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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Thu

돌직구를 날리는 심플한 남자, 정겨운

배우만큼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직업도 없다. 정겨운도 예외는 아니다. 에디터 또한 그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작품에서 그를 보고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만난 정겨운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해하며, 가식을 싫어해 돌직구를 날리는 아주 솔직하고 심플한 남자였다.

홍콩에 코스모폴리탄 호텔이 있는 거 아세요?
네, 알아요. 그런데 코스모와는 관련이 없을 거예요. 혹시 홍콩 가서 그 호텔에 묵었어요?
네. 제가 이번에 예약을 늦게 해서 어쩔 수 없이 묵었는데 호텔 뒤가 공동묘지인 거예요. 미치겠더라고요. 하하.

즉흥적으로 떠났나 봐요. 여행을 자주 가나요?
여행을 간다는 건 여유가 생겼다는 거잖아요. 아직은 배우로서 열심히 해야 하는 나이라 여행은 일로 가는 게 더 편해요. 홍콩도 촬영 때문에 많이 갔는데 개인적으로 여행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여행지에선 느긋하게 쉬는 편이에요? 아니면 열심히 돌아다니나요?
꼭 봐야 하는 건 다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리 아프게 열심히 돌아다니죠. 이번 여행도 그랬고요.

새로운 작품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 쉬고 왔네요. 이번에 50부작 주말 드라마 <원더풀 마마>에 출연한다고 들었어요. 극 중 이름이 아주 인상적이에요. ‘장훈남’이죠?
이 캐릭터와 제가 가장 비슷한 점이죠. ‘훈남’이라는 거. 하하. 자수성가한 인물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청각 장애가 있는 형의 가족과 사는 남자예요. 투자회사 팀장으로 리더십도 있고 활발하며 사람도 좋아하는 성격이죠. 원래 제 성격하고는 좀 달라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두세 배는 더 쏟아서 연기하려고요.


상대 배우는 정유미 씨라고 들었어요. 호흡은 어때요?
유미 씨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더라고요. 저도 유미 씨도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 다르고 둘 다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라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막장 느낌이 전혀 없고 젊은 배우도 많이 나오는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예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삶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말 드라마라 선배 배우도 많이 나오겠어요. 배우는 것도 많겠는데요?
네. 배종옥 선배님은 처음 뵀는데 배울 점이 많은 분인 것 같아요. 워낙 연기 잘하기로 유명하신 분이라 전부터 너무 뵙고 싶었거든요. 청각 장애인 형으로 나오는 안내상 선배님과는 대화할 때 수화나 구화를 해야 되는데, 선배님이 워낙 몰입을 잘하시니까 저까지 덩달아 몰입을 잘하게 되더라고요. 모든 선배님들에게 배울 게 정말 많아요. 다들 연기를 잘하시는데도 계속 발성 연습과 자기 관리도 꾸준히 하면서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배우가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죠.

 

가장 배울 게 많았던 선배는 누구예요?
<간첩>에서 함께 연기한 김명민 선배님이오. 촬영이 있는 날은 항상 일찍 일어나 촬영 시간 한 시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 계세요. 제가 늦은 적이 한 번 있는데 좋은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배우는 광대고 광대가 늦는 순간 모두가 돌아서게 되어 있다”라고 말씀해주셨죠. 무서운 얘기죠. 근데 그 말이 가슴이 확 와 닿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절대 안 늦었어요.

인상적인 동료나 후배 배우는 없어요?
이제훈 씨를 보면 천생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 어리지만 연기할 때 눈빛이나 표정을 보면 진짜 모습이라고 착각할 만큼 표현을 잘하더라고요. 특히 영화 <파수꾼>에서의 연기가 가장 좋았어요. 어리지만 당차고 준비되어 있는 친구라 좋은 기운을 받았죠. 한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다른 배우의 작품도 이렇게 모니터링을 잘하는 걸 보니 본인에 대한 모니터링도 꼼꼼하게 하겠는데요?
작품을 할 때 인터넷에서 제 연기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곤 해요.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데서 배우에 대한 평가가 활발하게 오가잖아요. 그런 글을 보면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저게 무슨 연예인 얼굴이냐?” 하면서 공격하죠. 많진 않고 한두 개 정도인데도 꽤 속상해요. 가장 상처받았던 말이 “연기도 못하고 주인공 얼굴도 아니다”라는 거였어요. 어떻게 저런 애가 연기를 하느냐는 식이었죠. 반대로 아주 기분 좋은 글도 있었어요. 어느 홍콩 배우랑 비교하면서 “다양한 면을 많이 보여줄 것 같다”라는 말이었는데 아주 기분이 좋더라고요.

조각같이 잘생겼다면 역할이 한정적일 수 있는데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잖아요. 멜로를 하더라도 좀 특이한 캐릭터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브래들리 쿠퍼처럼요.
그 영화를 아직 보진 않았지만 브래들리 쿠퍼는 좋아해요. <리미트리스>도 재미있게 봤고, 특히 <행오버>는 압권이었죠. 그의 웃기는 모습이 좋았다기 보단 그처럼 작품 속에서 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은근 코미디에 욕심이 있거든요. 평소에는 안 웃긴데 대본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말이나 행동이 자꾸 떠올라 괜히 시도해보고 싶어져요.

