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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6 Thu

사귀는 동안 궁합을 봐도 괜찮을까?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르니까 인생이 재미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앞날을 알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겠죠. 잘 사귀고 있으면서도 궁합을 보는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요.

서른한 살의 직장 여성입니다. 남자 친구와는 사귄 지 반년 정도 되었고,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왔어요. 가끔 투닥거리긴 했지만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친구가 용한 점쟁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간 것이 화근이었죠. 사주만 보려다가 궁합까지 보고 말았는데, 그 점쟁이가 “아마 그 남자와는 결혼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부모님의 반대로 두 사람 모두 맘고생을 엄청나게 할 텐데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우리 사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그날 이후로는 조금만 싸워도, 그의 연락이 잠시 뜸해져도 ‘결국 이러다 헤어지게 되는 건가?’라며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네요. -김수민(31세, 회사원)

 

앞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고로 궁금해한 그 마음까지는 무죄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겁니다. 역술인에게 찾아가서 ‘이 사람과 저의 궁합이 어떤가요?’라고 물은 그 순간부터 말입니다. 역술가들은 대부분 들으면 기분 좋을 이야기와 기분 나쁠 이야기를 함께 해주죠.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하면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자극하지 못하게 되고, 너무 나쁜 이야기만 하면 순도 100%의 불쾌감에 휩싸여 ‘에이, 다신 여기 안 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란 존재란 걸 그들은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죠. 결혼까지 생각하는 상대와의 궁합을 물어봤을 땐, ‘그래도 나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내심 했을 테지만, 역술인 입장에서는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다 하게 마련이니까요. (그게 다 읽혔든 그렇지 않든 말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겨우 본전치기이고,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내내 생각날 수밖에 없는 바보 같은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이렇게 ‘좋아봐야 본전이고, 어지간하면 손해보는’ 상황은 비단 사귀는 도중에 궁합을 보러 가는 일이 아니어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답니다. 애인 몰래 그의 휴대폰을 보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휴대폰을 보게 되면 결국은 미심쩍은 내용을 발견할 수밖에 없고, 그럼 그 휴대폰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게 되는 거죠.  잘 만나고 있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구태여 궁합을 보고 그것 때문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잘 만나고 있으면서도 애인의 휴대폰을 몰래 검사하고 거기서 본 내용 때문에 ‘이걸 말해? 말어?’라며 괴로워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수준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요?


그래도 잘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당신이 어떤 남자를 만나고 있는데 궁합을 본다면 그 결과에는 4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궁합도 좋게 나오고 실제로도 잘 지내는 경우, 궁합은 안 좋게 나왔지만 잘 지내는 경우, 궁합은 좋게 나왔지만 잘 못 지내는 경우, 궁합도 안 좋고 실제로도 사이가 안 좋은 경우죠. 첫 번째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죠. 잘 지내고 있는데도 ‘궁합이 안 좋다 했는데’라며 걱정할 수도 있고, ‘궁합은 좋다고 했는데…’라며 잘 못 지내는 서로에 대해 점점 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죠. 마지막 경우는 구태여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즉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둘이서 정말 잘 지낸다는 것은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단지 궁합이라는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만으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잘 지내려고 하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그게 바로 두 사람의 궁합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요? 궁합이 좋게 나온다고 한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부족하다면 과연 그 관계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요? 연초를 맞아 궁합을 보고 싶어진 당신, 구태여 말리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열지 않아도 좋을 판도라의 상자는, 여는 순간 그것을 열기 전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 상자를 여는 것은 당신의 자유지만, 그 이후의 모든 상황은 당신의 책임이 되는 겁니다.

CREDIT
    Editor 곽정은
    Design 최인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4년 0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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