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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Sun

성 평등 의식 없는 남자들에게 고함

“남자들이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이렇게 세상 멋진 발언을 하는 남자가 있다. 자칭 ‘남성 페미니스트’ 손아람 작가가 전하는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He is  손아람 작가 소설 <디 마이너스> <소수의견> 등 사회 부조리를 냉철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품을 썼다. 힙합 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래퍼이기도 하다. 


최근 JTBC <말하는 대로>에서 ‘왜 남자는 연애에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연애를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결국은 성 평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남자들이 연애를 잘하고 싶으면,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논조에 뭇 여성들 사이에 뇌섹남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성 평등에 대한 화두를 던진 이유가 뭐였나?

최근 여혐, 남혐 등의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남자가 남자에게 던지는 설득력 있는 발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20대 초반 학교를 다닐 때 여성주의 세미나를 필수로 들어야 했는데, 이론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남자 선배의 모습이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었다. 남자가 페미니즘을 체화해 그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도 남자로서 남자에게 솔깃할 수 있는 방식의 이야기를 

해보려는 의도였다.


지금 대한민국 남자들의 성 평등 의식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평균적인 성 평등 의식을 진단하기는 곤란하지만, 남자들이 속한 또래 집단의 문화 자체가 평균적으로 굉장히 어그러져 있다고 본다. 사실 그 문화에 속해 있다 보면 교정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남녀 분반 같은 제도로 남자와 여자가 격리되고, 남자들끼리만 공유하는 문화를 형성하면서 생긴 규범이 체화가 된 거다. 여자에 대한 악감정을 가져서라기보다는 그냥 담배 피우면서 남자들끼리 자연스럽게 음담패설을 한다든지, 여자에 대해 성희롱적인 발언을 주고받는 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거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이 일종의 ‘디폴트’처럼 당연히 여겨진다. 이를테면 누구나 쉽게 룸살롱에 가는 문화 안에 있는 남자의 머리에 성 평등을 주입하는 건 불가능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미 그런 문화에 속한 대다수 한국 남자의 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이 있을까?

모범적인 남성 롤모델을 만나야 한다. 여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성 평등 의식이 제대로 박힌 남자 선배들. 여자 입을 통해 듣는 페미니즘으로는 뇌 구조가 바뀌기 어렵다.


간혹 어설픈 성 평등 의식이 심어진 남자들이 있다. “남녀평등이니까 우리 똑같이 돈 내고, 무거운 것도 똑같이 들어야지!” 이런 류의 주장을 하는 남자들 말이다.

그런 식의 기계적인 평등은 성 평등이 아니다. 나는 여자를 사귀면서 성 평등을 잣대로 관계를 조종하려고 하지 않는다. 데이트 비용도 대부분 내가 내는 편이다. 내가 그녀들보다는 좀 더 경제력이 있는 편이어서 그랬던 거다. 만약 내 여자 친구가 나보다 돈을 많이 번다면 나는 기생할 거다. 나에게는 부담되는 소비인데 상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이것은 꼭 연인 관계에서뿐 아니라 동성의 선후배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만약 내가 상사라면 연봉이 적은 후배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니 “남녀평등이니까 반반씩 해”라는 논리는 성 평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발상이다. 


성 평등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이 아닐까?

맞다. 온갖 것에 ‘반반’이라는 잣대를 두면서 “그러니까 하지 말자, 너희도 불편할 거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남자들 중에는 ‘역차별’을 운운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럴 때 제일 많이 드는 예가 군대다. 사실 남자들이 역차별이라고 일컫는 그것은 ‘차별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선행 차별이 있기 때문에 차별 비용이 생기는 거다. 역사적으로 여자는 연약하고 어려운 일은 못 한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남자만 전쟁터에 나가거나 막일하고, 여자들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관습이 결국 남자가 군대 가고,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하는 거다. 그러니 남녀평등은 ‘더치페이’라는 기계적인 룰로는 조정이 안 된다. 남자들이 그런 식으로 ‘평등’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아마 더치페이하는 연애를 하게 되는 게 아니라 아예 연애를 못 하게 될 거다. 여자들은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 더치페이를 요구하는 남성들과 연애를 안 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근본적인 차별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남녀가 평등한 연애의 모습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연애할 때 보통 남자들이 상대보다 나이가 많아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리곤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후배나 아랫사람에게 대하는 말투가 장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면 두 살이 어리든 세 살이 어리든 동등한 관계가 돼야 하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는 말투를 연인 관계에서 쓰다 보면 여자 친구가 불쾌해하거나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여자 친구에게 “야, 저기 뭐 좀 가져와”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명령조로 느낄 수 있는 거다. 나는 연애할 때 “~해줄래?”라는 말투를 자주 쓰는데, 여자 친구가 그게 정말 좋다고 하더라.


성 평등 의식이 없는 남자 친구를 가진 여자들에게 위로의 조언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애인을 통해 교화되기는 쉽지 않을 거다. 남자친구에게 성 평등 의식을 심어주려다 보면 갈등이 커지고 대개 그 관계는 점점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나을 수 있다. 우선 남의 남자들 먼저 바꾸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직장에서 남자 동료들에게, 혹은 SNS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공적 발화를 하는 거다. 오히려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100명의 여자가 각자의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화력을 모아서 100명의 팔로어들에게 의제를 제안하고 많은 남성에게 공적으로 들릴 수 있는 발화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CREDIT
    Editor 김혜미

이 콘텐트는 COSMO MEN
2017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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