영화는 드라마와 비교해 배우의 생각이나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잖아요. 앞으로 영화를 하게 되면 겨운 씨의 그런 면을 많이 반영해도 좋겠어요.
<간첩> 때 제가 조금만 더 자유롭게 연기했다면 무척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사투리를 쓰다 보니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최근에 현실적인 느낌의 멜로 영화를 찍을 땐 아주 자유로웠어요. <이쁜 것들이 되어라>라는 독립 영화인데 윤승아 씨와 연기했죠. 여기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주 흥미로워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못했던 아이인데 엄마의 힘으로 서울대까지 간 거예요. 그런데 서울대에 들어가게 된 배경이 웃겨요. 과외 선생님들이 다 섹시했던 거죠. 정작 공부하는 방법은 모르면서 섹시한 과외 선생님에 집착하는 지질한 인물이에요. 그런데 서울대에 들어가고 엄마가 돌아가시죠. 그리고 고시생으로 서른까지 계속 공부만 해요. 이런 캐릭터 현실에 정말 있을 것 같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목에 힘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 대사를 치기도 편했죠. 그런데 이 작품을 하고 나니까 <원더풀 마마> 캐릭터를 잡을 때 좀 힘들더라고요. 목소리 톤이 잘 안 잡혀서 리딩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에 처음부터 몰입해서 연기하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작품 막바지에 완전 몰입해서 끝난 후에도 헤어나오지 못하곤 했어요. 그래서 이젠 처음부터 몰입하려고 노력해요. 그렇다고 캐릭터에 몰입해서 평소 모습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조금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본을 볼 때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하고 성격이 변하진 않았나요?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변한 것 같아요. 원래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점점 할 말도 아닌데 말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연기할 때 나이도 영향이 클 것 같아요. 30대가 되니 20대 연기할 때와 다르던가요?
30대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서른이 되면 뭔가 이루고 좀 더 점잖아지고 남자다워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직은 20대랑 똑같은 거 같아요. 영화나 음악같이 간접적인 경험이 연기할 때 더 도움이 많이 되는 걸 보면요.

배우로서 벌써 9년 차예요. 배우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천직인 거 같아요?
다른 직업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키는 건 잘하니까 샐러리맨이 돼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주도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펼칠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 저에겐 가장 잘 맞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배우가 별다른 직업은 아니에요. 직장인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다 보니 좀 더 배우게 되는 게 많아요. 전 인생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싶거든요.

그러고 보니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작년에 MC와 예능에도 도전했잖아요. MC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섭섭하지 않았나요?
갑자기 주어진 자리였지만 제가 하고 싶어 한 거예요. 근데 처음 하는 것치곤 너무 큰 자리였어요. ‘연기대상’이었다면 좀 더 수월했을 거예요. 그때 받은 부정적인 평가에 상처도 입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격려해주셔서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죠.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 됐겠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나요?
하고 싶은 건 많아요. 라디오 DJ도 하고 싶고. 근데 아직 연기자로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아 지금 하기엔 좀 이른 거 같아요.

 

목소리 때문에 밤 12시에 하는 프로그램의 라디오 DJ가 잘 어울리겠는데요?
제가 잠자기에 좋은 목소리죠. 근데 전 재미있는 게 좋아요. 라디오 DJ 중에 붐 씨가 가장 좋더라고요.


일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건 없나요?
골프를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직 필드에 나가보진 못했어요. 실력의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막상 나가면 못하진 않을 것 같아요. 드라마 작가님께도 골프 치는 장면을 작품에 넣어달라고 말씀드려놨어요.


얘기해보니 의외성이 많은 거 같아요. 자신의 실제 모습과 사람들이 가장 다르게 보는 이미지는 뭐예요?
다른 건 별로 없는데 싫은 건 있죠. 어리숙하다고 생각하는 거? 특히 예능에 나왔을 때 그런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거든요. 거짓말을 못 하는 편이고 가식적인 걸 싫어하니까 자꾸 그렇게 말하게 되더라고요. 춤을 좋아한다는 말이 “그럼 클럽에 많이 가겠네”에서 “클럽 가면 딴짓도 많이 하겠네”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근데 저는 춤추고 음악만 듣고 오는 스타일이거든요. 오히려 누가 다가오면 도망가죠. 사람을 오래 봐야지 하루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사랑에 빠질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지 않나 봐요?
예쁘면 계속 쳐다볼 순 있겠지만 사랑에 빠지는 정도의 깊이 있는 감정은 느끼지 못해요. 연애할 때 로맨틱한 면이 별로 없어요. 대신 선물이나 맛있는 걸 많이 사주는 편이에요. 애교도 없어요. 애교 있는 여자는 좋지만요.


연애든 일이든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거 같아요. 자신의 인생에서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나요?
인간관계가 중요한 거 같아요. 최근에 영화 <신세계>를 보고 제가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잊고 있었는지 깨달았어요. 최근에 연락이 너무 뜸했는데 영화 보고 나서 연락을 많이 했죠. 배우려고 하는 자세도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많은 걸 터득하고 통달해서 시간이 갈수록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CREDIT
    Editor 정화인
    Design 최인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3년 0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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