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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Mon

힐링 의술을 선사하는 거리의 의사

상처받은 이들을 찾아다니며 힐링 의술을 선사하는 ‘거리의 의사’ 마인드프리즘 정혜신 대표. 누구나 쉽게 자신의 마음을 점검하고, 치유할 수 있는 ‘내 마음 보고서’ 프로젝트로 한 발짝 더 대중에게 다가온 그녀를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이 만났다.


 



저도 최근에 마인드프리즘에서 진행하는 ‘내 마음 보고서’ 심리 검사를 해봤어요. 검사 결과가 담긴 책을 받아봤는데, 정말 놀랐어요. 심리 분석치고는 굉장히 섬세하더군요. 나에 대한 에세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아마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문학적인 문장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설명해주는 심리 검사를 받을 수는 없을 거예요.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하는 심리 보고서지만 아주 인문학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죠. 그게 저희 마인드프리즘이 지금까지 10년 동안 축적한 분석의 노하우예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詩) 처방이었어요. 심리 치료에 시를 모티브로 사용했다는 것이 신선했죠.
사실 치유라는 것은 예술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돼요. 사람의 마음은 예술을 통해 접근하지 않으면 온전히 움직일 수 없죠. 노래에만 리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 안에도 리듬이 있거든요. 심리 치료를 할 때도 그런 리듬을 타면서 진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굉장히 다르죠. 그래서 마인드프리즘에서 하는 모든 치유 행위에는 언제나 예술적인 접근 방식이 담겨 있어요.


개개인에게 필요한 시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서 처방하나요?
참여자에 대한 심리 분석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시를 골라요. 그 시가 그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때도 있고, 그 시가 그 사람과 닮은 것 같아 고르는 경우도 있고. 그런 맥락 안에서 가장 적합한 시를 선택하죠. 그렇게 처방받은 시가 일종의 쉼표처럼 느껴졌어요. 시어와 시어 사이, 그리고 행간에 나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더군요. 문학, 예술이 사람에게 주는 자극이 그렇게 구체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의 심리 검사에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분석과 진단을 내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나는 전문가, 너는 피전문가. 분석했더니 이렇게 나왔어. 솔루션은 이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이렇게 해’라는 식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그런 방식은 너무나 폭력적이고 반치유적인 구도라고 생각해요. 사실 전문가가 분석해서 명확한 답을 준다고 그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거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전문가와 참여자 사이의 거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지키자는 것이에요. ‘당신도 입체적인 인간이고, 스스로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해봤던 존재이며, 본인이 치유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죠. 예술적인 접근이 바로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자발적인 치유를 유도하는 최적의 도구가 돼요. 전문가와 피전문가 사이의 수직적인 구도가 아닌, 서로 간의 거리를 인정하는 평행한 구도, 이런 것이 치유적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해결의 키를 주는 것이군요.
스스로도 생각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에 목적을 두는 거죠. 그런 생각이 전부 녹아들어간 것이 바로 ‘내 마음 보고서’예요.


마인드프리즘 초창기에는 주로 CEO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됐죠?
마인드프리즘을 처음 만들면서부터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면 파장이 상당히 클 거라는 짐작 때문이었죠. 그런데 정말 그들이 그런 치유를 경험하면서 회사 정책 자체가 바뀌는 것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그런 변화를 볼 때면 개인적으로도 뿌듯하고 좋았죠.


그런 치유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내 마음 보고서’의 대중화 프로젝트가 기획된 것인가요?
그렇죠. 기업 임원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늘 들었던 얘기가 “이런 경험을 우리 직원들에게도 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것이었어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직원들이 다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라는 이야기를 수년 동안 들었죠. 물론 그러고 싶지만 이 작업이 워낙 사람 손이 많이 가고, 비용을 낮추면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죠. 어설프게 하느니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많은 이들에게 그런 얘기를 계속 들으니까, 개발을 하기 시작한 거죠.


‘1000만 힐링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사실 김범수 의장이 예전에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적인 치유를 경험했어요. 그때 자기 성찰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본인이 직접 ‘내 마음 보고서’를 대중화하는 데 동참하고 싶다고 파트너를 자청한 거죠. 그리고 국민 1천만 명에게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자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이어진 것이고요. 사회의 리더가 치유를 경험하는 것은 정말 큰 파급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죠. 


이 보고서를 통해 참여자들은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자기를 만나는 의미 있는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냥 시작이 아닌 ‘의미 있는 시작’. ‘내 마음 보고서’를 한 번 체험했다고 해서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에요.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고 고정돼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그저 이것을 통해서 자기를 바라보는 아주 의미 있는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99%의 사람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수 있는 계기를 못 만나는 거겠죠.
그렇죠. 그런 의미 있는 시작을 할 수 있는 자극이 우리 사회에 별로 없어요. 오랫동안 굉장히 경쟁적이고 성과를 빠르게 내야만 살아남는 흐름이 유지돼왔으니까요. 그래서 차분히 멈춰서 나를 들여다보고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이런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거예요.


