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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Tue

[곽정은의 러브토크] 섹시한 여자가 되고 싶나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하루도 어김없이 보게 되는 단어는 아마도 ‘섹시’가 아닐까? 섹시해야만 자극을 줄 수 있고, 섹시한 것이 곧 장사가 된다고 종교처럼 믿어지는 세상에서 섹시한 여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정은 씨, 이 동작을 꾸준히 하면 지금보다 훨씬 섹시한 팔뚝 라인을 만들 수 있어요.” 매일 아침 나와 운동을 함께 하는 트레이너가 어려운 팔 동작을 설명하며 말했다. 섹시한 팔뚝 라인. 군살은 사라지고 근육은 적당히 붙어 한결 탄력 있는 팔을 말하는 것이겠지. 섹시한 팔뚝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잠이 달아나버렸다. 섹시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마력, 그리고 그 파워라니. 그런데 그 순간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건강한 팔뚝이라거나 탄력 있는 팔뚝,  군살 없는 팔뚝이라고 하지 않고 섹시한 팔뚝이라고 하는 걸까?’ 언제부터인가 ‘섹시하다’는 단어가 여타의 다른 의미들을 뭉뚱그리고 다 삼켜버린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나와 섹시 댄스를 추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서 더 이상 섹시한 매력이 없다며 부인에게 대놓고 이혼을 종용하는 남자를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 섹시함이 사회적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덕목이자 그 효과를 의심해서는 안 되는 종교가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섹시한 여자가 되겠다는 굳은 결심보다 앞서야 하는 건, 미디어에서 추려 놓은 획일화된 섹시함을 따르는 대신 과연 섹시함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섹시함의 고전적인 의미, 그게 전부일까? 

섹시함의 고전적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선사시대까지 시간 여행을 떠나야 한다. 오직 수렵과 채집에 의해서만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가능했고, 아이를 건강히 낳고 길러 대를 이어가는 것이 삶의 이유였던 그 시절, 인류는 짝짓기 상대를 고를 때 ‘사냥을 잘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몸인가?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겼고 이것은 곧 상대의 매력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정착됐다. 이왕이면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을 더 매력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인류의 경험적 지식이 나에게 축적된 결과나 다름없는 것이다. 핫 핑크 립스틱을 바르고, 수십만원짜리 링클 케어 크림을 구입하고, 스키니 진을 입으며 하이힐을 신는 이 모든 행위는 사회적으로 학습된 행동 같지만 알고 보면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생명과 에너지에 대한 갈망일 뿐이다. 물론 우리는 선사시대에 살지 않지만, 짝짓기 대상으로서 선택받아야 하고 거대한 시장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은 현대의 남녀들에게 육체는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 통제의 기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까다로워져버렸다. 섹시하고 싶은 욕망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스스로를 긍정하는 에너지를 갖기란 더 어려워진 시대랄까? 섹시함에 대한 강박이 큰 사람일수록, 오히려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찾기란 힘든 것 같다. 자신의 몸을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하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양껏 즐겁게 먹고,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치열하게 즐기는 운동 두어 가지쯤 있는 삶이라면 44사이즈 따위 입지 못하고 군살이 좀 보인다 해도 충분히 섹시한 육체가 아닐까? 애인이 자신의 몸을 좋아해주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제대로 달아오르는 방법을 잘 알고, 그렇게 한껏 달아올랐을 때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 몸을 활짝 열어 사랑하는 그와 결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섹시함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몸이 섹시하다고 다는 아니다 

하지만 섹시함이란, 그런 몸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여지는 몸만큼 중요한 것은 그 몸을 가진 사람의 애티튜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국무부의 리더십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아 워싱턴과 뉴욕의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주목하게 된 건 그들의 당당하고 세련된 태도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완벽히 몰입하고, 현재 추구하고 있는 일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며,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그 모습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 사람들 중엔 분명 가벼운 비만인 사람도 있었고, 얼굴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감과 남을 배려하는 태도 앞에서 약간의 군살이라든가 평범한 외모란 어느 순간 스르르 사라져 보이지 않는 것들이 되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만들어온 가치와 시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매순간 열정을 바쳐온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반짝임이란, 감히 영혼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꿈꾸어 마땅한 진짜배기 섹시함이란, 몸과 영혼의 당당함을 잃지 않고 이 세상의 많은 사람과 즐거운 교류를 계속해나가는 어떤 상태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다. 그것은 아주 커다란 룰만을 세운 상태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S라인에 대한 강박, 외모가 더 나아지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강박, 그리고 섹시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완벽히 탈출한 상태. 어쩌면 섹시함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우리는 정말로 섹시함의 에너지로 가득 차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느라 몇 번이고 섹시함이라는 단어를 썼더니, 나야말로 섹시하다는 단어로부터 이제 그만 탈출하고 싶어진다. 아, 불금이다. 나는 세상의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지금 당장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는 클럽으로 가야겠다. 



CREDIT
    Contributing Editor 곽정은
    Photographer 김한준
    Hair & Makeup 오서영
    Stylist 문승희
    Fashion Cooperation 톱·스커트 폴앤앨리스, 슈즈 스티브 매든, 액세서리 블랙뮤즈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4년 0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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