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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9 Sun

낙태 후에 남겨진 것들

예상치 못한 임신, 결정할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다. 낙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당사자는 정신적·신체적 아픔은 물론, 연애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의 리얼 스토리를 담았다.

 



65%의 남자가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낙태를 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마음을 나누고, 몸을 나누는 것. 그것이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가장 험난한 상황은 바로 예상치도 못한 임신을 하게 됐을 때. 그것은 결국 평온했던 연인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 이별과 함께 비참한 아픔을 남기기도 하고, 둘 사이를 더욱 뜨겁게 해주는 자극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스모가 이달, ‘낙태로 인한 연인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이유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수의 여성이 그러한 일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모가 2535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애 중 임신을 경험한 이들 중 58%가 ‘낙태를 선택했다’고 응답했고, 그중 41%가 ‘낙태 이후에도 연인 관계를 지속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의 저자인 좋은클리닉 유은정 원장은 “낙태로 인해 연인과 이별을 겪은 경우 그 상처는 더 극대화될 수밖에 없어요. 낙태뿐 아니라 이별까지 한 번에 2가지 상실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이죠”라고 분석한다.
낙태 이후 관계의 지속 여부는 그 상황에서 연인이 보인 태도에 따라 좌우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있잖아 나 낙태했어>의 공동 저자인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김희영은 “낙태 경험은 여자에게 큰 아픔을 남기게 되죠. 현재 국내에서는 낙태가 불법이고, 낙태를 한 경우 5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는 더 불안함과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거든요. 낙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병원을 수소문하고, 불법 수술을 받아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더 상처와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낙태를 결정하고,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연인이 보여준 태도가 관계의 지속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라고 조언한다. 낙태로 인해 이별을 고하는 커플도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더욱 사랑이 단단해진 커플의 케이스도 없지 않다. 즉 낙태가 연인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계기가 된다. 코스모는 3명의 리얼 걸에게 낙태가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낙태 이후 그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고, 결국 헤어졌어요.” -김신영(가명, 27세, 영업팀 사원)

남자 친구와 저는 둘 다 콘돔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피임약을 챙겨 먹는 것도 귀찮아하는 편이라 그냥 생리 주기를 계산해서 임신 확률이 낮은 기간에는 따로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관계를 가졌죠. 그런데 어느 날, 몸에서 이상한 징후가 느껴지더군요. 불안해서 남친에게 함께 산부인과에 가자고 제안했어요. 병원으로 가는 동안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머릿속에는 온통 ‘애가 생겼으면 어떡하지? 제발 임신이 아니기를’이라는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검사 결과, 임신 판정을 받았어요. 결과를 듣고 난 뒤 남친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침착해 보이면서도 불편한 느낌의 표정. 당시 저희는 둘 다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막막했죠. 낳아서 키운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낙태에 대한 두려움도 컸어요. 시술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그것 역시 걱정이었죠. 하지만 임신 초기일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는 말에 저는 곧바로 낙태를 하기로 결정 내렸어요. 남친이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으로 모든 수술 비용과 약값을 내줬죠. 힘겹게 수술을 마친 뒤, 저는 그날부터 우울증에 빠졌어요. 툭하면 슬프면서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고, 매일 밤 악몽을 꾸거나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그와의 싸움도 잦아졌죠. 그 일이 있기 전에는 큰소리치며 싸우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풀렸는데, 그 이후에는 싸우기만 하면 그 일을 끄집어내며 그를 원망하게 됐어요. 그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그 일에 대해 꺼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툭하면 반복하고, 또 반복했죠. 그렇다 보니 함께 있을 때 웃는 일이 거의 없었고 그도 점점 지쳐갔죠. 결국 우리는 얼마 못 가 헤어지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아요. 그때는 둘 다 많이 어렸었죠. 그 일로 인해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깨달은 점도 있어요. 우선 피임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그래서 현재의 남자 친구를 만나면서는 귀찮더라도 꼼꼼히 약도 챙겨 먹고, 피임 기구도 잘 활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만약 앞으로 혼전 임신을 하게 돼도 낙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우리만의 비밀이 생긴 느낌이라 관계가 더 깊어졌어요.” -이지선(가명, 30세, 학원 강사)

