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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Wed

데이트의 마지막 단계, 섹스

지금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 좋은 그녀를 낚아채 사내 커플이 돼보자는 야망에 부풀어 있든, 내일 있을 소개팅에 설레거나, 나도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술자리마다 흑기사를 자처하고 있든, 모두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는 구호는 하나다. ‘침대를 지배하는 게 진짜 남자!’ 만남에서부터 정복감에 부르르 떨 때까지, 당신에게 필요한 상식을 점검해보자.

여자들이 말하지 않은 그것, 예스와 노 사이
몇 년 전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가 출간되었을 때 여자들은 충격받았다. 관심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는 이 지극히 당연한 논리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사회적 관계와 평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그녀들은 좋은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해야 한다고 믿는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의 불길에 타 죽기 직전인 상황에서라도, 자존심 때문에 혹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남자 친구를 벌주기 위해 며칠이고 한 달이고 연락을 안 할 수 있다. 한편 남자들은 단순한 친절과 호감을 자주 혼동하는데, 상대에게 호감이 있을 경우 헛갈릴 가능성은 급상승한다. 여자들은 친절과 호감을 구분하는 능력이 남자보다 조금 더 뛰어난데, 언어 및 비언어적인 표현을 이해하는 능력, 즉 ‘촉’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비언어적 표현과 이해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여자 친구끼리는 안구의 움직임만으로 서로의 느낌이나 기분을 교환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혼란스럽다. 도대체 그녀는 뭘 생각하고, 뭘 말하고 싶은 걸까?

키스해놓고 섹스를 거부한다면?
얼마 전 출간된, 여성 심리학자가 쓴 <키스의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대규모 설문 조사 결과 남자에게 키스는 다음 진도(!)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 여자에게 키스는 친밀함의 표현이란다. 설문 조사만 안 해봤을 뿐 손을 잡고, 어깨에 팔을 두르고, 팔짱을 끼고, 허리에 손을 두르고, 뺨에 뽀뽀하는 가벼운 스킨십에 여자는 마찬가지 태도를 취한다. 팔짱은 팔짱이고, 섹스는 섹스다. 자꾸 안기거나 손을 잡는 등 스킨십을 자주 한다고 해서 섹스를 암시하는 거라 오해하지 말라. 스킨십도 하나의 표현 능력으로, 사랑의 감정보다는 어릴 적 가풍과 유관하다. 엄격한 가풍에서 자랐다면, 당신과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은 마음과 달리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게 여전히 어색할 수 있다. 반대로, 당신을 그냥 남자 인간쯤으로 여길지언정 친분을 표현하기 위해 팔에 매달리거나 팔짱을 끼며 살랑거릴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스킨십에 능숙한 여성들이 섹스에 능동적이라는 것.

느닷없이 적극적이다
여성의 성욕은 생물학적 사이클이 크게 좌우한다. 여자들은 생리 시작을 전후로 강한 성욕을 느끼게 된다. 호르몬 작용 때문이다. 가장 성욕이 높은 날은 배란기, 즉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배란 1~2일 전부터 성욕이 급상승하다가 배란기가 끝나면 가파르게 감퇴한다. 배란기가 여성에게 주는 효과는 놀랄 만한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성애남과 동성애남을 외모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초능력까지 갖게 된다. 침대에서 적극적인 그녀를 보기 위해 위험천만한 배란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칭찬 또한 여자의 마음은 물론 행동을 움직이는 마스터키다. 여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뚱뚱하게 여긴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자신감이 부족한 그녀들에게 외모에 관한 칭찬을 많이 해줘라. “이게 피부야, 실크야?”라든가, “가슴이 찹쌀떡 같다”라든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하는 말을 해주면 그녀의 허리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자기 손으로는 옷을 절대 안 벗는다
첫날 스타트를 끊으려는데 옷을 입은 채 침대맡에 앉아 있다면, 이게 무슨 행패냐 싶을 거다. 그런데 사귄 지 5년이 지나도, 아니 결혼을 해도 절대 자기 손으로 옷을 안 벗는 여성이 비일비재하다.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먼저 시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국 여성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한데, 한국 여자들이 섹스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 가운데는 만난 첫날 섹스하지 않기, 먼저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 옷을 먼저 벗지 않기 등등이 있다. 수동적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랄까. 영화에서처럼 끓어오르는 욕정으로 각자 옷을 훌훌 벗어젖히는 에로틱한 장면은 좀처럼 연출되지 않는다. 다만 속옷을 벗기려 할 때 용이하도록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는 협조가 기대할 수 있는 전부다. 이런 여성들에게는 “내 옷을 먼저 벗겨줄 테야?”라고 요청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당신의 페니스에 별명을 붙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섹스를 하고 싶다는 신호다. 앞서 말했듯 상당수의 여성이 먼저 섹스하자고 말하는 데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쉬운 여자로 보일까 봐. 아마도 경험 많은 언니들로부터 조언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별명을 붙여봐. 그리고 땡길 때 이렇게 불러보는 거지. 오늘 똘똘이가 보고 싶다라든가, 닥터 오는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는 거야.’ 아동 같은 발상이긴 하지만, 장단을 맞춰 당신도 그녀에게 멋진 별명을 붙여주자. 섹스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보는 것도 괜찮다. 오늘 탁구 칠까? 발레해볼까? 침대에서? 실제 이 방법은 성 전문 상담의들이 권장하기도 한다. 불감증 환자들에게 섹스에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참고로 닥터 오는 닥터 오르가슴의 줄임말이다.

