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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8 Sat

2014 그래미 어워드 5관왕의 주역, ‘다프트 펑크’

지난 1월 26일(현지 시간) 펼쳐진 2014 그래미 어워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다프트 펑크’였다. 번쩍이는 화이바를 머리에 쓰고 더 번쩍이는 생 로랑 파리의 스팽글 수트를 차려 입은 이 듀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제 막 다프트 펑크에게 꽂힌 사람들을 위해 다프트 펑크의 역사를 신속하게 털어주고자 한다.

 

 

90년대 중후반의 홍대 클럽가를 기억하시는지. 어둡고 음울하며 신비롭기까지 한 앰비언트 혹은 레이버들을 유체이탈 직전으로 몰고 가던 트랜스가 대세였던 그 시절, 프랑스로부터 한결 부드럽고 인간적이며 가벼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에어(Air)’가 말랑말랑 멜랑꼴리하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예술가 타입이었다면, ‘다프트 펑크(Daft Punk)’는 흔들흔들 경쾌한 몸짓으로 말을 걸며 치근대는 쪽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팔랑대는 수작은 마치 ‘Get Lucky’의 가사 한 토막처럼, 2014년 현재, 아주 적확하게 먹혀 들었다. 분명 ‘로봇 덕후’ 최소한 ‘전대물 덕후’임이 분명한 다프트 펑크의 시작은 1987년 파리의 한 중고등학교 운동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살의 토마스 방갈테르와 12살 기 마누엘 드 오맹 크리스토가 만나 음악 세계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한다. 1992년 이들은 얼마 전 내한했던 프랑스 밴드 ‘피닉스’의 기타리스트인 로랑 브랑코비츠와 함께 ‘달링’이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한 음악잡지로부터 ‘그저 멍청한 펑크 록 군단(a bunch of daft punk)’라는 혹평을 받고 밴드는 해체, 로랑은 피닉스로, 남은 둘은 아예 대놓고 ‘다프트 펑크’라는 듀오를 만들어 온갖 사운드를 실험하기 시작한다. 1997년 발매한 데뷔 앨범 [Homework]로 존재감을 알린 다프트 펑크는 2003년 내놓은 2집 [Discovery]가 전세계적인 대박을 치면서, 아예 EDM의 판도를 하우스와 펑크로 바꿔놓는데 큰 기여를 한다. ([Discovery]는 ‘은하철도999’와 ‘우주전함 야마토’로 우리 눈에 익숙한 SF 만화의 거장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뮤직 비디오 작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Discovery]의 전곡을 사용해 제작한 뮤직 애니메이션 <인터스텔라 5555>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발매한 정규 3집 [Human After All]때부터는 이들의 로봇으로서의 정체성이 짙어지는 동시에 디스토피아에 대한 확신도 점점 커가는 것 같았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1999년 9월 9일 9시 9분에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전의 기억을 잃고 사이보그가 됐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중이병도 아니고 그저 귀여울 뿐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무차별 샘플링 하던 이들이, 2013년 정규앨범으로는 8년 만에 발매한 [Random Access Memories]에서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무차별로 기용한다. 댄스 음악의 개척자이자 디스코 음악의 아버지 조르지오 모로더(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아는 노래 ‘손에 손 잡고’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전설적인 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Chic’의 나일 로저스, 로큰롤씬의 천재 ‘더 스트록스’의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와 R&B 씬의 천재 패럴 윌리엄스 등이 그 ‘피고용인’들이니 말 다했다. 그리고는, 디지털이니 일렉트로닉이니 하는 것들과는 대척점에 선 듯한 생 악기 연주에 주력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에 기반한 균형감을 오롯이 지켜낸다. 그 결과는 2014년 그래미 어워드가 증명한 셈이고 말이다.
코스모 온라인 독자들을 위해, 너무 길어 책에는 반의 반의 반도 제대로 실리지 못했던 다프트 펑크의 인터뷰를 옮긴다. 2013년 8년만의 정규 앨범 [Random Access Memoris] 발표 직후 진행된 인터뷰지만, 그들을 알고, 그들의 새 앨범을 충분히 감상하고 나서 들은 후에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록새록 와 닿을 것이므로.
(* 스압 주의!)

