니라 뇌가 지쳤다는 신호다. 스트레스, 피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뇌의 휴식법을 익혀라. 정신과 전문의 구가야 아키라의 책 <최고의 휴식>에는 스티브 잡스, 마크 베니오프 등 실리콘밸리의 수장들이 열광한 뇌 휴식법이 정리돼 있다.  

CREDIT
    에디터 류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7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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