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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5 Wed

시사 토론 진행의 바이블, 정관용 교수를 만났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관철시켜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커뮤니케이터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이 만난 이달의 멘토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이자 시사 평론가인 정관용이다. 수천 번의 시사 토론 방송을 진행하며 서로 다른 양쪽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정통한 정관용 교수에게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물었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 출연해 젊은 세대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어요. 이 프로그램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신 건가요? 

간단해요. 저는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섭외 요청을 받고 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이번 기획이 6·4 지방선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만든 거라고 하더군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차세대 리더를 뽑는다는 나름대로의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하는데, ‘내가 도와주면 좀 더 선거다워질 수도 있겠고, 그러면 시청자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겠구나’ 싶어 출연하게 됐죠. 


의외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더 즐거웠어요. <무한도전> 출연 후 주변의 달라진 시선을 느끼셨나요? 

확실히 느끼긴 했어요. 제가 TV에서 시사 프로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들도  먼저 아는 척을 한 적이 없었는데, 피트니스 센터 리셉션에 있는 아가씨가 “<무한도전> 잘 봤어요” 하더라고요. 지하철에서도 여대생들이 사인해달라 그러고. 지금까지 젊은 친구들이 저를 보고 그렇게 손 흔들면서 반긴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렇잖아요, 대개 20, 30대는 시사 프로를 잘 안 보니까.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그 방송을 많이 보긴 했구나’ 생각했어요.


1990년대부터 방송을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토론 방송을 2000회 가까이 진행해오신 시간만큼이나 시청자와 청취자들도 많이 달라졌겠죠. 방송을 처음 시작할 당시 젊은 사람들과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 2000년대 젊은 사람들,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세요?

제가 MC를 시작한 건 90년대 중반부터예요. 그 20년 사이에 시청자나 청취자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와닿지 않아요.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중장년층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시대와 언론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시사 프로그램이 갖는 비중, 특히 토론 프로그램의 피드백은 차이가 납니다. 제가 KBS <생방송 심야토론>과 을 진행하던 무렵이 노무현 정부 때인데, 그때는 토론 프로에 대한 주목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계속 변화의 화두를 던지기도 해서 토론거리가 많이 생겼던 거죠. 정부 자체가 ‘토론을 많이 하자’는 노선이기도 했고요. 언론 환경도 토론 프로그램에 비중을 두고 힘을 실어주었죠. 제가 KBS <생방송 심야토론>을 진행하고, 지금은 JTBC 보도 담당 사장인 손석희 씨가 MBC <100분 토론>을 하던 그때가 참 좋았고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사회적인 화두나 이슈를 다룰 때  주목을 많이 받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 시청률도 잘 나왔거든요. ‘특집 대토론’도 여러 번 했을 정도니까요. 일반인 300명을 모아놓고 전문가 패널 없이 세 시간 동안 토론하는 거 요즘은 엄두도 못 내거든요. 지금은 확실히 주목도가 떨어졌어요. 토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KBS나 MBC 등 방송 언론의 위상 자체가 많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종편이 생기면서 시사 프로도 굉장히 많이 늘어나기도 했고요.


요즘은 SNS를 통해 20, 30대 젊은이들도 정치에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토론 프로그램에 20, 30대 젊은이들이 패널로 출연할 때도 있고요. 요즘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평소 SNS를 하진 않지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래저래 그들의 의견을 접하게 될 때가 많아요. 저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요. “어떠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자기 생각을 정리한 것이냐, 아니면 사실에 앞서 신념이나 감정을 기준으로 내린 판단이냐, 그것도 아니라면 주변에서 그렇다고들 하니까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라고요. 특히 SNS는 모든 걸 짧게 줄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적 상황이나 담론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줄일 수가 없거든요. 사안도 복잡하고요. 예를 들어 트위터는 140자 이내로 메시지를 전해야 하니까 세게 표현하게 돼요. 그래야 회자되기도 하고요. 요즘같이 언론이 사실을 규명하기보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자사의 신념을 전파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는 언론에서 무슨 말을 하든 ‘그게 과연 진짜일까?’ 하면서 의심하는 자세가 필요하거든요. 특히 젊은 층일수록 그런 자세를 가지고 사실 관계를 잘 따져봐야 하는데, 요즘 세대는 그런 노력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이전 세대보다 요즘 젊은이들이 그런 면에서 관심이 덜한 것 같긴 해요. 