다른 체위를 시도하려고 할 때 비협조적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정말 당신이 뭘 시도하려는 건지 감이 안 오거나, 먼저 리드하여 보여줄 경우 과거를 의심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러운 것이다. 남자라면 사귈 만큼 사귀어본 누군가는 작업 비법으로 순진녀로 롤플레잉하기를 꼽은 바 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순진녀를 선호하는 한국 남자들의 오래된 욕망에서 발현된 것이니 그녀에게 돌을 던져봤자 소용없다. 돌은 당신이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초급자들 가운데는 고통이 느껴져도 ‘원래 그런갑다’ 하고 꾹 참지만 당신의 무리한 시도에 부지불식간 두려움을 느낀다. 체위를 바꿀 때마다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자. 단, “괜찮아?”와 같은 그녀 중심의 질문이여야 한다. 언어와 문맥에 예민한 그녀들은 “나 잘하고 있는 거야?”, “좋아?”라는 당신 중심의 질문에 솔직한 답 대신, “응, 최고!”라든가 “그런 거 같아”로 대충 얼버무리게 된다. 한편 당신이 원하는 체위가 블로잡이라면 다른 원인도 있다. 남성들의 블로잡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잘 알고 있기에, 블로잡을 미끼로 거래를 원하는 경우 말이다. 싫든 좋든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자진해서 거래 조건을 말해줄 테니. “자기야, 나 갖고 싶은 핸드백이 있는데…”라고 말이다.

여성 상위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기대감이 극대화되는 그 순간, 과장된 괴성을 듣고 싶은 당신 앞에서 갑자기 눈을 감아버린다면 실망과 함께 의심마저 들기도 한다. 여성들에게 여성 상위는 부담스러운 체위다. 당신 성화에 못 이겨 올라타긴 했지만 자신의 똥배가 만천하에 드러날 뿐 아니라, 당신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코믹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온전히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니. 순발력 있게 눈을 감은 채 쾌락에 몰입한 듯 애드리브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안 될 구제 불능도 있다. 나이가 어리거나 순진한 그녀들은 실은 당신의 페니스를 보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힘줄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데다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비주얼은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바바리맨에 대한 트라우마라도 있다면 그녀에게 공포물이 따로 없다. 당신의 자랑스러운 그것이 혐오 대상이라니? 믿을 수 없겠지. 그러나 여성용 자위 기구인 바이브레이터가 키티 등 귀여운 캐릭터 형태로 출시되는 건 주목할 만한 현실이다. 물론 휴대성을 높인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직 설익은 그녀들과 꼭 여성 상위를 해야겠다면, 당신이 반쯤 앉아서 얼굴을 근접시키는 게 좋은 대안이다. 그녀의 몸과 당신의 얼굴이 알맞은 시야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했으면서도 모텔에 가기 싫어한다
당신과의 섹스가 싫은 게 아니라, 모텔이 싫다는 건 진심이다. 5성급 호텔에 가자는 게 아니다. 전에 누가 누웠는지는 몰라도 뭘 했는지 뻔히 아는 침대와 시트에 벌렁 눕고 싶지 않다. 이끼 긴 욕조에 몸을 담그는 찝찝함이랄까. 침대 옆에 놓인 크리넥스 휴지곽, 거기 붙은 갖가지 선전 문구와 전화번호를 보면 싸구려 작부처럼 구질구질한 기분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흥분될지 몰라도 옆방에서 들리는 작위적인 괴성은 비위를 상하게 한다. 모텔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는 건 당신과 한 단계 깊어진 관계를 맺고 싶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모텔이든 호텔이든 방은 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알 파치노가 첫 데이트 때 그녀를 포르노 극장에 데려갔다가 빰 맞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같은 영화니까 포르노랑 로맨틱 코미디랑 같다고 우길 수 있니?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co.kr

CREDIT
    Editor 박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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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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