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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Wed

솔직 소개팅 다이어리 1 - 그녀에게 삼프터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

소개팅 당일,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소개팅 리뷰를 공개한다.



 HE IS  이지용, 35세, PD, 솔로 4개월 차, 이상형은 마음이 따뜻하고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여자. 


 D-7  전 여친과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이별을 했다. 당분간 연애는 쉴 거라고 다짐했지만, 친구의 소개팅 제안에 나는 뻔한 질문을 던졌다. “예뻐?” 그녀의 연락처를 저장하자마자 카카오톡 프로필을 살폈다. 아쉽게도 그녀의 사진 대신 강아지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봤다. 페이스북에도 그녀의 사진은 없었다. 여행지 사진, 혹은 동물 사진이 전부였다. 그녀의 외모에 대한 궁금증은 우선 접어두고, 메시지를 보냈다.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은 뒤,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그녀는 “타코를 먹고 싶어요”라고 했다. “아무 데나 좋아요”라는 답변보다 취향을 확고하게 말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녀와 토요일 저녁, 이태원의 타코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D-day  소개팅 장소에 도착해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그녀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눈에 띄는 미녀는 아니었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였다. 

대화를 나누어보니 그녀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타입이었다. 나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던졌다. 그녀는 말수는 적었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타입이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자리를 옮겨서 한잔 더 할까요?”

라고 물으니, 그녀는 늦었다며 오늘은 헤어지자고 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D+3  그녀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까지 일상을 공유하는 문자. 그런데 왠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에 과하게 의미 부여를 하는 그녀. “너는 포메라니안을 닮은 것 같아”라고 한 날에는 카톡 프로필을 포메라니안 사진으로 변경하더니, 급기야 오늘은 꼬마 여자아이가 남자에게 꽃을 주는 사진을 올렸다. 우리가 이미 연인이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주말 그녀를 만나기로 했지만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D+7  애프터 당일. 홍대 앞의 이자카야에서 그녀를 만났다. 블랙 가죽 레깅스에 브이넥 톱, 그리고 야상을 걸친 모습이었다. 패션 MD라는 직업답게 트렌디한 느낌의 룩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호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기왕 만났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밥값, 술값을 계산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는데, 또 한번 당황했다. 그녀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앉더니, “저는 라테요”라며 당연히 내가 주문해 오기를 바랐다. 첫 번째 만남은 그렇다 치고, 두 번째 만남에서 내가 밥을 샀다면 “커피는 제가 살게요”라고 하는 게 예의 아닐까? 그녀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 이제 그녀와 연락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패션도 부담스럽고, 밥을 사도 커피를 사려는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유머 코드도 맞지 않았지만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두근거리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그녀에게 반하지 않은 것 같다.


 D+10  두 번째 만남 이후 연락을 하지 않는 내가 궁금했는지,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뭐 해요? 바빴나 봐요”라고. 나는 그녀에게 “이제 그만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란다”고 뻔하디뻔한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우리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라고 답문했다. 그녀에게 차마 내가 느낀 감정을 공유할 수는 없어, “당신이 좋은 사람인 것은 알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다”라는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CREDIT
    Editor 김혜미

이 콘텐트는 COSMO MEN
2017년 0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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