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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Fri

유인나에게 반전은 없었다

유인나에게 반전은 없었다. 분명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언가를 숨기거나 포장하려는 꿍꿍이 없이, 항상 100%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내보여온 그녀였으니 말이다.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의 시청률이 단연 압도적이에요. 주요 출연진으로서 그 이유가 뭐라고 자평하나요?
평범한 사람의 성공담도 있으면서 가족애까지 동시에 보여주는 게 다양한 연령층에 골고루 어필한 것 아닐까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도 재미있는 성공 스토리나 아기자기한 사랑 얘기도 있고 어른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내용도 많으니까.

간만에 막장 코드를 탈피하기도 했고요. 가족 간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중심인데, 유인나 씨의 가족 이야기도 좀 궁금하네요.
라디오에서는 가족 얘기를 진짜 많이 했어요. 항상 제 일상을 얘기하다 보니 우리 엄마가 어쨌다 저쨌다 이런 얘기를 자주 하게 되거든요. 저희 엄마는 그냥 평범한 엄마예요. 딸들을 위해서만 사시는 답답한 엄마 있잖아요. 흐흐. 근데 저랑 친구처럼 대화가 잘 통해요. 왜, 어른들은 웃음 포인트가 좀 다르기 마련인데 우리 엄마는 그냥 친구하고 얘기하는 것처럼 웃겨요. 항상 재밌게 친구처럼 잘 지내요.

어린 나이에 연예인 하겠다고 할 때 엄마가 반대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지금이야 연예인 하라고 부추기는 시대라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은 부모님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냥 믿어주셨어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잘해봐라” 이렇게 얘기를 해주셨는데 사실 답답하기도 하셨겠죠. 제가 너무 오랫동안 발전 없이 정체돼 있었으니까요. 그때 엄마가 참고 기다려주신 게 너무 고맙고 다행스럽죠.

언니와는 어때요? ‘유신이’와 ‘순신이’ 같나요?
하하.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한 것 같네요. 그런데 유신이처럼 동생 구박하는 언니는 아니에요. 어떨 때는 순신이와 순신이, 또 어떨 때는 유신이와 유신이가 만난 것 같아요. 언니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서  사소한 얘기도 다 하고 완전 친구처럼 지내요.

원톱 주연작인 <인현왕후의 남자> 얘기를 안 할 순 없네요.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으니까요. 만약 타임 슬립을 해서 다시 되돌리고 싶은 과거의 어느 시점이 있다면 언제, 뭘 하고 싶어요?
우와! 이거 진짜 흥미로운 질문인데요? 아, 근데 전 이런 거 물어보면 절대 그냥 가볍게 못 넘겨요. 되게 고민하거든요. 진짜 일어날 일도 아닌데 지금 당장 일어날 일처럼요. 잠깐만요, 잠시만 좀 고민해볼게요. 음… (침묵) 그렇게 된다면…. (침묵) 하…. 잘 모르겠어요.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어… (침묵) 다시 시험 보고 그런 거 생각하면 싫잖아요.

 

절대. 다시는.
네, 어려지는 건 좋지만 다시 학생이 되면 공부도 다시 해야 할테니까 싫고. 음… 한 5년만? 네, 5년만. 그러면 제가 데뷔를 스물여덟에 했으니까, 앗! 5년 돌아가면 스물일곱이네? 어이구, 그럼 7년? 네, 7년 정도요! 스물다섯 정도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서 데뷔를 한 3년만 당겨 하는 거예요. 하하. 어떻게든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바로 라디오 하러 가는 거죠? 라디오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는 것 자체로도 힘들 것 같은데 작품 활동 스케줄이랑 병행한다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힘이 들긴 하지만 정신적으로 괴롭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그냥 육체적으로 이제는 쉴 타이밍이다 할 때 가서 또 한참을 막 얘기하고 떠들어야 하니까 몸이 힘든 정도? 그런데 라디오를 진행하는 그 순간에는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2시간 동안 너무 재밌게 몰입하다가 그게 끝나고 나면 막상 에너지를 다 써서 녹초가 되는 거죠.

