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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9 Mon

성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이제는 결코 ‘남의 일’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밤 10시 50분경 퇴근 후 귀가 중이던 28살 A 씨는 주택가 전봇대 뒤에 숨어 있던 50대 남성에게 끌려가 집 안에 감금됐다. 그리고 수차례의 반항 끝에 성폭행을 당한 뒤 둔기 등에 맞아 살해됐으며, 10시간 후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지난 4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수원 성폭행 살인 사건의 전말이다. 어떤 범죄 수사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잔인한 이 사건은 또다시 여성들로 하여금 성폭행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한 연예기획사 대표 구속’, ‘동거녀 딸을 3년간 성폭행한 의붓 아버지… 충격’, ‘여자 친구 납치 후 성폭행한 20대 남자 검거’…. 그야말로 릴레이하듯 매일같이 각양각색의 성폭행 사건이 줄지어 보도되고 있다. 대검찰청이 내놓은 ‘2011 범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2~ 3건, 하루 평균 54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 여성의 신고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여성가족부의 발표를 반영하면 시간당 20~30건, 하루 평균 540건의 성폭력이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치마만 안 입으면 된다고?
그렇다면 이 사회에 이미 만연한 성폭행에 대해 도대체 여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성폭행 사건으로부터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취업 포털 커리어가 2030 여성 4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2.7%가 ‘성폭행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대처법(복수 응답)으로 ‘늦은 밤에는 항상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귀가한다’(62.3%), ‘퇴근 직후 무조건 집으로 간다’(58.5%),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귀가한다’(42.5%), ‘미니스커트보다 바지를 주로 입는다’(18.9%)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효력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회의적이었다. “성폭력 범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죠. 폭력을 수반해 성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이 그것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어요. 여성들이 후미진 길을 피하고, 문을 잘 잠그고, 술을 마시지 않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할지라도 계획적으로 접근해오는 범죄자에게 대항하기란 역부족일 수 있죠.” 마포경찰서 박주진 형사과장의 진단이다. 항간에는 ‘짧은 미니스커트나 자극적인 옷차림이 범죄자를 더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그에 대해서도 박주진 형사과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오히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보다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은 여성이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은 도도하고 기가 센 여자로 생각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보수적이고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여성은 약하고 순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더 많아요. 가해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제압할 수 있을 만한 대상인지가 관건이죠”라며 “성범죄자마다 취향이 달라요. 야동 등 음란물을 통해 자기만의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는 대상을 향해서 그런 폭력성을 분출하는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즉 한밤중에 전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기다리며 성폭행을 이미 계획한 범죄자를 사전에 피할 대책이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아는 사이’인 그의 폭력에 대처하는 법
수원 성폭행 살인 사건과 같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뿐 아니라 원래 아는 사이인 누군가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의 85.1%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에 관심이 있는 선배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하지만 저에게 별다른 호감은 없어 보여서 포기하려고 했죠. 그런데 얼마 뒤 회식날이었어요. 다 같이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을 갔는데 저는 중간에 집에 간다 하고 빠져나왔죠. 그런데 그 선배가 저를 데려다 주겠다며 따라 나오는 거예요. 저희 집까지 데려다주길래 고맙다며 작별 인사를 하는데 저희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거예요. 저는 그가 저를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싫다고 했죠. 그러니까 그는 순순히 체념하고 돌아가려는 것 같았어요. 그가 돌아서자마자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그가 저를 집 안으로 밀치는 거예요. 그리고 저를 바닥에 눕혀서 억지로 성행위를 하려고 했죠. 저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도무지 그 힘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결국 당했죠. 그날 이후로 그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를 대했고 저는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 소문이 날까 봐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도 못 하고 있어요.” 회사원 이정민(가명, 27세) 씨의 경우처럼 직장 동료나 친구, 선후배, 심지어 친인척이나 가족까지, 지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괴로워하는 여성의 사례는 굉장히 많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다미 활동가는 “원래 알던 사이의 여성을 성폭행할 때 가해자는 친밀함을 강조하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해자 본인도 이 사람이 나에게 구애를 하는 것인지 성폭력을 하려는 것인지 애매하게 느낄 수 있고요. 상대방이 상사거나 교수거나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절을 하고 싶어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상대방에 대한 호감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에요. 또 이런 경우 ‘왜 저항하지 않았냐. 호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 괴로울 수밖에 없는 거죠”라고 지적한다. 사실 지인으로부터의 성폭행은 전조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평소에 인사하면서 살짝 터치를 한다든지 어깨동무를 하는 등 성희롱 수준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그런 행위를 저지하지 않을 때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는 것. 그러다 결국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친밀감을 가장해 본격적으로 성적인 접촉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김다미 활동가는 “가장 좋은 것은 초반부터 ‘No’를 하는 것이에요. 가벼운 터치를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불쾌하며 앞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성폭행 피해자를 바라보며 ‘그러게 왜 밤 늦게 술을 마시고 돌아다니냐’고 말하는 사람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등 여성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하는 행동 강령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정부, ‘피해자가 너무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뻔뻔스러운 변명을 늘어놓는 가해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아무 잘못 없이 성폭력을 당하고도 ‘내가 왜 그때 술을 마셨을까’, ‘내가 왜 그 장소에 있었을까’라는 식의 자책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다미 활동가는 “범죄가 발생한 뒤 경찰이 피해자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왜 그 순간에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죠. 예를 들면 호텔 문이 잠겨 있지 않았는데 왜 안 뛰어내렸냐, 왜 소리를 못 질렀냐 하는 식인 거예요. 그런 시선은 사실 피해자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게 되죠”라며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성폭력 범죄에서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성은 성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할 필요가 없어요. 조심할 수도 없고요”라고 강조한다. 피해자에게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성폭력 근절 교육’에 힘쓰기보다는 ‘성폭력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 이러한 현실에서 범죄를 피할 길은 슬프게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그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맞서라는 것. 성폭력을 단순히 공포스러운 상황만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기만 하기보다는 그에 맞설 강한 체력과 담대함을 기르라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대비책이다.
성폭력, 이렇게라도 대비하라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싶다면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다미 활동가의 다음 조언을 기억하도록.

1. 지나치게 겁먹지 말 것
성폭력이 무시무시한 범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먹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너무 공포감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신고하면 된다’, ‘대응하면 된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내가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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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혜미

이 콘텐트는 COSMOPOLITAN
2012년 0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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