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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Sat

유호진 PD가 말하는 일과 삶의 밸런스

직장 생활과 개인적인 삶, 게다가 연애까지 모두 잘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바쁜 24시간을 사는 남자, 유호진 PD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언제 쉬고, 언제 연애하나요?




 He is  유호진 PD 2008년 KBS 예능국 PD로 입사해 2013년부터 3년간 <1박 2일>을 연출했다. 이후 몬스터유니온으로 이적해 드라마 PD로 컴백 예정이다. 


유호진 PD의 방송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가? 하하. 감사하다. 


<1박 2일> 연출 후반에 건강 악화 이야기도 있었듯이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PD로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느낌을 받았었다. 

대체로 예능 PD들은 5, 6년씩 못 쉰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텀이 없다. 드라마의 경우 몇 개월 동안 비인간적으로 일을 하지만, 종영 후에는 몇 달간의 휴식이 있다. 이를테면 로-미디엄-하이-익스트림 이렇게 패턴이 있는데, 예능은 익스트림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하이로 쭉 몇 년을 가는 거다.  


쉬는 날이 하루도 없나?

업무를 얼마나 스마트하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한다. 스마트하지 않은 사람은 더 힘들게 회사를 다니지 않나. 나는 좀 미련하게 일하는 편이다. 


미련하게 일하는 건 무엇을 말하나?

지금 할 걸 막 미룬다. 어영부영 놀다 마감 때가 다가오면 ‘아, 큰일났어!’의 반복. 그렇다고 노는 동안 머릿속에서 일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도 못한다.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흘러보내다가 갑자기 벼락치기로 일을 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고민을 오래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다. 좀 더 좋은 초이스는 없을까 생각하다 보니 실행 단계로 늦게 접어드는 거다. 초이스가 빠르면 좋을 텐데, 좀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 늦게서야 실행하는 편이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퇴사’를 꿈꾼 적이 있나?

철없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예능 PD가 나에게 맞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을 그만두고 나면 뭘 할 건데?’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지금 하는 이 일을 영구적으로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겠다는 의미인 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건지. 사실 나영석 PD가 대중에게 보여주는 ‘하이드-아웃’의 정서를 꿈꾸는 것 같기도 하다. 섬에 가서 먹는 것 외엔 생각하지 않고, 정신노동에서 벗어나 육체노동 위주의 삶을 살아보는 것 같은. 1~2년 정도 그런 시간을 갖는 걸 꿈꾸기도 하는데, 이 일을 아예 때려치울 것이냐라는 물음 앞에서 좀 더 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게 1, 2년 쉼의 기간을 갖는다면 무얼 하고 싶나?

일단 날씨가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다.


‘유 식당’을 차리는 것을 꿈꾸나?

식당을 차리고 싶지는 않다. 내 음식을 남에게 먹이는 건 범죄기 때문에. 그냥 평소에 꿈꾸는 건 삼시 세끼를 다 내 손으로 해 먹는 거다. 어머니의 레시피를 나에게 입력하고 싶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그 음식을 먹을 방법이 없지 

않나. 식당에서 사 먹는 밥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레시피를 많이 배워둬 

아침에 일어나서 뚝딱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명작 영화라 불리는 작품을 300편 정도 몰아서 보고 싶다.


따뜻한 나라에서의 영화 감상! 듣기만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인생의 롤모델인데, 그분이 등단하기 전 아내가 돈을 벌고 자신은 집에서 주부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매일 시장에서 장을 봐 와 아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 요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소년 소녀 명작 전집’이라는 50~60권짜리 소설 한 질을 다 봤다고 한다. 사실 내러티브를 다루는 사람은 아주 고전적이고, 단순하고, 표준적인 형태의 내러티브 소스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유리해 그런 기본서를 많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영상 일을 하는 사람이니, 영상의 고전을 많이 보고 싶다. 


일과 연애의 밸런스는 어떻게 조절하는지 궁금하다. PD는 도대체 언제 연애를 하나?

연애는 다들 한다. 인기가 없어 못 하는 거지. 물론 약간 고통스러운 연애이기는 하다. 특히 상대가 한가한 직업이라면 그 사람을 좀 고문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 


일과 연애 사이에서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

일에 집중하느라 상대에게 무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밥 잘 먹었겠지’라고 생각해 연락을 안 하는데 상대는 관심을 바랄 테니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일터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상대에게 기대하게 되는데, 상대도 나름대로 기대하는 것이 있을 테니 연애가 쉽지 않다.


배우에게는 인터뷰할 때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나?

입사 때부터 음악 프로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11년째 다른 것을 하고 있다. 사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걸 더 잘할지도 모르는데 굳이 내 플랜에 인생을 가둘 필요도 없다. 일단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한다. 내 인생에 계획과 상관없이 굉장히 랜덤하게 점이 찍히는 느낌이 있는데, 이 점들을 연결했을 때 어떤 모양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연에 맡기고, 그 우연들이 결국 이런 의미였다는 걸 나중에 해석하게 되겠지. 


그 점들을 연결했을 때 어떤 그림이 완성됐으면 좋겠나?

마당 있는 집에서 큰 개를 기르면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해 먹고, 악기 하나를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한 삶이 상징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그림이 완성된다면 좋을 것 같다.


CREDIT
    Editor 김혜미

이 콘텐트는 COSMO MEN
2017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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