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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Tue

걸크러쉬 원조, 조선희와 서수민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말들로 변화가 필요한 현실에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코스모가 현상 유지보다는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판을 깨더라도 기어이 할 말을 하며 자신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에세이 <촌년들의 성공기>를 함께 냈어요.  ‘촌년’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선희 정형화되지 않아서 용기가 있는 사람, 본능에 충실하고 날것의 힘을 가진 사람이오. 

서수민 내가 가고자 하는 세상 안에서는 가진 게 없는, 그래서 뭔가를 가지려고 욕심을 내는 사람. 잡초 같은 사람이겠죠. 


그 ‘촌년’의 기질은 타고나는 걸까요? 

서수민 타고나기도 하고 노력도 해야죠. 그런데 일단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 원치 않아도 촌년이 될 수밖에 없죠. 그 상황을 헤쳐나가 살아남아야 하니까.


조선희와 서수민을 만날 거라고 하니까 대부분 ‘그 센 사람들을?’이라는 반응이었어요. 이 이미지에 동의하나요?

조선희 아니, 동의하지 않아요. 나는 사실 그 말이 좀 듣기 싫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나한테 “만나기 전엔 되게 무서울 것 같았는데 막상 대화를 나누고 같이 일해보니까 그렇지 않네요”라고 말해요. 사람들이 제대로 겪어보지 않고 누군가에게 선입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목소리가 남들보다 크고, 표현이 솔직하다고 해서 

센 건 아니거든. 

서수민 근데 뭐, 상관없어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진 중요하지 않거든. 내 인생이니까. 


책은 읽다가 ‘할 말을 거침없이 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상처를 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말을 하지 말 걸’이라는 내용의 후회를 봤어요.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지금과 다른 모습일까요?

조선희 조금 부드럽게 말하긴 하겠지. 그땐 그게 ‘센 말’인지,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말인지 모르고 했어요. 난 그냥 의견을 물어보거나, 좋은 결과물을 위해 한 말일 뿐이었거든. 그런데 다시 

그 상황이 돼도 난 똑같이 할 말을 할 것 같아. 하하. 

서수민 저는 후회해요. 그래서 안 할 거예요. 내가 직언이라고 생각해 했던 말들은 그 사람을  좋아해 함께 일을 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직언이 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애정이 있어 한 말이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었던 거죠. 


할 말을 못 했던 시절도 있었나요?

서수민 못 한다기보다 안 할 때가 있었어요. CP로 일할 때 PD에게 내 의견을 계속 이야기해도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그럼 뭐, 어쩔 수 없는 거죠. 객관적으로 그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라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거든요. 제가 판단했을 때 그 PD의 주장이 좋은 답이 아닌 것이 확실하지만 그냥 실패하게 둬요. 본인이 직접 경험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대쪽같이 밀고나가다가도 의기소침해지는 순간이 있나요? 어떻게 빠져나와요? 

조선희 누가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사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렇다고 타협하거나, 사적인 관계 때문에 해야 할 말을 안 하고, 원칙을 깨진 않아요. 그건 상대가 서운해해도 어쩔 수 없어요. 

서수민 <개그콘서트>를 처음 맡았을 때 코미디라는 생소한 장르와 ‘어디서 굴러온 돌인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저를 대하는 스태프들 때문에 조금 주눅 든 적이 있었죠. 결국 처음 맡은 코너가 무참히 깨졌어요. 그 뒤로 반년 동안 개그맨들과 작가들을 따라다니면서 공부했고, 다시 내놓은 코너가 다행히 잘됐어요. 저는 사실 의기소침할 때도 해야 할 일이나 할 말은 계속해요. <1박 2일>을 할 때도 어떤 프로젝트를 모두가 결사 반대했지만 제 안에 확신이 있을 땐 끝까지 고집을 피웠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두 분 다 기가 만만치 않은 사람들과 일을 해왔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을 리드하고, 마음을 얻은 방법은 뭐예요? 

조선희 마음을 얻겠다고 노력한 적은 없어요. 

나는 그냥 그들과 작업하며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함께 일하는 동지라는 의식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게 잘 맞는 사람들과 오래 같이 일하고 있는 거죠. 그냥 내 생긴 대로 살면 돼요. 원하는 게 안 맞으면 그냥 안 보면 되는 거고. 

서수민 저는 제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저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과는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하관계를 벗어나 실제로 친해지려고 대화를 많이 나눠요. 예를 들면 같이 일했던 개그맨들이랑 PD와 출연자라는 경계를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친밀감 형성을 위해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스킨십을 자주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상대나 상황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할 말을 잘하는 방법은 뭘까요?

서수민 인기 관리를 안 하면 돼요. 학생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극을 기획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선배가 나한테 “너는 인기 관리 좀 하지 마”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언제 그랬냐고 반문하니까 “네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인기 관리를 하는 건지” 생각 해보래요.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 뒤로 일을 할 땐 본질을 놓치고 있진 않나, 결과물보다 관계를 신경 쓰고 있진 않나 고맨해요. 저는 결과가 관계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게 나답다고 생각해 필요한 말을 하는 편이죠. 


센 척하는 사람과 실제로 센 사람의 차이는 뭘까요? 

서수민 센 사람은 굳이 힘을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잘 따라요. 나타나기만 해도,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사람들을 움직이는 이가 있어요. 표현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센 척’하는 사람이고.


그 진짜 센 사람을 주변에서 꼽자면 누구일까요? 

조선희 윤여정 선생님. 근데 그분도 본인 스스로는 여리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하. 선생님을 보면 자존감이 정말 높은 사람이라는 게 보여요. 자기가 정한 길로 곧게 가는 모습 때문이에요. 그 길이 이렇게 되기도 하고 저렇게 되기도 하고 순탄치 않은데, 어쨌든 한 방향을 고수하는 거죠. 해야 할 말이 있을 땐 강하게 말하기보단 세련되게 말씀하시고요. 저런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요?

조선희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죠. 그런데 세다, 안 세다는 상대적인 거 아닐까? 자존감이 강한 사람도 어떨 땐 강하고, 어떨 땐 약할 수 있잖아요. 다만 그 ‘약할 때’의 빈도수가 적은 사람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사실 진짜 센 사람들은 그 힘이 잘 안 보여요. 굳이 자신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없거든요. 

서수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강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정의와 정리가 확실하게 돼 있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논쟁할 필요가 없는 거죠. 예전엔 누가 날 싫어한다고 하면 그 사람을 찾아가서 해명하려고 했어요. 요즘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겨요. 사람의 생각이 다 같을 순 없으니까. ‘내가 싫다고? 그럼 그냥 싫어하렴’ 하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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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류진

이 콘텐트는 COSMO BUSINESS
2017년 0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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