확실히 덜해요. 그리고 어려워하죠. 그러다 보니까 ‘에라, 몰라’ 하면서 느끼는 그대로 말하고.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바꾸려고 하기보다, ‘에이, 그런다고 뭐가 되겠어? 분명 문제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기는 해요. 

그렇게 살아도 사실 사는 데 지장은 없어요. 근데 모두가 그러면 그럴수록 여러분의 문제는 더 늦게 해결돼요.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쳐요. 신혼집이 필요하니까 어렵게 구했어요.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그럼 혹시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정부에서 얼마를 지원하는지 알고 있나요? 또 어린이집 갔을 때랑 유치원 갔을 때 보육료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도요. 직장에서도 산전·산휴 휴가나 출산 휴가를 어떻게 주는지, 노동조합은 있는지는요? 이게 다 여러분 문제이고, 젊은 층일수록 이 사회에 얽혀 있는 게 훨씬 많죠.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만 공부하고 찾아보면 다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관심이 없고 어렵게만 생각하니까 모르고 지내게 

되는 거예요.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는 해요. 회사에 문제가 있어도 ‘내가 얘기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겠어?’, ‘괜히 나만 더 힘들어 지는 것 아닐까’ 싶은 거죠. 

직장 내의 소통 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구성원인 젊은 직원들의 몫이라기보다는 사실은 사장, 즉 리더가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윗사람들이 부하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원활하게 하는지, 회의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는지에 따라 사내 문화가 만들어지니까요. 그렇게 규정된 문화를 20, 30대 젊은 직장인이 혼자 힘으로 바꾼다는 건 제가 볼 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직장 내 잘못된 문화 때문에 힘들어하고 좌절을 느끼는 사람에게 “당신이 노력하면 그걸 다 바꿀 수 있어요”라고는 말 못 해요. 그건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럼 직장에서 구성원들간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소통을 잘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서로에 대한 존중입니다. 서로 적대시하거나 비아냥대면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존중이 말처럼 쉽진 않아요. 만약 존중이 안 된다면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최소한의 전제가 될 겁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통도 없어요.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PINE’란 모형인데요, P는 준비(Preparation)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대립할 가치가 있는지를 준비하고 시간, 장소, 접근법까지 준비하는 거죠. 그런 다음 I, 즉 커뮤니케이션을 시작(Initiation)하는 겁니다. 그리고 N은 협상(Negotiation)입니다. 의견이 다르면 구체적인 절충안을 내세워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협상하는 단계에 이르르게 되죠. E는 평가(Evaluation)를 말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에 잘 이르렀는지 평가하고 해결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자주 평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맞아요. 매일 봐야 하는 직장 동료들과 소통도 마찬가지예요. 상사나 동료 또는 후배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회피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상사가 됐든, 동료가 됐든, 부하가 됐든 간에 ‘문제를 느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난 거예요. 그래서 흔히 커뮤니케이션은 “너 왜 그래!”처럼 상대방을 향한 공격과 비난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를 ‘You Message’라고 해요. ‘You Message’로 비난과 공격을 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생각해 마찬가지로 나를 비난하거나 공격합니다. “너 도대체 왜 그래?” 하면 “너나 잘해!”라고 응수하는 거죠.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거예요. 인간은 비난과 공격을 받으면 두 가지 행동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맞받아치거나 도망치는 거죠. 그래서 직장 내에서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을 할수록 반드시 ‘I Message’를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너 왜 그래?”라는 말 대신 “제가 혹시 잘못 이해했나요?”라고 하고, “아니, 왜 이랬다저랬다 하세요!”라는 말 대신 “과장님이 그러실 때 너무 속상해요”라는 식으로 말하면 상대가 덜 상처받고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나’와 ‘당신’의 차이는 엄청나요.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겠군요. 