그와 연애한 지 2년쯤 됐을 때였어요. 원래 생리가 불규칙한 편이라 생리를 한 달 걸렀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그런데 두 달째 생리가 없으니,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당장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검사를 해봤는데, 임신이더군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남자 친구를 정말 사랑하고 결혼까지도 생각하기는 했지만 혼전 임신은 원치 않았기에 막막했어요. 남친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장난스럽게 웃던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급격하게 굳어지더니 “어떡하지?”를 연신 내뱉으며 저에게 낳고 싶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러고는 “네가 낳고 싶으면 아이를 낳고 결혼하자”라고 말해줬어요. 그나마 위안이 되었죠. 하지만 저는 지금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고, 결국 낙태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어렵게 내린 결정이지만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았죠. 우선 낙태 시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어요.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내가 스스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죠. 결정을 내리고 나서는 수술 당일까지 계속 마음이 좋지 않았고, 무슨 일을 해도 의욕이 없고 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 수술 당일,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인생에 다시 없을 만큼 치욕스러운 기분이 들었어요. 애를 지우려고 수술대 위에서 다리를 활짝 벌리고 누워 있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수치스러웠죠. 낙태 후 남친은 저에게 더 잘해줬어요. 문득문득 죄책감이 들고, 괜히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나를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참아줬기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요. 오히려 둘만 아는 비밀이 생긴 느낌이라 더 끈끈해지기도 했고요. 큰 상처를 함께 겪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됐죠. 우리는 늘 그런 이야기를 해요. 결혼하면 꼭 건강한 아이를 낳아 예쁘게 기르자고 말이에요.

 



“낙태 이후 데이트 메이트였던 그와 정식으로 사귀게 됐어요.” -이민주(가명, 31세, 아동복 디자이너)


그와 알고 지낸 지는 5년 정도 됐어요. 대학교 때 스터디로 만난 그에게 저는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같이 영화를 보고, 밤마다 통화를 했지만 그는 저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그와의 관계를 정확하게 정립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고백할 자신도 없어 그저 데이트 메이트처럼 지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술을 진탕 마시며 놀다가 그만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어요. 술김이었지만 저는 ‘이제 우리가 사귀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에도 그는 저에게 확실히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더군요. 그때부터 우리는 간간이 만나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됐어요. 정식으로 사귀지는 않은 채로 말이에요. 일종의 섹스 파트너였죠. 그렇게 지낸 지 두어 달쯤 됐을 때, 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눈앞이 깜깜했죠. 사귀지도 않는 사이인데 임신을 하다니. 절망적이었어요. 그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죠. 저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임신을 했고, 지울 거라고 통보했어요. 그는 깜짝 놀라면서도 지우겠다는 저를 말리지는 않더군요. 비참한 마음으로 아이를 지우고 나서 그에게 불같이 화를 냈어요.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요. 그런데 며칠 뒤, 그가 집 앞에 찾아와서는 정식으로 여자 친구가 돼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괜히 죄책감이 들어 하는 말이 아니냐고 화를 냈어요. 그러자 그는 이번 일로 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며 정말 남자 친구로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저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낙태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저에게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예전처럼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연애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해졌죠.



낙태 이후 그와의 관계, 어떻게 지내야 할까?
낙태 후 그와의 관계를 이어갈 때 상처받거나 상처 주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해보자.


1. 스스로의 마음 다독이기
‘낙태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있을 정도로 낙태를 하고 난 뒤 극심한 슬픔과 죄의식, 상실감 등의 증상을 겪는 여성이 많다. 그런데 자꾸 스스로를 탓하고, 상대방을 원망하다 보면 그의와 관계는 물론, 자신의 건강까지도 망칠 우려가 크다. “‘그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주세요”라고 유은정 원장은 조언한다.


2. 그와 함께 낙태 관련 영화 보기
남친의 경우 낙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상처를 공유하고 싶다면 낙태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자. 김희영은 “영화 <사케로의 3주> <이히리> 등의 영화를 보면 남자 친구에게 좀 더 경각심을 줄 수 있어요. 영화를 함께 보고 나면 그가 당신의 아픔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귀띔한다.


3. 피임 철저히 하기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피임을 기피하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유은정 원장은 “피임은 혼자만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남자 친구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죠.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두지 말고, 그에게 분명하게 요구하세요”라고 조언한다. 다시 원치않는 임신으로 몸과 마음에 큰 아픔을 주고 싶지 않다면 내 몸에 맞는 피임약 복용, 콘돔 사용으로 완벽하게 피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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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혜미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4년 0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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