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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3 Thu

나의 포르노 관람기

대부분의 남자들은 좋아라하지만, 많은 여자들은 아직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야동’, ‘몰카 영상’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변주되지만 결국 마지막은 남자의 사정으로 끝나는 그것. 오늘은 포르노 필름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

어젯밤, 나는 5명의 남자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냈다. “요즘 야동 어디서 봐?”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그저 클릭만 하면 다양한 영상이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링크, 메인 화면에서만 주요 장면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며 구매를 유도하는 해외 사이트, “난 사이트는 잘 안 가고 P2P에서 주로 다운받아. 왜? 파일 보내줘?”라고 묻는 남자의 답까지. 4명의 답장이 도착하는 동안 딱 한 남자만이 “시시해서 이제 안 봐. 그런 거 이미 졸업한 지 오래야”라고 대답했다.

내가 포르노 필름이라는 걸 처음 본 것은 대학 시절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남들의 섹스 장면을 본다는 것은 절반의 두근거림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일. 그 시절의 나에겐 두근거림이 죄책감보다 더 컸던 것인지 매일 밤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해 야한 영상을 습관적으로 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저 여자들은 느끼고 있나?’, ‘어떤 영상이든 예외 없이 남자가 사정할 때 여자도 함께 오르가슴을 느끼네!’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의문은 이내 풀렸다. 포르노 산업의 주 소비층은 남자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남자 시선에 맞춰 제작된 영상이 그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든다는 것을. 처음엔 수줍어하던 그녀들이 어느새 섹스의 화신이라도 된 듯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결국 남자들이 침대에서 꿈꾸는 어떤 모습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말이다. ‘포르노는,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거대한 자본의 쇼’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는 이제 포르노 사이트에 거의 접속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다를 뿐 매번 거기서 거기인 포르노 필름을 지속적으로 볼 만큼 일상이 한가하지 않기도 하지만, 구태여 사이트를 접속하지 않아도 언제든 쉽게 모바일을 통해 야한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링크 하나만 클릭하면 ○○ 모텔 몰카도, 키스방이니 안마방 영상도, 술 취한 여친과 섹스하는 것을 남자가 찍은 영상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더 이상 포르노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아니라 카톡으로 돌려보며 낄낄대는 유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여전히 포르노 관람에 주기적으로 시간을 들이는 남자들에게는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포르노 필름으로 섹스를 배운 남자는 연애를 글로 배운 여자만큼이나 현실 부적응자 같은 모습을 보일 위험이 굉장히 높다는 것. 가공의 섹스에서 남자의 테크닉은 언제나 여자를 매료시키고, 여자는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현실에선 어디 그런가. 뱃살은 겹쳐져 있고, 오늘 따라 애액이 잘 안 나와 애를 먹기도 하는 걸. 어디 그뿐인가? 출렁이는 가슴으로 화면을 꽉 채우던 그녀에 비해 ‘그녀’의 가슴은 얼마나 노멀하며, 포르노 속 남자들의 ‘그곳’ 사이즈에 비해 현실은 얼마나 평범한가? 포르노 필름은 다큐가 아니라 판타지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의 섹스는 여자에게 공허함만 안겨준다.

 

재미를 위해 판타지 영화를 보더라도 결국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것처럼, 취미 삼아 포르노를 보더라도 사랑하는 그녀와의 섹스에서만은 진정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남자야말로 격하게 등 두드려주고 싶다. 한때는 혁명, 반항, 자유의 코드로 간주되었던 포르노가 지금은 그저 거대한 유흥 산업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만으로 가슴이 짠해 오는데, 우리가 사랑한 어떤 남자가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비애감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CREDIT
    Editor 곽정은
    Design 최인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3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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