정말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예요. <볼륨을 높여요>가 청취율 1위를 찍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 사실 라디오 DJ가 꿈이었어요.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하게 돼서 처음 제안받았을 때 너무 기뻤어요. 그래서 뭐 다른 생각은 전혀 안 했던 것 같아요. 매일매일 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무 신나서 진짜 쾌재를 불렀거든요. 근데 가끔 그럴 땐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끼리 여행 가자고 막 계획 짜다가 “어? 나 라디오…” 하면서 포기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선 가끔 아쉽지만, 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하하.
왜, 녹음 방송 있잖아요.
녹음 방송도 가능하긴 하지만, 사실 하루 걸러 하루씩 녹음 방송을 해야 할 때도 청취자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거든요. 근데 만약 내가 2주 동안 어딜 간다고 해서 2주치를 녹음하고 간다면 정말 뭔가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정말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네요.
아까 힘들지 않냐고 하셨는데, 라디오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이럴 때인 것 같아요. 저는 청취자들을 제 친구처럼 생각하거든요. 어떤 사연이 와도 내 일이다, 내 친구 일이다, 내 가족 일이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해줄 수 있는 말이 너무 많거든요. 위로가 되든 차선책을 제안하든 해줄 수 있는 말이 얼마든지 있는데, 정말 내가 뭐라 위로해주기도 힘든 상황에 놓인 친구들의 사연을 접할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없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절망하곤 해요. 그러다가도 또 “야근 하다 너무 신경질이 났는데 그나마 인나 씨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야근했어요”, “차 막혀 진짜 짜증 났는데 인나 씨 덕분에 재밌게 집에 왔어요” 이런 문자 받으면 너무 신나고 힘이 나요.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그래요. 어떻게든 명쾌한 해답을 주려다 보니 그런 스트레스도 받는 거고. 마침 이번 코스모 메인 테마 중 하나가 ‘돈’이라서 묻는 건데, 재테크는 어떻게 해요? 똑 부러지는 사람은 왠지 재테크도 잘할 것 같아서 묻는 거예요.
그쵸? 그럴 것 같죠? 저요, 예전에 궁금해서 재테크 책을 사본 적이 있는데, 저에게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어요. 하하. 저 사실 그런 거에 굉장히 약해요. 하고 있는 건 오로지 딱 하나. 그냥 대책 없는 저축? 그냥 계속 저축만 하고 있어요. 은행 갔다가 적금 권하면 들고 오고 딱 그 정도? 겁이 많아 다른 건 잘 못해요. 관리도 다 엄마가 하고 있고요.

 

음, 조심하세요. 저 그러다가 엄마한테 사기(?)당한 적 있거든요. “엄마 내가 맡겨놓은 돈 어딨어?” 했더니 생활비로 다 썼다며, 그동안 네가 먹고 자고 한 게 얼만데 그러냐며….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엄마 그 돈 어딨어? 내놔!” 이러면 엄마가 너 어릴 때 기저귀값이랑 분유값이랑 다 내놔 이러고…. 하하.
뮤지션들하고 접촉할 기회가 많아요. 라디오에서도 그렇고 YG도 뮤지션이 많은 기획사고. 음악 취향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좋은 노래를 너무 많이 듣게 되니까 사실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어떤 가수의 앨범이 나오면 그 앨범의 타이틀 곡이나 가장 인기 있는 곡 말고 내 귀에 콕 박히는 다른 곡이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대체로 조금 몽환적이거나 우울한 노래였어요. 요즘에는 이하이의 앨범 중에서 ‘내가 이상해’라는 곡에 꽂혔어요. 너무 좋아서 요즘 하루 종일 그 노래만 듣고 있거든요.

YG라는 기획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요?
네, 분명히 있어요. 어려서부터 10년 동안 데뷔 준비를 했고 다른 회사에도 있어봤는데,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추구하는 것과 회사가 받아들여주는 것이 딱 맞아야 한다는 것과 서로간의 ‘믿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욕심 부리지도 강요하지도 않고 내 의견을 항상 존중해주며 회사 의견과 잘 조율해 현명하게 다 처리해주는 곳이라서, 연습생 시절을 겪으며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구나!’ 생각했어요. 다른 기획사가 안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곳의 분위기와 룰이 저한테는 더 잘 맞았던 거죠.

