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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Fri

근데, 왜 그렇게 살아요?

인적이 드문 신촌 뒷골목에 작은 책방을 열었다. 내키는 때 일어나 책방 문을 열고, 여행 가고 싶으면 남에게 맡겨둔 채 그냥 떠난다.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 “근데, 왜 그렇게 살아요?”



요즘 내가 종종 듣는 질문이다. 작은 독립 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제법 여러 사람이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한참 내 이야기를 듣다가 꼭 한 번씩은 되묻곤 한다. “근데, 왜 그렇게 사냐?”라고. 그럴 때마다 ‘뭐가 이상한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책방 주인으로의 삶이 그렇게 이상한지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소상히 밝히고자 한다.

나는 ‘퇴근길 책한잔’이라는 작은 독립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 대형 서점도 장사가 안 돼 문 닫을 만큼 어렵다는 출판 시장에서 하물며 열 평 남짓한 작은 책방이라니! 게다가 베스트셀러 한 권 없는 독립 책방 말이다. 한마디로 돈 벌기는 글렀다. 하루 종일 책방에 있어봤자 손님보다 뭐 먹을 것 없나 하고 고개를 들이미는 길냥이들(물론 아주 귀엽다)이 더 자주 들르는 공간. 나는 그런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돈은 못 번다. 일 년에 책 한 권 사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한 사회에서 책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말은 차라리 우스갯소리에 가깝다. 그래도 나는 책방 주인장으로 살기를 선택했다. 돈 좀 못 벌면 어때?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거지.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자발적 거지’라고 부른다. 돈이 없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남 보란 듯한 명함도 하나 없다. 서른 중반의 나이지만 결혼은 할 생각도 없고 할 돈은 더 없다. 우리 부모님은 어디 가서 아들 뭐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걔? 그냥 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며 쿨하게 효도 생각 없는 아들 소개를 마친다.

우리 책방은, 사실 말이 좋아 책방이지 나의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공간. 그렇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두고 역시나 좋아하는 술도 들여놓았다. 편한 소파도 있고 나른한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도 흐른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틀어놓는다. 어차피 누구의 눈치 볼 필요 없고 시간에 쫓길 이유도 없다. 당연히 영업시간 또한 들쭉날쭉. 내가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다. 돈은 없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여유롭다. 고로 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해야 하는 세 가지를 하지 않는다. 우선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책방에 가는 것은 출근하는 기분조차 들지 않는다. 그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기듯 ‘이제 나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쯤 편한 차림으로 가면 그만이다. 또한 나는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어차피 돈도 못 버는데 싫은 사람까지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 싫은 사람과의 만남은 단호히 거절하고, 진상 손님이 오면 나가라고 한다. 우리 책방에는 언제나 ‘진상 강퇴’라고 크게 쓰여 있다(그런데 애초에 주인장이 우주 최강 진상이라 그런지 우리 책방에는 진상 손님이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는 상사가 없다. 이래라저래라 명령할 사람도 없고 설혹 한다 해도 듣지 않는다. 책 종류가 어떻네, 테이블이 어떻네, 의자가 어떻네 하며 괜한 오지랖을 떨면 ‘네가 뭔데?’ 하고 가뿐히 무시해버린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하는 책방이니까.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재미난 일도 생긴다. 올해 4월에는 한 달간 멕시코로 여행을 갔었다. 그때 책방 문을 닫았느냐고? 아니, 자발적으로 책방을 봐주겠다는 사람이 30명이나 모여서 각자 하루씩 번갈아가며 대신 책방을 운영해줬다. 물론 무!료!로! 덕분에 주인장 없는 책방은 한 달간 쉬지 않고 문을 열었고, 나는 무사히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고 한다. 달력의 빨간 날을 확인하지 않고 사는 나도 알 정도니 제법 긴 연휴인가 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그 연휴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앞으로 그런 연휴가 다시 오려면 20년이 지나야 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다시 오기 힘든 긴 연휴니까 평소보다 두세 배 값을 치러서라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여행 기간은 10일. 평소에는 일이 바빠 책 한 권 읽을 짬이 없고, 알람은 기상 시간에 맞춰 5분 단위로 세 번씩은 울리게 해야 제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할 수 있단다. 숨소리조차 듣기 싫은 팀장에게 무참히 깨지기라도 하는 날엔 고작 이런 월급에 이런 대우받으며 일해야 하나 자괴감도 든다고 한다. 애인과의 데이트는 토요일 딱 하루만 하기로 합의 봤단다. 왜? 평일에는 바쁘고 주말에는 피곤하니까! 일요일에는 종일 온몸을 수평으로 눕혀놓고 있다가 어느새 <개그콘서트>와 함께 월요병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다가도 한순간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든 듯이 내게 묻는다. “근데, 왜 그렇게 살아요?”


About 김종현 

염리동에서 독립 책방 ‘퇴근길 책한잔’을 운영하고 있다. 그 전엔 대기업에 다니다가 회사를 나와 ‘카우치 서핑’으로 세계를 여행하고, 책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를 썼다.

CREDIT
    에디터 류진 일러스트 허정은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7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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