 

 

<트론 : 새로운 시작>의 OST를 오리지널 앨범으로 치지 않으면 지난 정규 앨범 발매 후 8년이 지났네요. 지난 8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토마스 : 저희는 항상 음악을 공개하기 전에 가장 적합한 소리를 찾거나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왔어요. 다른 앨범들을 만들 때도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만들었죠. 1집과 2집 사이에도, 2집과 3집 사이에도, 3~4년 정도의 텀이 있었어요. 나름 영향력이 있고 중요한 3개의 음반을 만들고 난 뒤라서 다른 일들에 좀 정신을 팔았던 것 같아요. 2006년과 2007년에 라이브 투어를 했고, 1년 좀 넘게 걸려서 디즈니와 <트론 : 새로운 시작>의 OST 작업을 하기도 했죠. 그런 일들을 다 제외하고 나면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데는 딱 5년 정도가 걸린 거고, 아마 실제 작업 시간만 다 모아놓으면 2~3년이 되겠죠? 우리 나름대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우리가 4번째 앨범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해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처음에는 스튜디오에서 했던 이런저런 실험의 조각들을 가지고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하게 될지는 사실 저희도 몰랐어요.

 

앨범 타이틀 [Random Access Memories]는 딱 인터넷 시대에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아요. 그런 시대적인 트렌드를 앨범에도 투영했나요?
토마스 : 저희가 투영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로봇’일 거예요. 저희는 항상 로봇을 연구했고, 로봇과 그 로봇들이 의미하는 것에 적합한 비유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로봇은 ‘기술’과 ‘인간’의 중간 개념이죠. 20년 전 저희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와, 컴퓨터가 사회를 다 점령하고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점령하는 강력한 지성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인터넷이 생긴 후로는 오히려 컴퓨터가 인간의 연장선이 되면서 그 기술적인 인공물과 정보도 인간들의 도구가 되었죠. 인간의 두뇌와 하드 드라이브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생각하다가 ‘메모리(Memory)’ 그리고 ‘기억(Memories)’이라는 말을 가지고 장난을 치게 됐어요. 메모리가 데이터, 정보에 국한되는 거라면 기억은 단순한 정보처리를 넘어서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확연히 달라요. 많은 감정과 사랑이 담겨 있고, 같은 종류의 데이터여도 사람의 뇌와 사람의 관점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감정이 더해질 수 밖에 없죠. 그리고 이 ‘감정’이라는 게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고요. 만약 감정의 영역까지 포함하고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지만요.
제목 안에 포함된 ‘랜덤(Random)’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을 내포하기도 해요. 어떤 생각을 하다가 전혀 다른 생각으로 점프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어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토론할 때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하는데 그 주제는 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전혀 다른 주제로 이끌어주죠. 그리고 거기에서 랜덤하게 경험에 기반한 감정이나 느낌, 기억들에 접속하게 되는 거고요. 그게 저희가 담고자 한 음악의 컨셉이었어요.

 

데뷔 앨범 이후 처음으로 앨범 커버가 다프트 펑크의 로고에서 갈라진 헬멧으로 새롭게 바뀌었어요. 어떤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닌가요?
토마스 : 네.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지난 13~14년간 저희가 구축해온 ‘로봇’으로서의 자아가 저희 이미지와 완전히 동화된 게 가장 큰 이유죠. 로고가 그간 저희를 대변했던 하나의 아이콘이었다면, ‘로봇’으로서의 이미지가 로고 이상으로 커지면서 다프트 펑크의 로고보다 더 다프트 펑크를 잘 상징하게 됐다고 판단한 거죠. 또 저희는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았어요. 물론 로고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다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글자로 D, A, F, T를 쓰는 것과 반이 갈라진 헬멧을 쓰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니까요. 더 추상적인 느낌이 강해지죠. 반이 갈라진 헬멧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물체를 살펴보기 위해 반을 가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아직 펼쳐보지는 않았지만 뭔가 더 깊은 속까지 알기 위해 한 행동 같다는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본인들이 느끼는 [Random Access Memories]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기 마누엘 : ‘음악’이요.
토마스 : 아마도 ‘음악’, 즉 ‘음악성’이 아닐까 싶어요. 극한의 기술 조차도 음악성 자체를 더 뛰어나게 해줄 수는 없어요. 녹음 형식, 녹음 방법을 비롯한 지난 30년간 사용되고 발전해온 다양한 기술적인 도구들이 있는데, 어찌 보면 그 기술적인 것들이 음악성 자체가 진보하는 것을 가로막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작업하거나 사용하는 데 있어 더 편리하게 하는 데는 많은 진보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술 없이도 그보다 더 대단한 음악은 아주 많거든요. 여러 시대를 살펴봐도, 그 시대 안에서 존재했던 음악성의 비율을 살펴보면 기술과 음악성이 꼭 비례한다고는 할 수 없고요. 이 생각 자체가 저희가 음반을 만들 때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계속 음악성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어요.

