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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Thu

김구라 옆 대나무 숲

김구라가 돌아왔다. 6개월의 공백기를 접고 다시 대중 앞에 선 그에게서 더 이상 독설을 듣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대나무 숲’ 계정의 트위터에서처럼 그는 기다렸다는 듯 각종 이슈에 대한 진심 어린 독설을 잔뜩 털어놓았다.

 

 

방송을 쉬는 동안 나도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지금까지 살면서 생긴 인간관계에 대해 돌아보기도 했고. 사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서로 발전한다는 전제하에 유지가 되는 거지 한쪽이 퇴보하는데 유지되는 경우는 없어. 과하게 얘기하면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지. 부모가 늙고 힘없어지면 자식도 멀어지려고 하잖아. 사회에서 맺은 인간관계도 자기가 발전하는 단계에 따라 변하는 거야. 나는 지금 별 볼 일 없는데 친구는 잘나가고 있다면 과연 인간관계가 유지될까? 만약 그런 상황에서도 관계가 유지된다면 내가 지금 잘 안 되고 있더라도 일시적으로 힘들 뿐 헤쳐나갈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친구가 용기를 주는 거겠지. 하지만 일단 사람이 자신이 없으면 주변 사람들하고 스스로 연락을 끊게 돼 있어. 예전처럼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만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관계를 끊는 거지. 인간관계는 누구한테도 부담을 줘서는 안 돼. 한쪽이 잘돼서 계속 살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내가 사는 걸 그 사람이 기분 좋게 받아먹을 수 있는 정도는 돼야 서로 밸런스가 맞는 거지. 내가 샀는데 상대방이 받아먹을 능력이 안 된다면 인간관계가 어떻게 유지되겠어?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자기 자신부터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해.

 

지금 청년 실업이 굉장하다고 말하잖아. 아마 막상 취업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거야. 도대체 난 준비를 다 했는데 왜 기회가 오지 않느냐고. 사실 나도 예전에 개그맨 시험에 붙고 나서 이젠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준비가 안 된 거였거든.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지금보다 옷도 더 나이 들어 보이게 입고 다녔고, 항상 인상을 쓰고 다니면서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그게 무슨 준비된 모습이겠어. 동기였지만 한 살 많았던 홍록기라는 친구는 항상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고 무조건 자기가 먼저 나서서 했어. 그러니까 정말 잘됐지. 사실 그런 게 신인에게 먹히는 덕목이거든. 나는 나 혼자 마음속으로 준비됐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던 거지. 객관적으로 준비가 되면 그건 언젠가 밖으로 드러나게 돼 있어. 단, 기회라는 게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고 사람에 따라 오는 시기가 다를 수도 있지. 나 역시 그런 식으로 기회를 잡은 사람 중에 하나였고. 예전부터 말로 하는 건 자신이 있었거든. 어떤 형식이나 규제가 없이 떠들 기회가 오니까 작은 인터넷 방송이 퍼지고 퍼져서 오늘날 나의 단초가 된 거잖아. 꾸준히 준비를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올 거야. 그런데 또 하나, 꿈을 향해서 노력하는 건 좋은데,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거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잘한다”, “이게 너한테 맞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한다면 그게 맞는 거야. 단지 시기적으로 아직 기회가 안 왔을 수도 있고 준비가 좀 덜 됐을 수도 있지.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말리면서 아니라고 한다면 자기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해. 다만 자신이 그 분야에 능력이 있고 적성에 맞는다는 전제하에 준비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오기 마련이야.

요즘 ‘남성연대’라는 단체가 이슈가 되고 있잖아. 성 평등이 아닌 인간 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남자들. 병역 특례 부활 얘기는 물론이고 직장 여성들의 생리 특혜까지 비판하고 나섰더라고. 그런데 사실 남성연대의 말이 전부 옳다는 건 아닌데, 일면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어. 예를 들면 이런 게 있거든. 골프장에서 남녀가 골프를 치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힘이 없고 잘 못 친다고 해서 ‘레이디 티’라는 특혜를 줘. 남자보다 조금 더 앞에서 칠 수 있게 해주는 거지. 이 ‘레이디 티‘의 거리가 보통 20~30m 정도가 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가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레이디 티를 이만큼이나 빼놓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일종의 역차별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다는 거지. 여자라고 과도하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아마 남성연대가 그런 부분에 대한 남자로서의 불만을 좀 극단적으로 표출한 것 같아. 물론 그것을 반대하는 쪽도 찬성하는 쪽도 자신들의 입장만 극단적으로 내세우다 보니 공감을 못 얻고, 극단적인 주장만 계속 펼칠 뿐인 것 같아. 병역 특례 같은 경우도 그래. 사실 공부만으로는 남자들이 여자한테 안 되잖아. 남자는 군대도 다녀오고, 전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공부를 더 잘할 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 워낙 취업이 힘드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지.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 근데 뭐, 사실 나한테는 크게 해당 사항이 없어서. 하하.

 

직장 생활이 정말로 힘들고 죽을 것 같으면 사실상 그만두는 게 맞거든. 근데 그런 와중에도 회사를 계속 다닌단 말이지. 그건 불평하는 시간만큼 즐겁고 성취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다니는 거야. 예전에 나도 프로그램을 7~8개 하면서 힘들다고 투덜댔지만 사실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행복했던 거거든. 근데 불평하는 순간에는 그런 부분을 모두 잊어버리지. 의식은 있는데 잠깐 그 행복을 잊고 지내는 거야. 아마 나처럼 공백기를 가진다면 그 소중함을 알게 되겠지. 휴가라든지 어떤 계기로 잠깐 떠나 있게 되면 아마 마음이 달라질 수 있어. 

 

“모태 솔로라 걱정이다”, “결혼 적령기인데 솔로라서 걱정이다”라고 하는데, 난 사실 이해가 안 가. 난 예전부터 그런 거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거든. 없으면 없는 대로 주변 친구들과 지내면 되는 거지, 굳이 어떤 시점에 맞춰 누굴 만나야겠다, 이럴 필요가 뭐 있나? 그렇게 억지로 만나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거잖아. 이를테면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 싫어 별 볼 일 없는 영화를 보고 가로수길을 걷고.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만나봤자 다음 날 허무함만 느낄 뿐이지. 안 그래?

 

지금 사실은 예능이 정체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무한도전>과 ‘1박 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에 선도적인 프로그램이 없잖아. 특별히 변화된 형식도 없고. 물론 보다 보면 재미가 있고 약간은 독창성도 있지만 다들 비슷한 자막과 CG를 쓰고, 비슷한 연예인들이 나오고, 비슷한 방송을 하지. 그런데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는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는 프로그램이더라고. <힐링캠프>가 그 대표적인 예지. 그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도 이유가 있어. 일단 연예인이 나와서 편안하게 자기 얘기를 하고, MC들은 그

CREDIT
    Editor 김혜미
    Design 이지현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2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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