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도 만난 적이 있는데,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 기사를 훑어보니, ‘방부제 미모’란 얘기도 종종 나오더군요. 비결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솔직히 방부제 미모란 말은 좀 부담스러워요. 제가 ‘동안’이란 얘기를 들을 얼굴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어쨌든 그 비결이란 걸 하나 찾아본다면, 아마 관리 덕분일 거예요. 20대 초반부터 올 초까지 10년이 넘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경락이랑 피부 관리를 받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얼굴형도 많이 정돈됐고 피부도 맑아진 것 같아요.
흠, 예상은 했지만 굉장히 솔직한걸요? 다들 ‘특별히 한 것 없이 잠 잘 잔 것 뿐이다’라고 답하지 굳이 피부 관리를 받았다는 얘기까지는….
하하. 근데 틀린 얘긴 아니에요. 잠이 아주 중요하긴 하니까. 저도 이렇게 촬영이 있으면 전날 밤에 일부러 일찍 잠자리에 드는 등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는 편이니까. 아, 물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에 1.5L 넘게 마시려고 물 서너 병 사다놓고 체크하면서 마셔요. 비타민도 꼬박꼬박 먹고요.
앗, 은근히 신경 써서 관리하는 타입이었군요!
음, 솔직히 도자기 피부라 불릴 만큼 피부가 좋은 건 아니잖아요. 이 정도 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건강과 피부 둘 다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신경 쓴 거죠.
그래서 스스로 지금의 얼굴에 만족은 하고요?
튀지 않고 심심한 게, 전 맘에 들어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거, 본인도 알고 있나요?
하하, 알고 있죠! 데뷔 때부터 스튜어디스 이미지가 강했으니까. 대부분의 연예인처럼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부담스럽지도 않고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좀 달라지더라고요. 다들 제가 말도 별로 없고 되게 여성스러울 거라고만 상상하는데, 실제론 보시다시피 수다스럽기도 하고 또 털털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보니까 ‘깬다’고 하는 팬이 많았어요.
함께 일하는 스태프마다 보영 씨 성격 너무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던데.
그렇게 칭찬해준 스태프들 모두 여자였죠? 사실 제가 여자들이랑 훨씬 더 잘 지내거든요.
팬들이 실제로 보영 씨를 보고 너무 놀라지 않도록, 화면 속 보영 씨만 보는 팬들은 알기 어려운 실제 성격에 대해 좀 얘기해주세요. 스스로 생각할 때 자기 성격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을 말하는 걸로 시작해보죠!
제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 바로 음흉한 사람이에요. 앞과 뒤가 다른 사람 말이에요. 제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굉장히 솔직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싫어하는 사람과 있으면 티가 팍팍 나는 타입이거든요. 사회생활에선 굉장히 좋지 않은 습관인 것 같기는 해요. 원래 내 세계도 좁았는데 점점 더 좁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하는데 크게 변화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2012년을 보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아무래도 주연을 한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이 될까요?
글쎄요, 물론 그것도 기쁜 일이었지만 하나 꼽으라면 올해부터 갑자기 현장에서 존중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걸 꼽을 것 같네요. 사실 데뷔 초기엔 다들 “보영아, 보영아!” 이름 부르면서 무조건 반말로 하는 현장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심지어 오늘 처음 봤고 내가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닌데 사람들이 왜 모두 나에게 반말을 하지?’란 생각을 내내 했죠. 그런데 특별한 계기도 없이 <적도의 남자> 촬영 때부터 현장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를 제 나이에 맞는 어른 대접 해주고 연기자로서 존중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되게 행복했어요.
이해는 가는데, 글쎄… 보영 씨가 너무 까칠한 성격인 건 아니고요?
헉. 저 그렇게 얘기하니까 까칠해 보여요? 그건 아닌데. 친해진 이후에 말을 놓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처음부터 무조건 반말을 하는 건 반갑지 않다는 말이었어요. 그렇다고 예전엔 아예 존중을 못 받았단 건 아니고, 제가 의견을 말하면 애들이 하는 투정을 받아주는 식이란 느낌이 강했거든요. 사실, 일하는 곳에서 나에게 반말하는 사람이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길 기대하는 건 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올해는 현장에서도 다 저에게 존칭을 써줬고, 그러다 보니 현장이 더 좋아지고 일이 더 재미있어진 거죠.
그렇다면 반대로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일은 뭔가요?
시간이 미친 듯이 빨리 가고 있단 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돌아서 보면 정말 ‘훅’ 하고 지나간 것 같단 말이죠. 드라마 <내 딸 서영이>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부째 찍고 있더라고요. 뭔가 참 아쉬워요.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니 굉장히 엄격한 가정 교육을 받으며 자랐더군요! 그래도 사춘기를 거쳐 지금까지 오면서 한 번 정도는 일탈한 적이 있지 않을까요?
음… 적당히 엄격한 집안이면 딴생각도 했겠지만 저희 집처럼 정말 많이 엄격한 집에서 자라면 일탈이란 걸 감히 생각도 못 한답니다. 살던 아파트에서도 소문날 정도로 엄마가 엄격하셨거든요. 지금도 엄마가 전화해서 “일찍 와!”라고 말씀하시면 회식하다가도 그냥 들어가요.
그런데 왠지 보영 씨도 꽤 엄한 엄마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단 말이죠!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이 너무 엄격하신 것이 저를 조금 수동적으로 만든 것 같긴 해요. 스무 살이 훌쩍 넘도록 너무 순진했던 이유인 것도 같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자식이 부모님을 어려워하는 건 필요하다고 봐요.
<내 딸 서영이>의 시청률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