 

[Random Access Memories]의 사운드는 현재의 EDM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 소리를 선택하고 연주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토마스 : 저희는 기술이 오히려 감정이나 다른 요소들이 뒤섞인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감정이기도 한데, 요즘 음악에서는 감성은 부족하고 기술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감정은 그냥 컴퓨터로는 잡기 힘들어요. 저희 또한 감정을 컴퓨터로 잡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어요. 시도는 해봤지만 다른 어떤 악기보다도 컴퓨터로 감정을 잡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일렉트로닉 뮤직은 감정을 잡는 대신에 점점 더 에너제틱한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그 결점을 커버하려 드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생겨난 에너지 또한 아주 물리적인 레벨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기도 하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나누는 감정적인 교감과,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간의 더 육체적이고 에너제틱한 관계를 비교해볼 수 있겠네요.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음악은 에너지로 넘쳐나고 육체적인 자극이 많아서 어떤 감성적인 느낌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고 있어요. 반대로 저희는 뭔가 더 감성적이고 덜 공격적인 것을 음악에 담아보려고 했어요. 그러고 나니 음악이 좀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지면서, 어떤 가능성들을 더 많이 품고 있는 형태가 되더라고요.

 

히트 싱글 [Get Lucky]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토마스 : 패럴이 가사의 대부분을 썼어요. 댄스 플로어에서 교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죠. 파티에 대한 노래이기도 한데 이런 댄스 음악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 감각적으로 유혹하는 느낌은 있지만 너무 공격적이지 않아서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아주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정서를 표현했어요.

 

앨범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들도 아주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에 포진해있어요. 함께 작업할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이 뭐였을까요?
토마스 : 저희가 가장 좋아하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뮤지션들 중에서 유기적으로 알고 있거나, 랜덤하게 만났거나, 친분이 있거나, 연결시켜줄 사람이 있거나 한 분들이에요. 궁극적으로는, 음악을 사랑하고 느낄 줄 알며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분들이기도 하죠.
기 마누엘 : 저희와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 모두가 다 멋졌어요. 그리고 한결같이 쿨하고 겸손했어요. 아마 너무나 뛰어나니까 그냥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들과 함께 일하는 건 정말 수월했어요.

 

다프트 펑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앨범은 뭔가요? 그리고 현재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앨범이 있다면요?
기 마누엘 : 최소한 100여개의 최고의 앨범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꼽을 수 있겠네요. 비틀즈는 앨범을 낼 때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장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시도했어요. 어떤 밴드도 그들 같지는 못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밴드죠.
토마스 : 비틀즈는 역사상 가장 메인스트림이면서 동시에 가장 실험적인, 그리고 가장 혁신적인 밴드였죠. 그 시대에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아주 흥미로워요. 그래서 그들이 팝 역사상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인 거겠죠.

 

(사진 순서가 그들의 흑역사를 되짚는 것 같다. 지금은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한 생 로랑 파리의 수트를 입는 다프트 펑크지만, 한때 그들은 손꼽히는 패션 테러리스트이기도 했다.)

 

CREDIT
    Editor 박지현
    사진 제공 소니뮤직

이 콘텐트는 COSMO ONLINE
2014년 0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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