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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6 Wed

Hyori, Eco Power

이효리와 화보를 찍는 것은 쉽다. 그녀 자체가 너무 포토제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에코를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패셔니스타가 공익에 관한 메시지를 전할 땐 진심을 의심받기 쉽고, 그러면 직접 유기견 루카와 순심이를 데리러 안성까지 다녀온 이효리에게 내가 너무 미안해지니까. 이런 에디터의 고민에 대해 이효리는 “그렇지만…”이라고 말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아무리 둘러봐도 매니저 없이 그녀 혼자다.)
걸어서요. 집이 이 근처예요. 차도 팔아서 없고요. 요즘은 이 사람 저 사람, 남의 차 좀 얻어 타고 자전거를 타거나 많이 걸어요.

이효린데?
뭐 어때요. 물론 무서워서 택시도 혼자 못 타던 시절도 있긴 했지만요.

택시가 무서웠다고요?
한 6개월 전 쯤인가, 내 마음 상태에 대해 전문적으로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일종의 정신 분석 같은 검사였는데 결과를 받아보니 너무 어릴 때부터 연예인 생활을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마트는 가느지 물어보시더군요. 고개를 저었더니 지금 저에게는 이런 게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충고해주셨어요. 그 당시 제 심리 상태가 ‘금은 너무 많은데 정작 먹을 쌀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들과 좀 더 부대껴보면 도울이 될 거라고.

그래서 차를 팔았어요?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혼자 타기엔 좀 큰 차였거든요. 대신 작은 하이브리드 차를 사려고 했는데 아직 딱 좋은 것을 찾지 못했어요. 경제적으로는 보험료도 안 나가고 기름 값도 안 들어 좋아요.

오~ 경제 연예인!
하하. ‘불 꺼라’, ‘버리지 말고 고쳐 써라’, ‘물 아까운 줄 알아라’ 등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절약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하게 교육을 시키셔서 그게 몸에 배어 있어요. 그때는 자연이고 에코고 그런 거 전혀 모르고 집이 어려우니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모두 에코 라이프와 연결되어 있었더라고요. 이젠 돈을 떠나서 사람과 자연 모두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사실 저도 최근에서야 ‘아껴야 잘살죠’가 단순히 가정경제만 살리는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인터뷰하려고 에코 책을 피가 초록색이 될 때까지 읽었거든요. 알고 나니 내 차, 핸드폰, 소지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죄책감이 들던걸요.
혹시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 보셨어요? 거기 보면 산업화된 자본주의에 맞서 모든 걸 자급자족하고 아끼면서 지구에 최대한 자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와요. ‘아 이런 삶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감동했어요. 그리고 영화 <아바타>를 보고도 느낀 바가 컸고요. 오래된 나무가 쓰러지고 어머니 같은 자연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익사했다는 얘긴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니잖아요.

편집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설전이 벌어졌었어요.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고민을 하면 할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거예요.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쓴다고 무조건 에코가 아니라는 머리 아픈 상황이 전개되더라고요. 세제로 컵을 씻어 물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가 될 텐데 혹시 재활용이라도 가능한 종이컵이 나은 건 아닌지, 뭘 선택해야 하는 건지…. 결론은 뭐였냐 하면요,
덜 쓰기!

정답!
일 년 전쯤 친구들과 3박 4일 동안 지리산을 종주했을 때 느꼈는데 사람이 사는 데 그다지 많은 물품이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쓰레기도 못 버리고 비누도 한 번 못 썼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하산하면서 생각했죠. 산 위와 밑이 뭐가 그리 다를까. 내려가서도 이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물론 산 위에서랑 똑같이는 못 하죠. 하지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조금이라도 덜 쓰는 방향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게는 됐어요. 예를 들어 저는 냄비랑 같이 목욕해요. 원래 목욕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욕조가 큰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엄청난 물 낭비였던 거예요. 그래서 무거운 냄비들을 넣기 시작했어요.

변기에 벽돌 넣어 물을 아끼듯이?
네, 그거예요! 물론 저도 제가 완벽하게 에코 라이프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면서 조금씩 내가 지구에 주고 있는 영향을 줄여가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너무 바쁠 때는 하루에 5분도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걷기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명상에 준하는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됐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래서 회사 다니는 친구들한테도 걸어서 출퇴근해보라고 했더니 걷기에 정장은 어울리지 않는대요. 하지만 원피스에 스니커즈를 매치한 에코 패션도 충분히 스타일리시한걸요? 보조 가방에 운동화나 고무 밑창으로 된 플랫 슈즈를 넣어 다녀보세요. 걸으면 심장마비 발생률도 37%나 낮아지고 유방암 발생도 20%나 줄일 수 있으며, 노화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니까 말이죠.”
우리 효리가 달라졌어요!
하하. 차를 팔고 나니 여행도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가게 되고, 무엇보다 정말 많이 걷게 됐어요. 걷다 보니 보이는 게 많아졌고 보는 게 많아지니 자연히 생각도 많아지더라고요. 관심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하자 세상이 좀 달라지던데요. 왜 <아바타>에도 나오잖아요. ‘I see you’라고. 너를 보고 있다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본다’는 건 많은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기사에 났던 고양이도 이렇게 보게 된 건가요? 너무 예쁘던데.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많았어요. 사람들은 유기견이나 유기 고양이에 대해 편견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아이들은 운이 나빴을 뿐 직접 만나보면 다들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러니 만약 동물을 키울 생각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생명을 배달시키지 말고 유기된 생명을 입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넷 거래가 그렇게 나쁜 건가요?
사실 저도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인터넷으로 고양이를 산 적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매우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동물을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것 자체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를 조장하고, 쉽게 얻은 생명은 그만큼 함부로 대하기도 쉬운 것 같아요. 동물 보호 시민 단체인 카라(KARA) 회장이시기도 한 임순례 감독님과 이런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해요. 봉사도 함께 가고요.

아, 첫 번째 미팅 때도 감독님이 함께 계시던 걸 봤어요.
조수미 씨도 카라 멤버세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나 개인의 생각을 어떻게 공론화시킬지 의논하곤 하거든요. 기자님, 애완견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공장제로 생산되고 있는지 알고 계세요? 수백 마리의 개를 좁은 철창 안에 넣어두고 새끼만 낳게 하다가 더 이상 출산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아파지면 개 농장에 팔아넘기기도 한대요. 참 잔인하죠.

주인이 어떻게, 누가 키울지 계획도 없이 분양을 한 다음 너무 쉽게 ‘누구 키울 사람?’이라며 주변에 나눠주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생각 없이 넘겨받아서 상황이 어려워지면 남에게 줘버리려고 하는 사람들 많이 봤거든요.
그렇게 해서 결국 버려지는 유기견이 수만 마리래요. 반려동물은 사서 쓰다가 오래 되면 버리는 장난감이 아닌데 말이죠.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들은 아무 조건 없이 맹목적인 사랑을 주고 책임감을 가르쳐주며 위로를 체온으로 전하는, 가족이에요. 그 깨끗한 사랑을 느끼면 마음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제가 디스플레이된 상품 사듯 애완견을 쇼핑하기보다 생명을 구하는 마음으로 유기견을 입양하기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쥐끈끈이에서 구조된 새끼 고양이는 잘 살고 있어요?
CREDIT
    Editor 백지수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1년 0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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