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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0 Fri

서울 여자 11인의 '공간'

코스모 카메라를 통해 훔쳐본 서울 여자 7인의 공간. 그곳에는 그녀들만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자신의 공간에서 일상을 즐기는 평범하고도 새로운 방법에 관한 이야기.

 

세트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은 유학 시절 파리에서 살았던 집의 느낌을 작업실 공간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시간의 흐름이 있는 공간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파리에서 쓰던 30년 된 테이블과 의자를 이곳으로 가져왔죠.” 그렇게 탄생한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그녀. “작업실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공간을 꾸밀 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찬장에는 그녀의 애장품이 빼곡히 쌓여 있는데, 그중 에스프레소 잔을 가장 아낀단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제일 좋아하는 잔에 마시는 것처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껴요.” 작은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무한 긍정 마인드! “가끔 시간이 날 때면 광화문, 종로, 을지로, 공구 상가를 돌아다니며 영감을 얻어요. 시장에서 동파이프를 사서 직접 제작한 촛대에 초를 꽂고 불을 켜면 어느새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신한답니다.”

 

 

언뜻 전시 공간처럼 보이는 이곳은 한남동에 위치한 제인송 콘셉트 스토어, 모 제인송. 1층은 제인송 부티크로, 2층은 라이프스타일 숍과 카페로, 3층은 가든으로 운영 중인 이곳에는 화분과 하모니카, 동물 인형과 비누가 한 공간에 뒤섞여 놓여 있다. “시즌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옷을 만들어 팔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에게 이 공간을 소개받았죠. 여긴 100%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울 작정으로 만들었어요. 작은 물건 하나도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죠.” 마치 그녀의 집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 낯설고 신기한 브랜드와 물건에 눈이 번쩍 뜨인다. 예컨대 1백 년이 넘도록 물뿌리개만을 만들어온 영국 브랜드 호스(Haws)나 환경에 무해한 종이 빨대 스너그앤코(Snug & Co) 같은 것들. “옷을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이들이 들어와 구경하다가 기념품처럼 작은 것을 사가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실제로 그런 손님들이 많죠. 작은 피규어가 달린 팔찌 하나를 고르기 위해 30분 동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손님들을 보고 남자 직원들은 이해 못 하겠다며 혀를 내두르지만요. 하하.” 2층의 작은 카페와 옥상에서는 낮에는 꿀을 넣은 아메리카노 등의 음료로, 저녁에는 하와이와 영국에서 공수한 맥주로 손님을 맞는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지만, 전원생활을 꿈꾸진 않아요. 저는 뼛속까지 도시 여자거든요. 하하.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것, 그게 저다운 생활인 것 같아요.”

 

매거진의 패션 화보와 광고 촬영으로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포토그래퍼 김태은. 그녀에게 집은 오직 ‘쉼’을 위한 공간이다. “일하지 않을 땐 편안한 휴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집에선 아무것도 안 해요. 강아지들과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는 정도?” 그녀가 3년 전 이곳 신당동을 선택한 이유도 집 주변의 녹색 환경 때문이었다. “집 앞의 공원을 자주 찾아요. 나무가 많아 공기가 깨끗하고 철마다 다양한 꽃이 피고, 근처의 신라호텔이나 반얀트리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음악도 공짜로 귀동냥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최고죠. 하하.” 남산과 연결된 성곽길 공원은 국립극장 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평화로운 그곳을 개들과 함께 거니는 것이 그녀만의 휴식 방법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직접 꾸민 집은 어떤 모습일까? 멋 부리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그녀만의 개성이 담긴, 딱 그녀다운 공간이다. 산책 이외의 취미 생활에 대해 묻자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요즘엔 서핑에 꽂혔어요. 제주나 양양, 부산 등 서핑 스폿을 찾아다니며 바다를 마음껏 즐기고 있죠. 바다로 떠날 일정이 허락되지 않을 땐 개들과 함께 수영장에 가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나무로 가득한 정원이 있었으면 했어요. ‘올빼미의 정원’이라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멋진 마당이 있는 공간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죠.” 쟈뎅 드 슈에뜨의 아틀리에에서 만난 디자이너 김재현에게선 건강한 에너지가 넘쳐났다. 브랜드 초기, 청담동에 터를 잡은 올빼미의 정원은 작년 FnC 코오롱에 브랜드가 인수된 후에도 줄곧 이 자리를 지켰다. “가끔 정원사가 들르면 ‘나 몰래 거름이라도 주는 거냐’고 물어볼 만큼 좋은 흙과 햇볕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이토록 산과 나무, 바다를 사랑하지만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요? 아마도 지인들 때문이겠죠. 동네 친구와 같이 산책하다가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그만한 행복이 없으니까요. 7년간의 프랑스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같은 이유였어요.” 그녀가 요즘 빠져 있는 것은 동네 산책과 서울숲에서 즐기는 승마.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는 레저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런 시간을 즐기는 게 제 건강의 비결이기도 하고요.”

