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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2 Sun

똑똑하게 헤드헌터 활용하는 법

우리 세대는 평생 3개 이상의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한다. 직장이 아닌 ‘직업’ 말이다. 당신이 꿈꾸는 커리어의 종착지가 창업이 아니라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헤드헌터’라는 동아줄일지도 모른다.


 

“잘 아는 헤드헌터 없어?”

“니네 다 같이 짰냐?” 물어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디지털 급변기에 장기 불황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다들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리다. 지금껏 자신이 쌓은 커리어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며 가장 먼저 혹은 최종적으로 떠올린 것이 한결같이 ‘헤드헌터’고 말이다. 업계의 누가 헤드헌터한테 연락받고 전직에 성공했다더라, 누구는 연봉 몇천을 올려 받았다더라, 누구는 막상 사인할 때 보니 거의 사기 수준이었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을 심심찮게 접해오긴 했지만 요 근래 유독 헤드헌팅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같은 이 느낌적 느낌은,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수년 전부터 사회학자들은 100세 시대를 맞아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는 평생 3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게 될 거라 전망했다. 7~8년 전쯤인가 한 선배로부터 그런 얘길 처음 전해 들었을 땐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다. ‘직장’이라면 몰라도 ‘직업’을 바꾸는 것까진 쉽게 그려지지 않았던 거다. 불과 몇 년 사이, 세상은 또 한 번 급변했다. 밀레니얼 이후의 세대이자 모바일 네이티브인 ‘엄지 세대’는 무려 평균 19개의 직업을 갖게 될 거란 예측까지 쏟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파른 변화를 몰고 온 4차 산업혁명으로 사활이 갈리는 직종도 부지기수다.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우리 모두 프렌차이즈 가맹점 사업 설명회에서 만날지도 모른다(창업 자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


물론 이직이 꼭 헤드헌터를 통해야만 가능한 건 아니다. 각 기업의 웹사이트에 수시로 올라오는 경력직 채용 공고, 업계의 지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이렉트한 스카우트 제안, 잡포털 사이트를 통한 구직 등 다양한 루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단순히 ‘직장’이 아니라 ‘직업’이나 ‘직종’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좀 난감해진다. 헤드헌터에 대해 문의한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경우에 해당했다.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나름의 전문성을 무기로 과감한 커리어의 전환 혹은 2막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난감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 간절한 게 바로 ‘헤드헌터’다. 이 기사는 아마도 그런 적극적인 의지를 지닌 사람들에게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지금 자신의 자리, 업무와는 다소 결이 다를지도 모르는 ‘넥스트 스테이지’를 모색하는 사람들 말이다. 경력 이직자가 궁금해할 만한, 헤드헌팅에 대한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뽑아봤다. 


도대체 헤드헌팅은 누가 당하는 거야?

전문성이 강하거나 자신의 업무 성과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간간이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아봤을 거다. 이른바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기업의 인사팀, 회계팀처럼 표면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직군에서 일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헤드헌팅의 촉수에 노출될 확률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망연자실할 필요는 없다. 헤드헌터들은 ‘기업 고객’의 요청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며, 언제 어느 회사에 어떤 업무의 빈자리가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사람인HS 스카우트코리아의 심영섭 대표는 헤드헌터가 주목하는 후보자 1순위, 즉 기업에서 원하는 경력자 1순위는 ‘동종업계 경쟁사의 동일 직군’ 중에서도 ‘경력 관리를 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2순위는? ‘어쨌든 경력 관리를 잘한 사람’이다. “기업의 구체적인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것을 ‘타깃 영업’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동종업계 경쟁사에서 누군가를 빼오고 싶을 때는 헤드헌터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랬을 때 헤드헌터들이 주목하는 것은 한곳에서 얼마큼의 경력을 쌓았는지입니다.” 놀랍게도 다른 헤드헌터들에게서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IT 엔지니어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커리어가 움직이는 직군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직무나 특정 조직에 대한 ‘전문성’을 구비했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어쩔 수 없이 ‘근속 연수’라는 거다. 짧은 주기의 잦은 이직은 쥐약과도 같다는 말이기도 하다. 잡코리아의 헤드헌터 안현희 이사도 “동종업계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에서 정확한 해당 업무를 맡고 있으며, 이직이 잦지 않았던 사람”이 기업에서 원하는 1순위라고 단언한다. 즉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확실하게 쌓고 특정 조직의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버텨낸’ 사람이 헤드헌팅의 1순위 대상자라는 얘기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만난 한 헤드헌터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 “퍼포먼스도 좋고 기업에서 원하는 정확한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이라 적임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업계에서 1~3년 주기로 메뚜기처럼 이직을 해왔더라고요. 이런 경우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평판이 좋아도 추천하기가 꺼려져요. 기업에선 당연히 ‘우리 회사에 와도 쉽게 나갈지 모른다’라고 네거티브하게 인식하기 마련이거든요.” 자, 당신의 경력은 어떠한가?



 

내가 먼저 헤드헌터를 찾아가도 괜찮을까?

