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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1 Thu

벚꽃 휘날리는 4월에 교토에 간다면

한때는 가장 번창한 수도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도쿄에 넘겨준 도시, 교토는 그저 고전적인 정서를 품고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전통을 지켜온 곳으로서의 자부심과 세련된 모던함이 절묘하게 조화된 교토의 매력은 그저 고전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교토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건축학적으로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는 기요미즈데라와, 일본의 감성이 담뿍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일본풍의 소품과 화과자, 그리고 컬러풀한 기모노 정도였다. 그럼 실제로 가본 교토는 어땠을까. 절반은 상상과 거의 일치했고 나머지 절반은 뜻밖의 모습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다음 골목으로 들어서면 너무도 모던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두 얼굴의 교토. 아직 벚꽃이 만발하기 전인 추운 2월의 여행이었다는 점만 빼고는 완벽했던 2박 3일간의 교토 여행길을 코스모 걸들과 함께 나누려 한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부디 벚꽃이 휘날리는 4월에 교토 여행길에 오르길 바라며.

 

 

역사적인 장소에서 고전을 느껴보자

교토를 찾는 여행자들이 절대로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곳이 아닐까. 기요미즈데라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유명 문화재이자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사원이다. 헤이안 시대 초기에 지어졌고 1633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령으로 재건되었다는 이 절은 절 전체에 걸쳐 못이 하나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내 눈길을 더욱 끌었던 건 웅대한 광경이나 건축학적 의미보다도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발견한 아기자기한 면모였다. 두 연인이 걸어 들어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사원 내의 계단, 산을 타고 흘러 내려오는 세 줄기 약수가 각각 건강, 사랑, 출세를 상징하며 그중 두 개를 골라 마시면 다 이루어지지만 세 줄기 물을 다 받아 마시면 벌을 받는다는 전설이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웅장한 사원을 벗어나니 골목 어귀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잡화점과 전통 과자 상점이 자꾸만 내 발목을 붙들었다. 붙잡히는 대로 들어가 구경하다간 하루 온종일 기요미즈데라 어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다.


장인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법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문화적 아이템을 후대에서 재해석?재창조해내는 과정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토다. 첫날 들렀던 염색 공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오쿠다 유사이의 작업실이었다. 고즈넉한 강변 어귀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특별하게도 태양광을 받으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변하는 특수한 염료를 사용해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의상과 미술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벽에 거는 태피스트리나 액자, 스카프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니 참고할 것. 오쿠다 유사이의 염색 공방에서 작가와 함께 염색 과정을 체험하고 싶다면 예약은 필수다(문의 090-9043-9694, yusai@kyoto.zaq.ne.jp). 또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건 바로 일본의 당지 공예다. 한지와 비슷한 느낌의 고급 종이에 전통적인 문양을 판화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바로 당지 공예다. 에도 시대, 즉 400여 년 전에 사용했던 목판을 지금도 사용해 전통 공예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당시 선교사 옷의 문양과 켈트족이 전해준 문양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감상하고 또 구입할 수 있다. 수백 년 전의 문양이 모던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 특별하다(문의 www.karacho.co.jp).

 

 

유서 깊은 맛집과 모던한 맛집들, 빠짐 없이 즐겨보자

어떤 여행지든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교토는 오래된 정취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기에 고즈넉한 이자카야나 옛 요릿집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니 일단 먼저 들러볼 곳은 게이샤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하타나카(www.thehatanaka.co.jp)다. ‘기묘한 아름다움’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본의 독특한 게이샤 문화를 압축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인데, 게이샤의 멋진 공연과 함께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고, 식사 후에는 게이샤들과 함께 술 먹기 게임을 즐기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 해외 관광객은 물론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관광 코스로 명성이 높다. 모던한 교토를 만나고 싶다면 꼭 들러볼 레스토랑으로는 ‘오쿠무라’(문의 http//:restaurant-okumura.com)와 ‘하나나’(문의 075-862-8771)를 꼽을 수 있다. 먼저 기온 오쿠무라는 교토 스타일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눈과 입이 동시에 호사를 누리는 곳이다. 생선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프렌치 스타일 요리의 향연을 맛볼 수 있는데, 특히 무를 갈아 만든 스페셜 수프와 이곳의 생선 스테이크는 꼭 한번 맛보아야 할 미식의 절정이다. 하나나는 오차즈케 전문점이다. 진한 참깨 소스에 담근 도미회를 밥과 함께 먹다가 녹차를 부어 따뜻한 오차즈케로 만들어 먹는 것이 이곳 요리를 즐기는 방법.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딱인 이 오차즈케는 그야말로 밥도둑. 하마터면 세 그릇쯤 비울 뻔했지만 옆자리의 날씬한 일본 여성들을 보고선 급반성 모드로 숟가락을 놓았다.


고즈넉함과 트렌디함을 한 번에 즐기는 카페

언젠가부터 여행을 떠나면 관광지에 발도장을 찍는 데 집중하기보단 현지 거주인처럼 유유자적 그곳의 정서를 즐기는 것에 좀 더 의미를 두게 됐다. 그래서 결국 찾게 되는 건 예쁘고 감각 있는 카페. 교토에 들렀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아름다운 카페 두 곳을 꼽으라면 바로 ‘젠카시온’(문의 www.zen-kashoin.com)과 ‘후쿠주엔’(문의 www.fukujuen-kyotohonten.com)이다. 젠카시온은 우아한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며 차와 다양한 화과자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전통 화과자를 모던한 느낌으로 변형시켜 판매하는데 모양이 아주 예뻐서 먹기가 망설여질 정도. 정원 건너편에는 갤러리를 마련해두고 매달 다른 전시를 열어 더욱 매력적이다. 후쿠주엔은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가면 반색할 만한 곳. 총 10개 층의 거대한 단독 빌딩이 층마다 다른 콘셉트로 이루어진 곳으로 일본의 전통차와 관련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잎차를 블렌딩하거나 다도 체험을 하고, 말차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와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CREDIT
    기획 / 곽정은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2년 0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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