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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Tue

아직 낯선 이름, 정은채

대한민국 작가주의의 표상이라 일컫는 두 감독, 홍상수와 이재용의 근작 영화 주연 리스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여배우가 있다. 아직 대중에게 낯설 수 있는 이름 석 자, 정은채. 이제 이 이름을 꽤 자주 듣게 될 거란 예감이 든다. 그 누구보다 커다란 ‘가능성’이라는 봉우리를 그 누구보다 화사하게 터뜨린 그녀에겐 이제, 더 활짝 피어 오를 일만 남았으니까.

오늘 입고 온 옷이 정말 예뻐요. 완전 내 스타일인데요?
정말요? 원래 보헤미안 스타일이나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해요. 전공이 텍스타일 디자인이어서 패션에 관심도 많은 편이고요.

취향이 확실한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요. 마냥 예뻐 보이는 여배우는 많지만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을 것 같은 배우는 흔치 않거든요. 그건 만들 수 없는 거니까. 사실 진심으로 ‘취향’이 궁금해지는 배우도 드물거든요.
아무래도 영국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문화나 예술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된 것 같아요. 유난히 유럽 영화나 유럽 음악, 유럽 작가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요. 영국 록 밴드 음악이나 미란다 줄라이의 영화와 글을 정말 좋아해요. 아, 최근에 봤던 <비기너스>도 너무 좋았어요.

패션 잡지 피처 에디터들의 문화 취향과 비슷하네요. 혼자서 영화 보는 것도 즐겨 한다고 들었어요. 사실 나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사연 있는 여자처럼 평일 오후에 혼자 가서 봤어요. 가장 최근에 은채 씨가 혼자 본 영화는 뭔가요?
3주쯤 전에 <아무르>를 봤는데 좋더라고요. 혼자서는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이에요. 그런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예술 영화 상영관은 대개 사람이 적잖아요. 조용하고 북적대지 않아 더 좋아하게 된 것도 있어요.

그런 것도 외국에서의 오랜 삶이 남긴 버릇이겠죠? 영국에서 공부하다 갑자기 한국에 들어와 연기를 해야겠다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나 큰 포부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저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영화를 하고 싶다 생각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계속 공부하다 보니까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엄두는 못 냈죠. 그러던 중에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거예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해외 무대를 꿈꾸기 마련인데, 완전 반대네요? 꼭 한국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였나요?
워낙 어릴 때부터 외국에 나가 있었던 터라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항상 외국인이자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늘 내 나라, 내 집은 어딜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외국에 있으면 애국심이 커진다고요. 다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들어오게 된 거고요.

서울에서의 새로운 삶은 어땠나요?
막연한 꿈을 품고 들어오긴 했지만, 서울은 저에게 낯선 도시였어요.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고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새로운 환경에 덩그러니 혼자 놓였던 셈이니까 그냥 닥치는 대로 부딪쳐 뭐라도 얻어내자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시행착오도 정말 많이 겪었죠.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좋은 영화에 주인공으로 낙점된 줄 알고 되게 뜬금없다 생각하실 수도 있고 몇십 년 동안 무명 기간을 거친 분들에 비하면 정말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걸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그동안 사람들 만나면서 상처도 많이 받고 정말 여러 가지 일을 겪었어요.

 

무작정 한양대 연영과 교수님을 찾아간 적도 있다면서요? 굉장히 용기 있는 아가씨네요.
그 교수님이 현존하는 최고 배우들의 스승이라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얻고자 찾아갔는데, 교수님께서 그때 그러셨어요. 다들 밖으로 나가려고 안달인데 넌 왜 거꾸로 들어와서 그러느냐고요.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당돌한 행동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쪽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보고 찬성이든 반대든 꾸지람이든 그분들을 통해 듣는 다양한 조언이 저한테는 분명 어떤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직접 부딪치고 겪어봐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더 명확하게 설 것 같았거든요.

