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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0 Fri

[곽정은의 러브토크] '밀회'를 꿈꾸는 당신에게

드라마 <밀회>는 방송 내내 화제를 뿌렸고 누군가에게는 대리 만족을,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나로 하여금 ‘무엇이 우리를 밀회에 빠지게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가

“그냥 저 사랑하시면 돼요.” 생경한 조합의 문장이 젊은 남자의 몸에서 발화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이런 당돌한 고백을 받는 일이 내 인생에 생긴다면, 나는 그것을 거절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그녀처럼, 모든 걸 갖춘 삶이지만 정작 뜨거운 고백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삶이란 얼마나 위태한 것일까? 그리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여자를 ‘밀회’하게 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금지된 욕망으로 들끓게 하는지를.

연애가 시작되는 첫 지점, 끌림의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애초에 그 지점이 여러 개일 수도 있고, 개인의 경험과 데이터가 쌓여가면서 미세하게 혹은 드라마틱하게 바뀌기도 한다. 돌아보면 20대의 나는 사람을 깊숙이 들여다볼 줄 몰랐기에 상대의 피상적이고 얄팍한 매력에 열광했던 것 같고, 30대가 되고 나서는 상대방이 지닌 에너지와 삶에 대한 당돌한 태도 같은 것에 매료되었다. 이렇게 사람을 보는 ‘관’이 달라지는 것은 자신이 성장해나간다는 증거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결핍감’이 결합되었을 때엔 확실히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세속의 부와 안정적인 지위에 대한 결핍감으로 인해 자신을 우아하게 지켜줄 견고하며 차가운 하드웨어를 지닌 상대를 선택한 여자에게 어느 날 상상해본 적도 없는 뜨거운 에너지가 밀려들었을 때, 여자는 어쩌면 처음으로 ‘지금 이 차가운 것들이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일까?’ 하고 뒤늦게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가장 큰 결핍을 느꼈던 지점에서 어떤 사람을 선택했는데 시간이 흘러 그 부분에 대한 결핍이 사라진다면, 과거의 선택이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된 관계의 태생적 비극이지만, 충만한 사랑의 감정과 결핍감의 해소를 구별하지 못한 채 평생을 약속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밀회하게 만들고 미치게 만드는 두 번째 이유는 퇴색한 인연에 헤어짐을 고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혼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애 관계일 때도 먼저 이별을 결정하고 감행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두 번째 사람이 지금 곁에 있는 사람보다 얼마나 더 나은 사람으로 내 곁에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면 본래 갖고 있던 패를 버리는 일에는 사실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니까. 버리기는 아깝고, 포기하자니 배가 고픈 어떤 상태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알량한 선택이 차라리 맘은 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상태로 오래갈 수 없다는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더 뜨거운 것에 몸과 마음이 끌린 채로 퇴색한 사랑을 이어나가는 일은 당사자 모두를 기진맥진하게 한다.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그것이 없어도 되는 나를 인정하는 일이고, 그래서 어떤 이별은 그 어떤 것보다 나의 현재를 비추는 명징한 거울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판단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단지 일시적 끌림일 뿐인지, ‘그래도 곁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라는 분리불안 상태에서 꾸역꾸역 지속해온 관계를 비춰주는 거울인지를 말이다.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늘 어떤 결핍감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자신이 있는가?’, ‘당신은 평생 혼자 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 몇이나 될까? 모종의 결핍감과 미약한 분리불안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빠져드는 경험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감정은 식게 마련이고, 열정은 사라지게 마련이며, 새로운 상대는 나타나게 마련이니까. 인생은 짧고 한 번뿐이니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라든가, 그래도 정말로 사랑한다면 절대로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다만 이 모든 일련의 일에 우리가 부과해도 좋을 법한 당위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살아 있음’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장 결핍감을 느끼는 곳에서 사랑을 찾는 일은 필연적으로 위태로우니, 내가 가장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토대로 사랑을 찾아야 한다는 당위 말이다. 결핍의 지점은 삶의 궤적에 따라 이동할지라도, 자신이 정말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니까.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신문 기사를 보며 함께 분노할 수 있는 이와 함께할 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 나인지, 알싸한 공기를 가르며 아침 운동을 함께할 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 나인지를 삶의 세밀한 순간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드라마 속 그와 그녀의 피아노 합주 장면이 화제가 되었던 건, 단지 그것이 에로틱한 섹스와 맞닿은 느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온몸으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던 그녀의 절박함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무엇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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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Contributing Editor 곽정은
    Photographer 김한준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4년 0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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