 

오래된 약국과 미용실, 세탁소가 늘어선 도심 속 시골 같은 동네, 보광동에서 기묘한 공간을 발견했다. 쿠션, 시계, 화분, 테이블 등 일상적인 물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기방기한’ 오브제로 가득한 곳. 이곳은 ‘길종상가’라는 새로운 개념의 모임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쉽게 말해 세운상가, 낙원상가처럼 상인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에요. 상가의 관리인인 박길종은 가구를 만드는 목공소와 원하는 일은 뭐든지 도와주는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고, 저 김윤하는 조명과 식물, 소품 등을 판매하는 만물상 ‘다있다’를 운영하죠. 그리고 류혜욱은 천으로 만드는 물건을 판매하는 ‘유익점’을 운영해요.” 이곳은 각각 따로 움직이다가도 큰 프로젝트가 생기면  뭉치기도 하는 세 상인이 공유하는 공간인 셈.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물건이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고 싶어요. 그게 우리가 주문 제작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녀들은 매우 독특한 주문까지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1백 명의 사람이 있는 곳엔 1백 개의 취향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최근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난 이태원 경리단길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남편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들이 카페와 바를 오픈한 이후 자연스레 이곳으로 모이게 되었죠.” 이태원 특유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그녀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이 운영하는 서울 살롱은 저에게 특별한 공간이에요. 거기서 프러포즈를 받았거든요.” 그녀는 서울 살롱 앞에서 촬영하는 내내 그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공간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묻어나는 집, 자신을 가장 닮은 집이 그 사람의 진정한 공간이 아닐까요. 리넨 같은 패브릭을 좋아해서 커튼은 각양각색의 천을 잘라 직접 패치워크해요. 또 MD 박스에는 예쁜 패턴의 천을 덮어놓기만 해도 인테리어 효과가 나죠. 패브릭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세탁하기도 간편해요.” 20대 초반에 일을 시작한 그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노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노는 날로 지정해요. 저만의 빨간 날이죠. 그날은 절대 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완전히 쉬려고 애써요. 그게 제가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법이랍니다.”

 

“올해 초 집을 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위치였어요. 동네를 먼저 정하고 나서 멋진 공간을 보러 다니며 공부했죠.” 줄곧 아파트에 살던 그녀는 천편일률적인 공간에 지루함을 느꼈고,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의 감각을 되살려 공간을 직접 디자인하고 집 곳곳을 뜯어고쳤다. 평소 프렌치 캐주얼 룩을 즐겨 입는 그녀의 스타일과 딱 어울리는, 심플하면서도 개성 있는 공간. “아파트 도면처럼 지루하고 뻔한 경계선을 없애고 싶었어요. 평소 갖고 싶던 가구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고, 몇 개의 가구를 중심으로 공간을 나눴죠.” 집은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그 입구마다 붙어 있는 이름에 그녀의 유머가 담겼다. 얼굴과 스타일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드레스룸은 ‘체인지’, 거실 겸 침실의 이름은 먹고 마시고 잔다는 의미의 ‘레스트’, 욕실은 말 그대로 ‘워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코스모의 큰 행사를 진두지휘하는, 잔다르크 같은 성향의 그녀가 즐기는 건 의외로 요리. 하나하나 모은 그릇과 해외에서 사  온 독특한 시즈닝들을 특별히 아낀다고.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지인들과 어울릴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껴요. 제 인생의 두 번째 직업을 갖게 된다면, 아마 그것과 관련된 일일 거예요.”

CREDIT
    Editor 김자혜, 조은정
    Design 최인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3년 0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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