사실 데뷔 3년 만에 걸출한 두 감독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꿰찼고 운 좋게도 그 두 편이 동시에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돼 참석하게 된 건 굉장한 행운 아닐까요? 그 전에도 완전 신인일 때 일일 드라마 여주인공을 했고, 데뷔작 <초능력자>에서는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대표 남자 배우들을 파트너로도 만나고.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매 작품을 만날 때마다 그렇게 생각해요. 특히 최근의 두 작품은 캐스팅된 순간부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기회는 운명처럼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지만 그 기회가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제때 오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전 정말 엄청나게 운이 좋은 거죠. 항상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처음 정은채라는 배우에 대해 찾아보게 된 건 영화 <초능력자>를 보고 난 후였어요. 절대 미남자들인 고수와 강동원이 시선을 사로잡는 중에도 분명하게 보이더라고요.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신비로운 분위기, 존재감 같은 게 강하다고 해야 하나? 코스모의 누군가는 은채 씨를 “이영애가 지닌 신비한 느낌을 계승하는 유일한 여배우 같다”라고까지 평했어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처럼 예쁘다라는 소리 참 많이 들었을 텐데 사람들이 은채 씨의 외모를 격찬하면 어떤가요?
서울에 와서 일을 시작하기 전 관계자들을 만나 얘길 나누면, 매번 외모에 대한 지적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터치해야 할 곳이 많다라고요. 만약 그대로 다 했다면 지금의 제 모습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하. 사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완벽하지 않은 얼굴이에요. 그걸 나도 알고 있지만 그때 너무 많은 지적질을 받으니까 오히려 반감이 생기더라고요. ‘아니, 내가 어디가 어때서?’ 하는? 하하. 제 기준에서 예쁘다는 건 그분들이 평가하는 것과 확실히 좀 달랐어요. 전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 성격, 살아온 방식, 취향 등이 그대로 외모에 묻어나는 게 예쁘고 매력적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한마디로 내면과 외면이 잘 매치되는 사람요. 색깔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서 한 2년간 섣불리 회사도 못 들어가고 그랬어요. 다 뜯어고쳐진 채로 살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생각했죠. ‘그럼 난 틈새를 공략해야겠다!’라고요. 하하하. 분명 저같이 허점 많은 얼굴도 잘 지켜내면 분명 어울리는 자리가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사람들이 예쁘다고 그러는 게 쑥스럽고 적응이 잘 안 돼요. 하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보면 분명 화장도 안 했고 꾸미지도 않았는데 정말 예뻐 보이거든요. 어쨌든 은채 씨의 그런 선택이 정은채 특유의 신비감을 ‘뜯어고쳐지지 않고’ 잘 유지되게 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유, 감사합니다. <…해원>에서는 정말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전혀 안 하고 꾸미지 않은 상태 그대로 나왔어요. 심지어 조명도 없었고요. 그런데도 예뻐 보이게 나왔다는 건, 거기 나오는 인물들이 다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왜, 흔히들 사랑하면 예뻐진다고 하잖아요? 마치 그런 것처럼, 현장에서 그 사람이 되어 정말 사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생기가 돈다고 할까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와 인물들이 다 그래요.

오, 신선한 해석이네요. 현장에서 그 캐릭터가 되어 살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만약 진짜로 내가 해원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하는 부분은 없었어요?
음, 오히려 해원이 되었을 때 제가 못 해본 것을 맘껏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해원이라는 캐릭터가 실제의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거든요. 스스로는 늘 자유롭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고 또래들과는 이상하게 뭔가 소통이 안 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엄마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호받고 싶은 면도 강하고, 어떤 면에선 정착해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상황이 그렇지 못할 때마다 계속 흔들리면서 자리를 못 잡는 그런 부분이오. 저도 살면서 그런 고민을 계속해왔거든요. 감정에 솔직하고 싶지만 그걸 다 표현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는 경우도 많고요.
홍상수 감독이 일부러 해원이라는 캐릭터에 정은채의 모습을 많이 반영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럼 제가 너무 많이 드러나잖아요”라던 영화 대사처럼 자신의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도 오롯이 드러나는 데에 부담감이 들기도 했을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사실 연기할 때는 부끄럽다는 감정보다는 내가 너무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어서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고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부끄러운 부분도 있더라고요. 얼핏 지나가는 모습에서 나도 몰랐던 진짜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서요.

 

어떤 부분이 그랬을까요?
음, 특히 대사가 그랬어요. 정말로 ‘아니, 감독님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어떻게 아시고 이런 대사를 썼지?’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거든요. 엄마랑 얘기하면서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아”, “옛날 사람들이 더 세련된 것 같아”라고 했던 부분에서는 특히 그랬어요. 전 정말 낡고 허름한 옛날 것을 보면 저런 게 정말 세련된 건데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 생각하면서 내가 시대에 동떨어진 사람인가 싶었거든요.