이직이나 전직을 고민하는 시점에 헤드헌터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는 건 천운이다. ‘마침 내가 옮기고 싶은 회사에서 때마침 내 연차의 경력직을 헤드헌터에게 의뢰했는데 그때 마침 헤드헌터가 우리 회사나 나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동아줄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게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내가 먼저 헤드헌터를 찾아가면 안 되나?’ 하고 생각해본 적 분명 있을 거다. 그리고 그건 정말이지 현명한 생각이다. “대한민국에 헤드헌팅 회사가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직종에 적합하다 생각하는 회사에 직접 전화해 ‘나는 이런 경력을 가진 사람인데 내 경력 관리를 받고 싶다’라고 하면, 제대로 된 헤드헌팅 회사의 경우 꼭 등록해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적합하다 생각되는 포지션이 있다면 오퍼를 할 겁니다.” 이그제큐티브 서치펌 ‘브레인202’의 심향희 대표는 흔히들 헤드헌터의 주 영업 대상이 ‘기업’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본적으로는 ‘능력 있는 후보자’가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좋은 인력을 알아보고 끌어오는 안목이 없다면 기업이 그 헤드헌팅 업체에 의뢰를 주지 않을 테니까요. 후보자를 잘 관리하는 것도 헤드헌팅 회사의 역량입니다.” 어느 곳에 가서 문을 두드려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면, 가장 빠른 방법은 주변인의 소개나 추천을 받는 것이다. 해당 업계의 누군가와 연락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은 그쪽에 수요가 있는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는 얘기니까.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믿어?

콘텐츠 관련 직종에 휘뚜루마뚜루 활용 가능한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보자면 생소한 이름의 소속을 밝힌 사람에게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대뜸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커리어를 까발리는 것은 곧 내 개인 정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내 커리어를 맡긴다는 건 곧 내 미래를 맡기는 셈인데 난생처음 통화로 알게 된 상대에게 섣불리 마음이 열리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속된 말로 엄청나게 궁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 헤드헌터의 연락에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날 어떻게 알고? 그냥 무작위로 아무한테나 던지는 거 아냐? 유령 회사거나 사기꾼이면 어쩌지?’ 하는 의구심은 결국 ‘좋은 헤드헌터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헤드헌터들은 한결같이 “일단 만나봐야 알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사실 헤드헌터들도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오픈하지 않는다. 의뢰한 기업의 비밀을 보장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건에 관해 관심이 있음을 알린 후에 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하는 게 올바른 수순. 소속 업체의 이름을 정확히 확인하고 검색해보는 건 너무 쉽고 당연한 확인 절차다. 그리고 만남을 요청해볼 것. 귀찮아도 가급적이면 소속 업체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는 게 좋다. 실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업체의 네임밸류나 규모도 중요하지만, 헤드헌팅은 기본적으로 컨설턴트 개인의 역량에 따라 좌우됩니다. 결국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컨설턴트니까요. 작은 규모의 회사라 해도 다년간 경력을 쌓아온 훌륭한 컨설턴트들이 포진해 있기도 하 고요. 일단 만나서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보세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알려주는지, 당장 모르는 정보를 묻는다 해도 적극적으로 알아봐주고 알려줄 의지가 있는지를 보면 제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거예요.” 안현희 이사의 조언이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긴데 헤드헌터가 당신에게 ‘수임료’를 운운한다면, 우사인 볼트의 스피드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도록. 수임료는 후보자가 아닌 ‘기업’에서 지불하는 거다. 더 빠른 진행이나 적극적인 어필을 해보겠다며 별도의 돈을 요구한다면 그 헤드헌터는 사기꾼이거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의뢰를 따내고 후보자에게 수임료를 청구하는’ 무능력한 헤드헌터일 확률이 100%라고 헤드헌터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헤드헌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헤드헌터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았든 자신이 먼저 헤드헌터를 찾았든 간에, 중요한 건 헤드헌터를 ‘내 편’으로 만드는 거다. 밥과 술을 대접하며 영업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당장 성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다른 좋은 포지션이 오픈됐을 때 그 헤드헌터가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존재감의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당신의 애티튜드가 가장 중요하다. “헤드헌터도 사람이라 후보자의 애티튜드를 볼 수밖에 없어요. 공격적이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에는 추천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 어차피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추후 입사 이후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까요.” 안현희 이사는 헤드헌터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행동으로 ‘조급함’을 꼽기도 했다. “오늘 이력서를 넣으면 당장 내일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해당 회사에도 절차와 상황이라는 게 있어 예상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이틀 정도 연락이 없으면 전화해 왜 연락도 안 주느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의외로 굉장히 많아요.” 그렇다면 헤드헌터에게 지원서를 보내고 어느 정도 지나서 연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아무런 연락이 없어도 최소 일주일은 기다린 후 ‘문자나 이메일로’ 체크해보는 정도가 적당한데, 제대로 일처리를 하는 헤드헌터라면 먼저 중간중간 진행 상황과 일정을 알려주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 헤드헌터들의 이야기다. 한번 인연을 맺은 헤드헌터와의 관계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예의가 중요하단 얘기기도 하다. “자신의 경력 관리를 위해 2명 정도의 헤드헌터를 만나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굳이 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듯이 만날 필요는 전혀 없고요. 내 커리어에 주치의를 둔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예요. 몸이 아플 때 주치의를 찾아가듯 자신의 커리어에 의문이 생길 때 헤드헌터에게 이직 의사를 알리고 자문을 구하는 거죠.” 심향희 대표는 이왕이면 그 분야에 대한 진료를 잘하는 의사를 찾아가듯, 내가 가진 전문성에 적합한 프로젝트를 드라이브한 적 있는 헤드헌터나 헤드헌팅 업체를 찾는 것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어차피 헤드헌터들도 후보자들의 직무 적합성을 먼저 따지는 프로들이기 때문에 단순한 ‘인간미에의 호소’는 별 의미가 없다. 결국 어느 헤드헌터를 만나느냐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자신의 ‘전문성’과 ‘경력 관리’라는 거다. 심향희 대표의 뼈 있는 조언을 되새기자. “헤드헌터는 분명 당신의 커리어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본인의 커리어는 스스로가 만드는 거예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자리에 가도 좋은 커리어가 쌓일 수 없을 테니까요. 근성을 갖고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에 매진하세요. 요즘 같은 시대엔 그 어느 곳에서도 ‘뻥’은 통하지 않으니까요.” 



CREDIT
    Editor 박지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7년 02월호

기사입니다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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