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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9 Wed

예리의 꿈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에서 ‘예리’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왜?’라는 물음표 따윈 없다. 모두가 ‘예리’의 꿈을 함께 꾼 것 같은 기이한 경험을 한다. 모두가 예리를 좋아한다. 그게 배우 한예리의 힘이다.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몸’으로 부드럽게 말할 줄 안다. 

니트 카디건 66만8천원 에센셜. 슬립 드레스 42만9천원 매긴.스커트 24만5천원 레페토.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굴이 예쁘다’보다 ‘분위기가 아름답다’는 시적인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한예리. 

니트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예리의 포즈는 대담하면서도 과하지 않았다. 잘 짜인 율동처럼 느껴질 정도로. 

니트 톱 35만8천원 클럽 모나코. 드레스 7만9천원 랩.


이번에 개봉한 영화 <춘몽>을 포함해 올해만 벌써 일곱 탕 뛰었어요. 영화 4편, 드라마 2편, 예능 1편.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았어요?

저도 이렇게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어렵잖아요. 올해는 진짜 마음을 가볍게 먹었거든요. 내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쉽게 쉽게 하자는 게 목표였는데 진짜 그렇게 돼 좀 신기하기도 해요.


벌써 연말정산 질문을 던지긴 뭐하지만, 올 한 해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마리텔>?

하하. 글쎄요. 뭐가 제일 힘들었는지 고를래도 힘들다 생각했던 게 없어요. 영화 현장에서도 정말 즐겁게 찍었고, 드라마도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 재미있게 했고, <마리텔>도 어려웠던 거지 힘들진 않았거든요. 한편으론 무용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돼 감사할 따름이죠.


‘빈 도화지 같은 배우’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듣죠? 식상할 정도로요. 전 오히려 정반대의 느낌도 받아요. 한예리가 연기하면 캐릭터가 꽉 차 보인다는 거. ‘실존 인물’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신의 어떤 지점이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였다면 아마 어떤 부분에서든 실제의 제 모습이 나와서가 아닐까 해요. 캐릭터의 성격적인 맥락도 있지만 진짜 저 공간에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요. 특히 <춘몽>에서는 수색이라는 공간에서 계속 살아왔던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인간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 안에서 삶을 유지하는 사람이란 걸 자연스럽게 깔아줘야 함께 나오는 사람들도 같이 발붙이고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보통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지만 배우로서 어떤 ‘예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모든 사람이 ‘예리’를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여성적인 매력이라기보단 현실감이 없는 매력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이렇게 말하는 것도 모호하긴 한데, 이런 단어로밖에 표현을 못 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아마 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으실 거예요. 


그래서 <춘몽>은 누구의 꿈일까요? 아니, 누구의 꿈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딱히 정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감독님도 말을 많이 아끼셨고요. 누구의 꿈이라고 얘기해버리면 다들 그렇게 보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고, ‘그들’의 꿈일 수도 있고. 흐흐. 나머지는 관객분들께 맡기는 걸로.


영화 대사에도 나오지만 취한 연기 할 때 진짜 술 마셨어요?  

아니요, 안 마셨어요. 하하. 술 취했을 때 여러 유형이 있잖아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술 취하면 예뻐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잘 웃고 귀엽고 애교 부리고 하는. ‘예리’는 술 취하면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흐흐. 


실제론 취하면 어떤 편이에요? 

대체로 취할 정도로 마시면 속이 아파서 힘들어해요. 흐흐. 그래서 그냥 딱 취하기 직전까지만 마시려고 노력해요. 낮술도 좋아하고 술자리도 좋아하는데, 조금씩 천천히 오래 마시는 타입?


영화에서 ‘예리’는 뜬금없이 춤을 추곤 하죠. 실제로도 혼자 ‘삘’ 받아서 춤도 추고 그래요? 연습할 때 말고.

음, 가끔 몸이 좀 답답할 때? 그럴 때면 음악 틀어놓고 스트레칭하다가 혼자 막 움직이기도 하고 그래요.


부러워요.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몸을 쓸 수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까 촬영이 끝나고 ‘춤’을 부탁한 건데, 보고 있자니 경건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그건 영화 속에서 이상형의 남자를 눈앞에서 마주친 ‘예리’가 췄던 춤이에요. ‘예리’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동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짠 거죠.


<춘몽>의 ‘예리’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남자’를 이상형이라 말했죠. 실제로 한예리도 그런 얘길 한 적 있고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가 그러길 바라지만 사람인 이상 ‘결핍’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결핍이 매력인 남자에게 끌려본 적은 없어요?

전 나쁜 남자는 싫더라고요. 하하. ‘나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데 내가 또 누굴 추슬러?’ 이런 마음도 있고요. 흐흐. 저에게도 결핍된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제가 더 건강하고 싶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걸 수도 있고요. 이게, 일찍부터 몸이 너무 고된 경험을 해봐서 그런 것 같아요. 흐흐.


그래서 한예리가 생각하는 건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이에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다 각자만의 방법이 있는 거 같아서요. 다만 본인을 해치지 않는 관계가 건강한 거 아닐까요? <춘몽>에서도 세 남자와 ‘예리’의 관계가 정상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서로를  해치지 않죠. 나빠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실제로 저도 안정감이 들고 저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한편으론 더 나이 먹기 전에 미친 듯이 누군가에게 빠져들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흐흐.


좋아하는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편인가요?

좋으면 좋다고 얘기해요. 


그냥 돌직구로? 그러면 잘 먹혀요? 당연히 잘 먹힐 텐데 괜한 질문인가?

근데 먹히냐 안 먹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에겐. 제가 먼저 고백을 하는 이유는 그 마음이 커지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거든요. 그걸 숨기다 보면 너무 힘드니까 뱉어버리는 거죠. “옜다~ 나는 얘기했어!” 이런 식인 거죠. 하하. 


작년 코스모에서 했던 인터뷰 기억나요? 그때 관심사는 달라도 대화가 잘 통하는 재미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예리의 주된 대화 소재는 뭐예요? 힌트 좀 줘봐요. 영화? 양조위?

아이, 참… 흐흐흐. 요즘은 그냥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친구들을 만나면 건강한 삶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요. 


연애 얘긴 안 해요?

남자나 연애 고민, 이런 것들은 이제 지나갔어요. 하하. 지금 제 또래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연애보다 ‘어떻게 살아야 되지?’ 이거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야 할 것인가라는. 


그래서 한예리는 어떻게 살고 싶어요? 진짜 한예리의 꿈이오.

저는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좋다는 기준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상대적이어서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모두가 ‘좋다’라고 동의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허술해도 마음이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인 건지…. 그걸 이룬다는 게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지 않나요? 그래서 그게 제 ‘꿈’인 걸로. 흐흐.



CREDIT
    Feature Director 박지현
    Photographs by Lee Soo Jin
    Stylist 박세준
    Hair 이민이(슈퍼센스A)
    Makeup 서미연(에이by봄)
    Assistant 최지애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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