<…해원>도 그렇고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도 그렇고, 몇 년 전 은근 화제가 됐던 모 음료 광고도 그렇고, 다들 많은 부분을 현장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즉흥적인 연기에 의지하는 작업이었어요. 알고 보니 애드리브 연기의 여왕으로 소문난 건가요?
아니요! 하하하. <…해원> 같은 경우 대사는 대본에 있는 대로 하면서 대사를 주고받을 때의 리액션이나 빈 공간을 배우가 알아서 소화하는 식이었어요. 롱테이크로 계속 촬영하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서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이고 대사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으니까 절로 그 상황에 몰입하고 상대가 얘기하는 것을 정말 열심히 귀담아듣게 될 수밖에 없어요. 어떤 연기를 보여줘야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듣는 게 아니라 마치 지금 저희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상황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진짜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다는 게 홍상수 감독님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뒷담화…>나 음료 광고 같은 경우 대사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전달받았어요. 그걸 인지하고서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그냥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처럼 반응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쉽지 않은 거잖아요. 집중력이 굉장한 것 같아요. 혹시 평소에 자주 멍 때리고 있지 않아요?
엇, 되게 많이 그래요!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 멍 때리기도 잘한대요. 뇌를 쉬게 해줘야 하니까. 믿거나 말거나. 하하.
왠지 자신감이 생기네요! 멍 때릴 때마다 전 내가 너무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예요! 사실 <…해원>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순간에 몰입하는 능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대본이 당일 현장에서 주어지니까 어떻게 연기할지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정말 그 인물이 돼서 몰입하지 않으면 바로 흔들려서 대사를 하나도 못 할 정도거든요. 대사는 길고, 외울 시간도 없을 만큼 너무 촉박하게 촬영이 진행되니 나를 구석에 몰아넣고 몰입할 수밖에 없게끔 하는 어떤 이상한 힘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았어요.

저도 마감하면서 그 신비한 힘 자주 경험했어요. 밤 꼴딱 새워서 A4 40장짜리 원고 쓰기 이런 거요. 인간이 궁지에 몰리면 정말 초능력이 나오나 봐요.
그러고 보니 저도 학교 다니면서 그림 그릴 때 많이 그랬던 것 같네요. 왜 그렇게 팽팽 놀다가 마감 때면 밤샘을 하는 건지…. 어쨌든 뭐가 나오긴 나오거든요. 하하.

코스모인 만큼 사랑에 대한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사랑에 빠졌을 때의 정은채는 어떻게 변하나요? 무방비로 돌진하는 편인지 아니면 이성적으로 제어하는 편인지 궁금해요. 예를 들어 해원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유부남이기라도 하다면요.
사랑에 관해선 뭐가 옳고 그른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늘 감정과 이성을 넘나들기 마련이고, 결국 어떤 게 자기한테 편한가를 두고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자기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사랑 앞에선 결국 모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그 선을 굉장히 잘 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오호, 밀당의 귀재?
남한테 어떻게 한다기보단 제 스스로 조절하려는 거죠. 그렇지만 결국엔 늘 좀 더 감정에 치우치는 사람인 건 확실해요. 사랑을 하게 되면 삶에 생기와 활력이 생기는 것 같고요.

 

사랑에 빠진 모든 여자가 그렇죠.
사랑받고 사랑하는 게 저에겐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연기할 때도 그렇고 일상적으로 살아갈 때도 그렇고. 꼭 남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전 <…해원>을 다 보고 나서 이건 홍상수 감독 버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한 20대 여자들을 홍상수식의 관점과 표현으로 다독거리는 것 같은 느낌? 주연 배우이기 이전에 20대 여자로서 은채 씨도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위안을 느꼈나요?
네. 촬영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거든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애정을 갖고 나를 지켜봐주고 잘해보라고 다독여주는 느낌 있잖아요. 강압적으로 어떻게 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세상에 툭 던져놓고 마냥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주는 거요. 사실 정말 지치고 힘들고 외로울 땐 그런 위로가 필요하잖아요. ‘넌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너가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도전하며 살아라’라고 용기를 주는 듯한 느낌? 촬영한 게 벌써 1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스스로를 또 한 번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때 받은 용기에 힘입어, 지금 힘들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정은채가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음.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많이 찾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남들이 봤을 땐 아주 소소한 것일지라도 그런 것을 찾아 하면서 하루하루를 재미나게 지내다 보면, 마음 안에 뭔가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은채 씨는 주로 어떤 걸 하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낯선 동네를 혼자 천천히 산책하면서 주변을 새롭게 눈여겨보는 거예요. 평소에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도 한 번 더 눈여겨보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아니면 집에서 시원하게 물빨래를 해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활동적인 데 쓰다 보면, 사물이나 사람들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마음 안에 차곡차곡 쌓이면 다 자기의 ‘힘’이 되는 것 같고요.


그런 게 소위 말하는 ‘긍정의 힘’인 걸까요?
맞아요. 그러다 보면 정말 따분할 새도 없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대책 없이 고민만 하진 않게 되니까요. 긍정적인 것 자체가 힘이 될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그 힘이 생겨나는 거라고도 생각해요. 힘이 있어야 무엇을 할 수도 있고 더 힘든 일이 닥쳐도 견뎌낼 수 있는 거니까, 그런 힘을 비축해두기 위해 일부러라도 더 하루하루 그날의 즐거움을 발견해나가는 기분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CREDIT
    Editor 박지현
    Design 최인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3년 0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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