대체로 유인나가 출연한 작품은 다 대박이 났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흥행의 촉이 오나요?
촉은 오지만, 그 촉이 다 맞진 않는 것 같아요. 하하. 이거 굉장히 잘될 것 같고 놓치면 아쉬울 것 같지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하게 돼서 아쉬웠던 작품이 생각보다 잘 안 된 것도 많았거든요. 제가 촉이 좋아서 잘 맞힌다기보다는, 지금까지는 그냥 작품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묶여 있던 운이 확 풀리나 보네요. 축하드립니다.
네, 그런가 봐요. 진짜.

배우한테 늘 묻게 되는 식상한 질문 하나 할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캐릭터는 뭘까요?
이 작품이 끝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작년에 했던 <인현왕후의 남자>의 ‘최희진’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애착이 가요. 첫 단독 주연이기도 했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일단 연기자는 자신이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를 만났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거든요. 나한테 꼭 맞는 옷을 찾은 느낌? 희진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저한테 꼭 맞는 옷이었고, 비슷한 점도 많아서 별로 어렵지 않았고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옷을 입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탐나는 캐릭터는 없어요?
예전에는 엄청난 악역이나 1인 2역처럼 극단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섬세한 감정선이 드러나는 캐릭터가 더 끌려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젤위거가 보여준 연기 같은 거요.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완벽하지 않고 뭔가 부족한 여자지만 너무 귀엽고 공감 가서 보고 또 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그런 역할요.

로코 퀸이 목표군요!
나쁘지 않죠!

그동안 유인나가 맡았던 캐릭터는 허점이 있거나 약간 밉상이기도 했는데, 솔직히 유인나가 하면 완벽히 밉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보통 ‘악역’이라고 하면 굉장히 일관되게 밉상이어서 평면적인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든 공감 가능한 면을 살려서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하는 느낌이랄까?
저 그거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고 못된 생각만 하고 사는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요? 아무리 단면적으로 보이는 드라마라지만 그렇게 나타나는 게 너무 싫어요. 더군다나 유인나 얼굴, 유인나 목소리로 유인나의 몸이 하는 거니까 내 캐릭터를 내가 사랑해주면서 어떻게든 얘의 당위성을 인정받고 싶어 많이 고민해요. 감독님이나 작가 선생님들께도 많이 여쭤보는 편이고요. 음, 근데 항상 작가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하더라고요. 하하. 근데 이제 그거를 표현하는 게 그때만큼은 온전히 제 몫이니까, 그런 복잡미묘한 것까지도 잘 잡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실 악역이 쉽다라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맞아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요. 미움 받을 것도 다 각오해야 하고 나쁜 감정을 다 풀어내야 하는 게 있으니까….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나요?
네. 다른 건 생각해본 적 없어요.

데뷔 전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무명 시절이 정말 길었어요. 그동안 묶였던 운이 확 풀리는 것처럼 급격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아봤고요. 그런 극명한 변화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져서 유인나에게 ‘성공’의 의미는 좀 다를 것 같아요.
갑자기 모든 상황이 변하긴 했지만 사실상 제 일상이나 제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그건 아마도 제가 늦은 나이에 데뷔했고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스타가 되면 어떻게 해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것 자체가 제 궁극의 목표예요.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걸까요?
지금처럼 꾸준히 연기하면서 제 할 일 잘하면서 사는 거예요. 나이가 들면 이모도 하고 엄마 역할도 하고 그러면서. 연배 높으신 연기자 선배님들이 지금도 열심히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그런 희망을 가져요.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하면서요. 아, 그리고 딱 떠오르는 행복한 미래의 한 장면에 이런 게 있어요. 가구도 밝은색, 인테리어도 밝은색인 되게 밝은 집에서 아이를 많이 낳고 사는 것? 하하. 아이는 정말 많이 낳고 싶어요.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까지? 그러면 일곱 살 애가 다섯 살 동생 보고, 다섯 살이 세 살짜리 동생 보고 있고 나는 맘 편히 일 나갔다 오고.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하. 너무 평범한가요?

CREDIT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김제원
    Stylist 지상은
    Hair 해림(니케 인 뷰티)
    Makeup 차니(니케 인 뷰티)
    Assistant 김혜인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3년 05월호

기사입니다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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