이때부터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나의 물음에 대답할 때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면서 경청해야 해요. 내가 아무리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했어도 상대방은 지적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이 고조될 수 있거든요. 또 상대방의 말을 잘 듣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그와 나의 차이점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자,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대안을 찾아보자”라는 협상 단계에 이르게 돼요.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절대로 간단하고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접근해 조금씩 변화하면서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성과가 있어요. 나 편하자고 몇 마디 하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겠지 싶죠?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토론을 진행하시는 모습을 보면 상대방이 자칫 기분 상할 수 있는 부분도 노련하게 정리하면서 잘 넘어가시더라고요.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껄끄러운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그 사람의 말이 안 끝났는데 자꾸 끼어들며 내 말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건 커뮤니케이션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듣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기 할 말만 하는 것이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협상을 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자꾸 물어봐야 돼요. “왜 그러냐?” 하면서 상대한테 말을 많이 시켜야 되는 거죠. 그래야 상대방이 진짜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어요. 자신의 의견만 말한다고 자기 생각이 관철되는 게 아니에요. 입장 차이가 있으니까 갈등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왜 그러는지, 왜 저런 입장을 취하는지를 듣고 나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렇다는 말씀이시죠”라고 되물으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정리해 말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방은 ‘아, 이 사람이 내 입장을 분명히 이해했구나’ 하고 마음을 열게 돼요. 자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면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어도 ‘그렇구나’,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요. 그런데 이 과정을 건너뛰고 자기 말만 하게 되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I Message’ 화법과 ‘경청’을 통해 회사 내 갈등도 해결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원활해지겠네요.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조금 더 해주실 이야기가 있다면요?

직장 내 상사, 동료, 부하 직원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켜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끔 하고 싶으면 우선 내가 변해야 해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나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고 싶으면 내가 달라져야 돼요. 나는 전혀 변하지 않으면서 ‘난 문제가 없는데 쟤가 문제야’ 이런 생각을 하는 한 절대 두 사람의 관계는 바뀌지 않을 거예요. 먼저 자신이 변해야 합니다. 쉽게 얘기해드릴까요? 여자건 남자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뽀뽀하고 싶잖아요. 근데 상대방은 뽀뽀할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상대방이 원하는 걸 같이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야겠죠. 다른 예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료더라도 남자 친구가 좋아하면 같이 마시려 하잖아요. 나를 변화시켜 상대방에게 다가간 거죠. 그게 ‘Change it’ 단계예요. 두 번째 단계는 ‘Love it’입니다. 내가 이렇게 변화해서 노력했는데도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그냥 받아들이라는 얘기예요. 


받아들이는 것과 포기하는 건 다른 의미겠죠?

잘 아시네요. 포용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달라요. 받아들인다는 얘기는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거예요. ‘Love it’ 의 마음으로 ‘그래,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지’ 하고 받아들였는데도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Leave it’ 할 차례예요. 맞받아치지 말고 잠깐 피하라는 거죠.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악화되지는 않아요. 그 사람이 밉다고 해서 부딪히기 시작하면 또다시 문제의 근원지로 돌아가게 되죠. 그래서 잠깐 피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와 동시에 끊임없이 나 자신이 달라지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이 세 가지만 잘할 수 있다면 직장생활이 원만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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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주, 유미지
    Photographer 김한준
    Stylist 문승희
    Hair & makeup (김현주)이희헤어앤메이크업
    Fashion Cooperation (김현주)원피스 르베이지, 슈즈 나인웨스트

이 콘텐트는 COSMO BUSINESS
2014년 0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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