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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6 Sun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바이블-김홍탁인터뷰

이제 진짜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저 많은 이들이 함께 놀고, 가치를 공유하는 놀이터를 만들어가는 것.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이 만난 이달의 멘토는 세계가 인정한 광고계의 크리에이터, 제일기획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 김홍탁. 그에게서 놀이처럼 즐기는 디지털 시대의 서바이벌 팁을 들었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예전에 어느 강연에서 “지금이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다”라는 이야기를 하신 걸 들었는데, 꽤 공감을 했어요.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다고 보나요?

광고업계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게, 예전에는 녹음할 때 마그네틱테이프를 가위로 잘라서 붙이는 식으로 편집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모니터를 보면서 디지털로 음원을 따다가 붙이는 식으로 진행하죠. 그때 ‘아, 디지털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변화를 처음 체득했던 것 같아요.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놀라웠죠. 무한대로 사진을 찍고, 복제하고, 버리고, 보내고. 그런 것들이 디지털 시대 초기의 변화였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기적인 차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로까지 확장이 되었어요. 아직도 디지털이라고 하면 그저 새로운 미디어의 한 패러다임 정도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디지털은 미디어일뿐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예요. 생활 곳곳에 디지털 기술이 탑재돼 있고,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소셜 미디어로 퍼져나가는 이런 모든 것이 디지털 생태계라는 것이죠.


이런 변화에 대해 지금은 다들 즐겁게 적응해가는 단계지만, 사실 그 트렌드를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도 보면, 디지털 생태계를 아주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부류로 나뉘어요. 아무래도 윗세대는 아직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죠. 특별히 디지털 환경에 편입되지 않더라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으니까, 이 나이에 새로운 걸 배워서 뭐하냐는 생각도 하고요. 반면 젊은 세대는 그 생태계에 편입되지 않으면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가 없잖아요. 하루가 다르게 혁명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거든요. 다음 날 또 새로운 어떤 것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시대예요. 구글에서 글라스가 나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로봇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는 얘기, 아마존의 드론이 주도할 유통의 새로운 혁명에 대한 소식 등, 그런 변화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는 거죠.  


아날로그 시대 때와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변화가 업데이트되고 있죠. 

그렇죠. 아날로그 시대에는 뭐든 각 산업 분야의 시스템이 있었고, 거기에 약간의 작은 수정이 있을 뿐이었죠. 광고계를 예로 든다면, TV 광고가 중심이고, 15초 광고 안에서 뭘 담아낼 것인가 정도였기 때문에 새로움이라는 것은 그저 표현의 새로움 정도였어요.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해봤다’, ‘이번엔 <매트릭스>에서 나왔던 것처럼 360도 정사진을 이어 붙여 색다른 느낌의 동영상 실험을 했다’ 그런 게 새로움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쪽의 새로움이 아니라 어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느냐에 따라 플랫폼 자체가 달라지는 거예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지금까지 지구 상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는 거죠. 그런 트렌드를 빨리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계속 뒤처진다는 의미예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할 때마다 용어도 계속 변해요. 그렇다 보니 그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저게 뭐지?’라며 혼자 낙오될 수 있는 거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전달 방식도 달라지잖아요. 이전과 달리 지금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어떤 방식이 중요하다고 보나요?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것은 바로 진정성이에요.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일방적인 메시지에 강요당해왔거든요. 광고만 봐도 그래요. 일관된 메시지로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게 중요했죠. 크리에이티브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매체력의 싸움이기도 하거든요. 되도록 광고를 많이 노출시켜서 소비자들을 세뇌시키는 게 중요한 거였죠.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매체비가 없어 하루에 한 번 정도만 TV 광고에 나간다면 아무도 못 본다는 얘기죠. 즉 자본의 싸움이었다는 거예요. 신문 같은 경우에도 지금까지는 모든 신문사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시각대로 요리를 해왔잖아요. 말하자면 어젠다 세팅을 한 거죠. 언론사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결국 우리는 그들의 입맛대로 요리된 생각을 본 거죠. 그렇다 보니 세뇌는 되는데, 사람들이 늘 의심을 품게 되는 거예요. 그런 게 지나치면 소비자들은 말하죠. “광고하고 있네”, “뻥치고 있네”, “또 거짓말하고 있어”라고 말이에요.


