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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7 Fri

권태기 피할 수 없는 걸까?

혼자일 때는 연애만 하면 행복할 거라고 장담하던 남녀가, 막상 커플이 되면 또 다른 고민에 맞닥뜨린다. 바로 권태기에 대한 이야기다.



Ask Cosmo

남자 친구와 전 서른 살 동갑이고, 만난 지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사귄 지 일 년 반쯤 되었을 때만 해도 우리 둘은 결혼할 거라 의심치 않았는데, 요즘 들어 점점 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매일같이 뜨거운 밤을 보내는 건 먼 옛날 일이 되었고,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남친은 선물 하나 없이 추리닝 차림으로 나올 정도로 우리 사이는 루스해졌죠. 정말 권태기는 피할 수 없는 건가요? 그리고 이미 다가온 권태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김현지(30세, 회사원)


Cosmo Says

슬픈 진실 한 가지를 알려드릴까요? 한때는 마주 보고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느꼈던 사이가 긴장감 제로의 권태기로 접어드는 것은 사실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관계의 애착에 관해 연구한 박사님들조차 모든 커플은 사귄 지 3년 이내에 서로에게 지루함을 느끼는 제1권태기를 맞이한다고 단언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주변의 커플을 살펴보아도, 권태기에 대한 슬프고도 현실적인 이 명제의 예외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한층 더 슬픈 이야기가 또 있죠. 많은 커플이 권태기를 겪지만, 그중 상당수는 바로 남자 쪽이 먼저 권태를 느끼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 말이에요. 진화생물학자들도 그렇게 이야기해왔죠. 최대한 많은 곳에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 정자의 본능이자 남자의 본능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먼저 권태를 느끼게 되는 거라고요. 이런 주장은 남자의 바람을 정당화하고, “그러니까 여자가 항상 예쁜 모습을 보여줘야 해”라는 연애 멘토링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건 남자의 본능에 새겨져 있으니 여자들은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말을 여자들끼리도 주고받았던 기억, 많이들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관리하지 않는 여자와 본능대로 행동하는 남자를 권태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바보 같은 짓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으로 이어진 남녀 관계란 단지 본능이나 성적 끌림이 아니라 함께 나눈 시간과 인간적인 신뢰 같은 것이 쌓이며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만나서 오로지 몸만 탐하는 관계라면 그 어떤 커플이라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심드렁해지겠지만, 좀 극단적인 예로 한쪽이 몸에 이상이 있는 식으로 둘 사이에 더 이상 섹스가 결부되지 않는다 해도 관계가 지속되는 케이스가 존재하지 않나요? 서로에게 섹슈얼한 매력을 더 이상 찾기 힘든 나이가 되어서도 많은 남녀가 서로를 놓지 않는 것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완전하고 복합적인 한 명의 인간으로, 그리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그런 성숙한 시선은, 어떤 커플에게든 숙명적으로 찾아오는 권태기라는 파도를 넘는 튼튼한 배가 되어주는 거죠.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하는 연애라는 건 어쩌면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권태기가 다가왔을 때 잘 넘어갈 것으로 예견되는 커플과 권태기가 다가오면 결국 헤어지고 말 커플 말이죠. 그러므로 권태기에 대한 앞의 질문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권태기를 늦출 순 없나요?”라든가 “어떻게 하면 이 권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가 아니라 “권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는 커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라는 것으로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고 싸우더라도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몰아세우는 일이 없으며 침대 위에서 서로에게 충실한 커플이라면, 그리고 상대의 단점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고민이나 미래에 대해서까지 진심으로 걱정해줄 수 있는 사이라면 권태기라는 파도도 조금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관계 초반엔 둘 사이에 ‘얼마나 스파크가 일어났는지’가 중요하겠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 이르면 ‘둘 사이의 인간적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가’가 훨씬 중요해지게 됩니다. 열정 90 신뢰 10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어느 시점부터는 열정 50 신뢰 50이 되고, 또 어느 시기부터는 열정 10 신뢰 90이 되어가는 것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연애의 그래프입니다. 열정이 사그라진 그 자리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채워나갈 수 있다면 권태기 따위를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요? 언제까지나 뜨거운 열정으로 지낼 거라는 기대는 접고, 어떻게 하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친밀감을 채워갈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요?

CREDIT
    Editor 곽정은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4년 0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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