 



 



지금, 불안한가요?
요즘 20, 30대 여성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건 나이의 특성이기도 한데, 자기가 자기로 살지 못하는 삶의 시간이 너무 긴 것이죠. 언제나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그걸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라고 하죠. ‘모름지기 대학생이면 이러이러해야 한다’, ‘모름지기 직장인이면 이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서른 살이 됐으면 이래야 한다’, 이런 규정된 틀 안에 늘 갇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긴장한 채로 인생을 사는 거죠. 늘 불안한 거예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조금이라도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면 나는 완전히 절벽으로 추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이렇게 삶이 불안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사람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요. 예전에 제가 상담했던 환자 중에 아주 수려한 문장을 쓰는 작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죽은 거예요. 그런데 그분이 그 이후로 글을 쓸 때마다 늘 오탈자에 유난히 집착하게 된다고 했어요. 그런 식으로 사람은 마음이 불안해지면 그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외부의 어떤 것을 통제함으로써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거든요. 불안할 때 나타나는 사인이에요. 시험 전날 불안하면 책상 정리를 하잖아요. 마음이 불안하면 눈에 보이는 것을 싹 다 정리하면서 자기 통제감 같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죠.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펙에 대한 집착이에요. 눈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는 거죠. 그런데 그 스펙이 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걸 잘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안정감을 찾기에는 너무나 불안 지수가 높은 거죠. 성형도 마찬가지예요. 외모를 예쁘게 고치면 좋은 남자를 만나고,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불안정한 내 인생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게 될 거라고 보는 거죠. 사실은 그런 외적인 조건과 자기 만족감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조금만 더 오래 살다 보면 알게 되는데, 그 나이 때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불필요한 부분에 온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거예요. 비단 스펙이나 외모뿐이 아니죠. 심지어 남자 친구에 대한 강박관념도 심한 것 같아요. 남자 친구가 없으면 ‘남자 친구가 있어야 되는데’라고, 또다시 슈드비 콤플렉스에 빠져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을 못 가졌다는 사실에 힘들어하죠. 그래서 남자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남자를 찾고요. 물론 그것은 어딜 가든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고, 남자 친구가 없으면 너의 이런 결점 때문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 때문일 수 있겠죠. 남자 친구가 없으면 받는 주위의 시선이나 취급, 비는 시간에 대한 조바심, 그런 것들 때문에 남자 친구조차 꼭 갖춰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 중 하나라 생각하고 강박적으로 좇는 거예요. 그런 상태로 연애를 시작하면 남자 친구를 가졌어도 그 내용을, 그 사람을 가진 것이 아닌 거죠. 그러니까 자꾸 삶이 겉도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연애하고, 인생을 사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에게서 답을 찾으세요
“회사에서 이런 일 때문에 힘든데 그만둬야 할까요?”, “남자 친구와 이런 갈등이 있는데 헤어져야 할까요?”,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요?” 이런 고민을 하며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지 찾아와 묻는 이들이 꽤 있어요. 그럴 때 “네 생각은 어떠냐?”라고 물으면 “반반이에요”라고 하죠. 물론 어떤 결정을 할지 망설이고 갈등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반반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반반이라는 것은 없어요. 5.1대 4.9든 6대 4든 4대 6이든,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어느 쪽인지 답이 나오죠. 스스로에게 한 번만 더 질문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끌리는 쪽으로 가보기를 권해요. 그런 과정을 20, 30대 때 수도 없이 경험해봐야 해요. 이런 연습을 하지 않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누군가를 찾아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묻는 것은 스스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심지어 점집을 찾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 누군가 답을 주면 ‘그래, 그런 게 낫겠지?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또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거기서 또 누군가에게 물어보고요. 결국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은 하나도 축적이 안 되는 거예요. 굉장히 의존적인 구조로 가는 거죠. 아주 병적인 거예요. 나는 약하고, 어리석고,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고, 훌륭한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말씀을 들으려고 하죠. 자기는 계속 허약한 상태로. 그렇게 되면 인생이 불안해지고, 한 번도 만족스럽거나 안정감 있게 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럴 때 자기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물어보고 직접 결정해보세요. 내 결정이 맞으면 좋겠지만 틀려도 상관없어요. 맞고 틀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조금 더 기우는 쪽으로 가보는 경험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거예요. 가다가 아니면 다시 하면 되고, 아님 말고인 거죠. 그런 경험이 내 안에 축적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살 수가 없어요. 자기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틀려도 상관없어요.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 계속 틀렸어요.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거든요. 지금 사회는 유명하고 훌륭한 누군가를 설정하고 그 사람은 실수를 안 한다고 착각하는 그 착시를 만들어내고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조급해지는 거예요. 내 안에 답이 있어요. 엄마가 기억하는 나를 느끼면 치유가 되거든요. 자꾸 정답을 줄 누군가를 찾지 말고 자기 자신을 자꾸 확인하고 느끼세요. 그것이 가장 강력한 치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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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주,김혜미<br/>Design 최인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3년 0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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