제일기획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정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업을 많이 기획했잖아요. 길거리에 수십 개의 막대기가 꽂힌 구조물을 만들어 태양의 고도에 따라 특정 시간에만 그림자로 QR 코드를 만들어내는 이마트의 ‘써니 세일 캠페인’, 생수병에 물방울 형태의 바코드를 첨가해 제품 구매 시 이를 한 번 더 스캔하면 아프리카에 자동으로 기부를 하게 만든 ‘미네워터’의 기부 프로젝트, 난민들의 실제 모습을 스캐닝해 3D 프린팅으로 미니어처 피규어를 만든 뒤 전시장의 눈에 안 띄는 곳에 배치해놓고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Invisible People)’ 프로젝트 등의 작업을 보면 결국에는 사람들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그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치를 높이게 되는 거죠. 요즘 새롭게 화제가 되는 단어가 ‘CSV(Creating Shared Value)’거든요. ‘공유 가치’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지금은 각 기업뿐 아니라 모든 사회가 가치 기반 활동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소비자 심리학에서도 예전에는 어떤 상업적인 메시지로 사람의 눈길을 끌어 소비를 유도하느냐, 이런 것을 연구했다면 이제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더 기부가 많이 일어나느냐, 이런 것을 연구하고 있다는 거예요. 소셜 미디어는 바로 그런 가치를 넓게 전파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활용이 되고 있는 거죠.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개인이 행복해지려면 이런 체험을 어떤 식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을까요?

‘오픈 마인드’, ‘수평적 사고’, ‘컬래버레이션’ 이런 용어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가치가 정말 중요해요. 지금까지는 내 일, 내 팀의 일, 이 정도의 선에서만 생각을 해왔어요. 아직도 그런 식으로 해서 성과를 거두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젠 그런 패러다임으론 뭘 이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저도 예전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TV 광고를 만들었잖아요, 그때 제가 일하는 공간 안에는 TV 감독, 촬영감독, 스타일리스트 정도의 멤버들이 함께했어요. 그런데 요즘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개발자, 소셜 미디어 전문가, 이벤트 기획자, 전시 큐레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등 너무 다양한 범주로까지 확장이 되었어요.


디지털을 개인적인 놀이에 그치지 않고 업무적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많이 주우러 다녀야 돼요. 지금까지 우리는 뭔가 지어내려고만 했어요.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이제는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짓지 말고, 주워라”는 말을 해요. 해답은 밖에 있어요. “주워라”고 하는 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계속 만나고 다니면서 의견을 구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이제는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판단이 서면 실질적인 솔루션을 내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해야 해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니까요.

콘텐츠의 완성도를 위해서 시간을 들여 다듬기만 하는 게 정답이 아닌 거죠. 예전에는 제작 프로세스가 정형화돼 있었기 때문에 실행 이전의 콘셉트 다듬기가 정말 중요했죠. 그런데 이제는 수백 가지의 루트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게 나올지 몰라요. 핵심 아이디어가 나오는 대로 빨리빨리 해당 분야의 기술자, 전문가를 만나 솔루션을 같이 찾아야 하는 거죠. ‘코어’만 가지고.


바로 그 코어가 중요하죠. 코어는 결국 크리에이티브잖아요.

그렇죠. 빅 아이디어!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그런 빅 아이디어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지금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자발적으로 끌어들여 플랫폼 자체가 자가발전을 하면서 완성된 프로젝트로 발전돼나가는 것을 지향하는 거예요. 앞으로는 소비자가 참여해야만 완성되는 프로젝트가 점점 더 많아질 테니까요. 그러니까 모두가 공유하고 싶어 하는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예전에는 꾸준히 나의 메시지를 주입하고, 소비자들이 거기에 감화를 받든 안 받든 많이 홍보하고 방송만 하면 됐지만 요즘의 플랫폼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완성되는데, 사람들이 우리 놀이터에 와서 놀고 간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훨씬 더 힘들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그 플랫폼이 정말 재미있고, 정말 가치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오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진짜 진정성 있는 인사이트가 담겨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저거 뭐 하는 거야?’라는 반응만 보이게 되죠. 시간 들이고, 돈 쓰고, 고생만 하고 소득은 없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사람들의 테이스트를 잘 파악해야 할 텐데요. 그런 내공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지금 ‘새롭다’고 주목받고 있는 것, 이슈가 되는 것은 어떻게든 찾아서 전부 다 경험해보세요. 핫한 레스토랑이든, 새로운 책이든, 영화든, 전시든.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수많은 자료와 트렌드를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토픽을 연구하면서 응축시킨 결과물이거든요. 그거 하나를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어떤 의도에서 기획을 했고,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런 것들이 보이죠. 새로운 트렌드를 접할 때 대충 보고 지나쳐서는 안 돼요. 디테일 하나까지 짚어내겠다는 마인드로 공부하듯 파악해볼 필요가 있죠.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없고 팁도 얻을 수 없죠.


맞아요.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느끼고, 얻는 정도는 전부 다르잖아요.

그래서 결론은, 개인이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것이에요. 같은 것을 보고도 더 많이 흡수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싶다면 늘 안테나를 세워야 하는 거죠.

CREDIT
    Editor 김현주, 김혜미

이 콘텐트는 COSMO BUSINESS
2014년 0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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